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때는 그 존재의 큼을 잘 못 느끼다가 떠난 후에야 그 영혼의 아름다움이 크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드물게 있다. 소설가 고 송상옥씨가 그런 분이다. 지나고 보니, 진흙탕 같은 미주한인 문단에서 그처럼 곧고 청정하며 작가다웠던 문인이 없었다고, 사람들은 두고두고 이야기한다. 오랫동안 미주문단의 ‘축’이었으나 그 축에 매여 돌면서도 그 축을 느끼지 못했던 사람들은 하루 아침에 축이 사라지자 중심을 잃은 듯 우왕좌왕 헛헛해 하고 있다. 문단에서 그 분이 차지했던 위상은 이제 대신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자리는 더 크게 느껴진다.
후배들 ‘등단 50주년 기념집’대신 준비
‘부르는 소리’ 등 중·단편 대표작 실어
8일 타운 JJ 그랜드 호텔서 출판기념회
작년 2월 향년 73세로 타계한 송상옥 선생은 대쪽 같았던 인품처럼 꼭 그렇게 떠났다. 그의 부음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모두 경악했었다. 아주 가까웠던 사람들조차 그가 암으로 투병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고, 어느날 갑자기 부음이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족 외에는 아무도 모르게 병을 앓았고, 그 누구의 문병이나 도움도 받지 않은 채 홀로 길을 떠났다.
작년 2월6일 그렇게 문단의 큰 어른을 떠나보낸 후배 문인들이 올해 1주기를 맞아 ‘고 송상옥 선생님 추모유고집 출간준비위원회’(위원장 장태숙)를 발족하여 3개월만에 유고집을 출간했다. 송상옥 선생이 별세하기 전 ‘등단 50주년’ 기념 소설집을 준비하다 갑자기 타계했기 때문에 그 일을 대신 마친 것이다.
그렇게 나온 책이 ‘잃어버린 말’(문학나무)이다. 젊은 송상옥의 흑백사진이 실린 표지부터 보는 이의 마음을 찡하게 잔잔한 감상에 젖게 하는 이 유고집에는 이런 구절이 적혀있다.
“그는 모두에게 읽히는 사람이었다. 그가 읽힐 수 있었음은 그가 맑고 그의 삶 또한 맑았다는 말이다. 그는 혼신을 다해 살아왔기 때문에 그가 추구하는 소설의 인간상은 바로 그렇게 살다 간 그 자신인지도 모른다”
유고 소설집에는 ‘잃어버린 말’ ‘부르는 소리’ ‘바닥없는 함정’ ‘흑색 그리스도’ ‘불타는 도시’ ‘어떤 덫’ ‘비밀을 가진 사나이’ ‘초승달의 추억’ 등 송상옥의 대표작이랄 수 있는 8편의 중?단편 소설과 함께 송상옥 선생 자신의 문학론 ‘나의 작품세계’, 문학평론가 이태동의 송상옥 작가 작품론 ‘부조리한 삶의 구조: 욕망과 현실 사이’, 그리고 화보와 연보가 실려있다.
장태숙 위원장은 “살아생전의 송상옥 선생님의 인품답게, 그리고 송 선생님의 생전의 마음으로 일체 추모사나 발간사 없이 심플하게 유작소설만 모았다”고 소개하고 “유고집을 위해 십시일반 찬조해준 미주문인들이 60명이 넘으며 모금액은 유고집 출간비용과 출판기념회 비용을 제외하고 유족에게 전부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송상옥 유고소설집 ‘잃어버린 말’의 출판기념회는 8일 오후 6시30분 JJ 그랜드 호텔(620 S. Harvard Bl. LA)에서 미주한국문인협회, 미주소설가협회 공동주최로 열린다.
회비 20달러. (213)265-5224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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