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낯선 여인숙의 하룻밤 같은 것이다. 시간은 흐르면 다시 오지 않고 사람도 한번 가면 다시 오지 못한다. 그러나 노래는 남아있고 부른다.
우리는 오늘의 역사를 기록하며 살아가는 시대의 나그네요 역사의 흔적이다.
내가 살아온 시대에 부르던 노래는 무슨 사연이 있고 어떤 눈물이 있을까. 80을 바라보는 망팔의 늙은이가 지금까지 부르며 살아온 우리들의 노래를 더듬어본다.
1. 일제시대에 부르던 노래
“울밑에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로 시작되는 노래는 어떤 경로로 불리기 시작했는지는 모르나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노예같이 살고 있는 망국 민족을 처량하게 숨어 피는 봉선화에 비교한 노래다. 1919년 3.1독립운동 이후 1921년에 홍난파 작곡으로 새롭게 널리 불린 민족의 노래였다.
황성옛터에 밤이 드니 월색만 고요해로 시작한 ‘황성옛터’는 개성 만월대의 폐허를 보고 왕평이 작사하고 이음전(애리수)이 불렀다,
1932년에 발표된 황성옛터는 일본식민시대 조선민족의 설움을 절절하게 울리고 민족감정을 자극한 노래였다. 가수 이 애리수는 명문대가의 남자를 사랑했지만 가수라는 이유로 결혼을 하지 못하다가 시댁이 제시한 조건을 수용하고 결혼했다.
그 후 이 애리수는 가요계에서 사라지고 70년이 넘도록 숨어 살다가 2008년에 경기도 어느 양노원에서 98세의 나이로 투병중인 것이 확인됐다.
한국에서나 해외에서나 6,70대의 사람이면 누구나 좋아하는 노래로 김정구가 부른 ‘눈물 젖은 두만강’이 있다. 일제시대에 만주 땅을 떠돌며 일본군과 싸우는 독립군의 아내가 남편을 찾아 만주 산야를 헤맸다. 독립군 부대를 찾았는데 원통하게도 며칠전 전투에서 전사한 남편의 소식을 알고 몇 날 몇 밤을 울며 지내다가 하얀 소복을 입고 두만강에 몸을 던졌다. 부연 꽃같이 떠내려 오는 여인의 시신을 보던 유랑극단 악사가 작사 작곡하여 부른 노래가 “두만강 푸른 물에 노젓는 뱃사공…”이다. 후에 2절, 3절을 추가해서 김정구가 불러 널리 알려진 가슴 아픈 사연의 노래다.
2. 해방시대에 부르던 노래로는 “해방된 역마차에 태극기를 날리며…”가 있다. 해방을 기념하여 만든 ‘신라의 달밤’이 1947년에 발표되면서 서양 사람처럼 생긴 코 큰 미남 가수 현인이 매력적 떨림의 창법으로 히트를 쳐서 전국적으로 퍼져 나갔다. 지금도 그 노래는 눈물 젖은 두만강과 함께 노래방에서 애창곡으로 불려진다.
3. 6.25시대의 노래로는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 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봤다 울어를 봤다”의 트로트 곡으로 주먹을 흔들며 부르던 ‘굳세어라 금순아’가 꼽힌다. 6.25 때 압록강까지 진격했던 국군과 유엔군이 중공군의 개입으로 1951년 겨울 1.4후퇴로 밀리기 시작해 흥남 부두에서 피난선을 타고 월남한 피난민들의 노래였다. 1953년 한운사 작사, 박시춘 작곡으로 현인이 노래한 ‘굳세어라 금순아’는 이북 피난민들의 아픔과 통일기원을 담은 구성진 노래다.
‘단장의 미아리고개’는 6.25 때 남쪽의 납북인사들이 철사줄로 꽁꽁 묶여 돈암동 넘어 미아리 고개로 끌려가던 비극을 애절하게 부른 이해연의 노래로 한국전쟁 휴전 후인 1956년에 발표 되었다. “미아리 눈물고개 님이 넘던 이별 고개…, 십년이 가도 백년이 가도 살아만 돌아오소…”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산가족 납북자 가족 그들의 원한과 비극은 누가 찾아주고 누가 풀어줄 것인가? 6.25 민족비극은 지금도 이렇게 기약 없이 계속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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