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땅 위에 헛된 욕망이 있다면 하늘엔 구름이 있다. 어린 시절 하늘에 먹장구름은 두려움과 공포를 가져다 주었고 사춘기의 새털구름은 쓸데없이 마음을 설레게 하였다. 어린 시절, 슬플 때는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밤이나 낮이나 꿈을 꿀 때면 뭉게구름이 피어나며 기쁨이 넘칠 때면 솜사탕 구름이 생겨나는 것이라. 그 감정을 무엇이라 표현하리...
그러나 돌이켜 보건대 구름이란 슬픈 것! 꿈속에 구름타고 하늘에 올라가다 떨어질 때면 무엇이건 부둥켜안으며 울기도 했다. 그래서 오죽하면 영등포 출신인 가수 오기택도 ‘구름도 울고 넘는 저 산 아래, 그 옛날 내가 살던 고향이 있었건만, 지금은 어느 누가 살고 있는지’라며 잃어버린 고향, 정말 돌아가도 아무도 맞아주지 않는 고향을 구름이 되어 하늘로 떠 다녔겠는가!
저마다 어린 시절 만화책에 홍길동이나 손오공이 구름을 타고 날아다니고, 날개 옷 입은 선녀가 구름 위에서 살며시 미소 짓기도 했다지만 사람들의 가슴 속에는 슬픔과 고뇌 같은 것 이었다.
어느 해 초여름 집안 식구들을 이끌고 제주도 한라산에 이르렀을 때 돌멩이도 풀도 소나무도 도토리나무도, 시민들의 갈등도 모두 구름 속에 갇혀 버린 것을 느꼈다. 산꼭대기에 올라 세상욕망과 삶과 죽음이라는 화두(話頭)를 꺼내 놓고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자 발치 아래로 구름이 밀려왔다 밀려갔던 기억이 새롭다.
그래 거기서부터 내 마음도 구름 따라 흐른다는 것을 느꼈다. 머리 속에서 이리 돌고 저리 도는 회상의 강물이 흐를 때 하늘에선 구름이 흘렀고 땅 위에선 내 마음도 흘렀다.
그렇다! 너도 흐르고 나도 흐르면 너와 나는 흐르지 않고 정지상태로 있을 수도 있다는 상대성 원리가 통할 만도 하건만 그건 바람이라 할 수 있는 것, 실제로는 어지러움과 혼돈 뿐 이라… 항상 깊은 뿌리를 내릴 수가 없었지 보잘 것 없는 풀 한 포기가 오가는 사람들의 발에 밟히고 세상 돌아가는 굴레의 바퀴들이 구를 때마다 깔아뭉개지는 길가의 질경이가 그래도 모진 목숨 살아 남겠다며 땅 속의 수분을 빨아올려 어느 날 새벽이슬을 머금고 그 이슬들의 외로움을 달래보자며 몸을 합치고 이 바위 저 바위 부딪히다가 냇물이 되어 흐르다가 강물로 흘러 바다로 나온다.
어리둥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증발돼 구름이 되고 이이저리 흐르다가 어느 우울한 오후 빗줄기로 변해 외롭고 심약한 놈들의 얼굴에 주르륵 주르륵 쏟아지지 않던가. 그리고는 땅 속으로 스며든다. 흡사 운명처럼 죽음과 같이 캄캄하고 답답한 땅 속으로 거기서 다시 질경이 뿌리를 생각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사랑과 자비를 운운하며 잔뿌리들을 부여잡고 나를 다시 한 번 빨리 올려달라고 애원하기에는 너무 초라하지 않은가.
비 내리는 날 워싱턴 시내 모뉴먼트 탑 꼭대기에 걸린 구름을 보며 어줍잖은 동정을 베푼다. 어쩌다 199.5미터나 되는 높은 그 곳에 걸렸뇨? 흘러흘러 그냥 흘러도 서글프건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오, 거기서 풀려나거든 이리저리 흐르다가 정 외로우면 친구 따라 강남 가듯 워싱턴으로 이민 오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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