주미 한국 총영사관을 2번씩이나 방문해서 위임장을 받아온 지인이 “한국 가면 반드시 가까운 동사무소에 가서 ‘가족관계증명서(호적등본)’를 발급 받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미국 사는 시민권자가 그거 뭐에다 쓸려고 그러느냐”고 면박을 주었다. 그러나 지인의 대답을 듣고는 자식을 안 낳고 키워 보지 못한 사람은 너무나 모르는 게 많음을 알았다.
“한국 국적을 만 18세 넘어서도 이탈신고를 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한미 이중 국적자가 되어 한국 병역의무를 이행하여야 하기 때문”이란다.
국적법은 한국은 속인주의(국적을 기준으로 하여 모든 자국민에 대해 법을 적용하는 원칙, 예: 부 또는 모의 자손)를 미국은 속지주의(자국 영역을 기준, 예: 미국 땅)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가수 서태지와 탤런트 이지아의 법적 공방을 보면서 결혼 및 신고는 미국에서 했고 위자료 및 재산분할 청구 소송은 한국에서 진행하고 있음은 속인과 속지주의 혼용과 충돌의 대표적 사례라고 본다.
위임장을 분실하지 않도록 1급 비밀장소에 잘 보관하여 다니면서 제주에서 부산 가기 전에 모처럼 한가한 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오후 시간에 동사무소에 갔다. 직원에게 여권과 위임장을 제시하면서 ‘가족관계증명서’발급을 요청했다. 유심히 위임장을 살펴보던 여직원은 “위임자의 신원증명서 사본이 첨부되어 있지 않아서 발급을 거부한다”고 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대한민국 최고 신분 ‘여권업무’를 관장하는 ‘외통부’의 주미 워싱턴 총영사관에서 발급한 ‘위임장’이 한 순간 휴지조각으로 변해 버렸다. 그리고 혈압이 급상승하면서 열이 받치고 무슨 말을 해야 하는데 말문이 열리지가 않았다. 그때 나도 모르게 제주도 사투리가 나오면서 ‘가족관계증명서’ 발급 법령과 규정을 달라고 하면서 항의를 했다.
종이 없는 세상, 전자문서 IT 시대에 보관하기도 불편한 사본을 첨부해야만 발급할 수 있겠느냐! 총영사관에서 위임자의 신분을 확인했으니 위임 받은 나의 신분을 확인하여 발급할 수 있지 않으냐고 가족관계부 업무를 지휘 감독하는 제주지방법원 담당관하고 통화하면서 항의를 해도 요지부동이었다. “규정에 어긋나서 안 된다”는 것이었다. 여직원이 건네준 발급규정과 법령을 읽으며 ‘똥개 훈련’을 당했을 많은 동포들이 떠올랐다.
동사무소 여직원은 “위임자의 신분증명서를 첨부해야 한다”고 인쇄된 위임장 양식을 친절히 설명해 주면서 대법원 가족관계부 업무 담당 행정관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 주었다. 여직원은 “일본 내 한국 총영사관에서는 가족관계부를 직접 발급하는 등 동사무소 업무를 보고 있기 때문에 위임장이 필요 없다”고 하면서 “미국은 안 되고 있습니까“라고 되물었다.
그날은 일진이 안 좋았는지 부산행 제주에어를 예약을 안 하고 공항에 갔더니 만석이라 대기표를 얻어도 소용이 없었다. 공항에서 2시간을 허비하고 밤 9시 넘어 서울행 제주에어로 상경하는데 내 손목을 잡고 뛰면서 기내까지 안내해준 제주처녀의 친절함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 바쁜 와중에서도 추가 요금에 대한 영수증을 요구하는 나에게 미소와 업무로 말할 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