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융자 신청을 고려하기 위해서는 현 주택 시세는 물론 금리, 에퀴티, 미래 수입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무이자나 마찬가지… 연 3천달러 줄면 고려”
전체 모기지의 65%… 한인 신청도 최근 3배로
주택감정가·크레딧스코어 등 기준 여전히 높아
모기지 금리의 사상 최저치 갱신 행진이 이어지면 재융자(refinance) 신청 한인이 다시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재융자를 신청하는 한인은 지난 8월부터 전달에 비해 2~3배 정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현재 4% 가깝게 하락한 30년 고정 금리는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거의 ‘무이자’로 볼 수 있다고 평하고 있다. 역대 최저치 금리와 관련된 모기지 시장의 현황을 알아본다.
■한인 재융자 신청 사례 및 현황
40대 김모씨는 주택을 구입한지 3년만에 재융자를 신청했다. 김씨는 주택시장이 호황이던 지난 2008년 50만달러, 30년 고정 모기지 6.70%에 구입했던 콘도를 최근 4.6%의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로 재융자를 받았다. 김씨는 “운영하는 요식업소가 지난해부터 많이 안 좋아지면서 이자율이 떨어지길 기다렸다”며 “원래 2,500달러던 월 페이먼트를 1,000달러 이상 줄일 수 있게 됐다”며 한숨을 돌렸다.
밸리에 거주하는 50대 박모씨는 최근 재융자를 하면서 5만달러의 현금을 마련해 아들 창업에 투자했다. 박씨는 “금융사태 이후 재융자를 통해 ‘캐시 아웃’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집에 에퀴티가 많다보니 생각보다 캐시 아웃이 쉬웠다”며 “낮은 금리 때문에 캐시 아웃을 하고도 페이먼트는 오히려 줄었다”고 말했다.
웰스파고의 스티브 양 론오피서는 “지난 8월부터 한인들이 몰려 예년에 3배 정도 신청자가 급증했다”며 “재융자를 통해 다달이 내야 하는 페이먼트를 줄이고 모기지 상환기간을 단축할 수도 있어 최근 한인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체이스 은행의 제이슨 김 대출담당자도 “모기지 신청자 중 재융자 신청자가 전체 중 65%를 육박하는 등 올 초에 비해 20~30% 늘었다”며 “올 상반기 재융자 신청을 머뭇거리며 기다리던 주택소유주들이 8월 이후 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기지 금리 10주 연속 하락세
미국 국가신용등급 하향조정과 주가폭락 등의 여파로 지난 7월부터 모기지 금리는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30년 고정 금리는 지난 8월18일(4.15%) 역대 최저치(2010년 11월 4.19%)를 갱신한 이후 지난주 15일에는 4.09%로 다시 금리가 떨어졌다.
올 상반기만 해도 모기지 금리는 5%에 가까웠으며 2년 전에는 6% 선에서 금리가 오고 갔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수개월 동안은 금리가 현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방 정부가 저금리 정책을 앞으로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수차례 발표했으며 모기지 금리의 벤치마킹이 되고 있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현재와 같이 사상 최저치를 계속해서 유지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3천달러 절약하면 재융자 해야
현재 전국 중간 주택가격은 17만4,000달러(7월 기준)이다. 이 주택을 20% 다운하고 현 30년 고정 금리(4.09%)를 적용해 구입하면 월 페이먼트는 671.80달러이다. 지난 2008년 전국 중간 주택가격은 19만8,100달러였으며 당시 금리는 6.04%이었다. 역시 같은 방법으로 당시 주택을 구입했으면 월 페이먼트는 954.25달러로 지금보다 42%를 더 지불해야 했다.
남가주의 현 주택 가격은 LA카운티 31만5,000달러에서 오렌지카운티 42만달러(8월 기준)로 전국 중간 가격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위와 같은 공식으로 계산을 할 경우 재융자로 월 페이먼트가 지역에 따라 500달러~900달러 줄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재융자를 통해 1년에 페이먼트를 3,000달러 이상 줄일 수 있으면 재융자를 고려할 것을 권하고 있다. 위 파이낸싱의 대니 정 대표는 “일반적으로 재융자에 드는 경비가 3,000~3,500달러 선이기 때문에 재융자를 통한 세이빙이 월 300달러가 넘고 현재 거주 주택에서 1년 이상 살 계획이라면 재융자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15년 고정 상품이 대세
대부분의 한인 홈오너들은 재융자를 하면서 15년 고정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15년 고정 금리 역시 지난주 역대 최저치인 3.30%를 기록하고 있다. 올 평균 연 인플레이션이 3.80%이기 때문에 15년 고정 모기지 상품을 구입할 경우 소비자는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0.5%라는 믿기 어려운 혜택을 받게 된다. 100달러를 빌려 98달러만 갚으면 되는 셈이다.
프레디맥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중 30년 고정 모기지를 보유한 사람들 중 37% 정도가 15년 또는 20년 모기지로 바꿨다. 15년 모기지 금리는 평균적으로 30년보다 0.75% 정도 낮다.
물론 15년 고정을 선택하면 월 상환액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대니 정 대표는 “현재 이자율을 기준으로 15년 상환액은 30년에 비해 상품에 따라 35~50% 정도 많아지게 되지만 이같은 부담을 감당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는 적지 않은 금액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출기준 아직도 높아
재융자의 인기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수입증명이나 세금보고 등 재융자에 필요한 제출서류들이 까다로워 실질적으로 승인을 받는 신청자는 비교적 낮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주택의 감정가가 남은 모기지 금액의 80%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재융자가 어렵다. 이 경우에는 모기지 보험인 PMI를 따로 구입해야 한다. 재융자를 승인 받기 위해서는 또한 크레딧 점수가 720점보다 높아야 한다.
스티브 양 론오피서는 “한인들 상당수가 자영업자여서 수입과 제출 서류 등이 충분치 않고, 재융자 자격을 갖추지 못해 재융자를 못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재융자 등 모기지 융자를 신청하기 적어도 2년 전부터 확실한 세금보고 등 꼼꼼히 서류를 챙길 것”을 당부했다.
그는 “낮은 금리보다는 대출기준완화를 통한 주택 판매 증가와 실업률 감소 등이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는데 장기적으로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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