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1950년 6월25일 일요일 아침 9시경 우리 가족이 식탁에 모여 막 식사를 할 무렵 철도국 비상 전화가 울렸다. 부친이 서울 철도국장으로 관할구역이 개성까지였는데 전화가 개성 역장으로 부터 온 것이다. 인민군이 새벽 4시에 탱크를 앞세워 남침함으로써 개성이 함락되어 모두가 피난 간다는 소식이었다. 10시경 인민군이 전 전선에서 남침 기습공격해 전쟁이 시작됐으니 모든 군인은 소속 부대로 즉시 귀대하라는 방송이 나왔다. 전국의 모든 차량은 징발됐으며 국가 비상 동원령이 선포되었다.
곧장 수도사단 기갑연대 1대대장인 형으로부터 전선으로 출동하니 가족을 부탁한다는 전화가 왔고 이것이 그와는 마지막 통화였다. 형은 다음날 인민군 탱크와 맞서 장열하게 전사 했다. 인민군 야크 전투기 수대가 용산역 일대 여의도와 김포를 기습 공습해 수십명의 민간인이 사망함으로써 민심은 공포와 혼란으로 흉흉해졌고 모두 피난을 떠나기 시작했다.
방송은 군가가 계속나오는 가운데 간간히 속보로 국군이 남침한 적군을 속속 제압하며 전 전선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또 1사단 연대가 적지를 돌파, 사리원 외각으로 침투했기 때문에 승리는 시간문제라고 기만 허위 방송으로 민심을 안정시키기에 급급했지만 비극은 이미 시작됐다.
27일 오전 대통령과 장관, 국회의원 등 고위층은 몰래 남쪽으로 피신하면서 사라져 무정부 상태로 국가의 통솔력은 상실됐다. 전선은 문산이 무너지고 전 지역이 적의 탱크에 무방비로 유린당한 채 차례로 무너졌다. 국도 중심으로 종심 방어망이 전술의 실패로 이어졌다. 탱크의 공포와 통신망 두절, 패배감의 만연으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오직 춘천지역 방어선인 6사단 김종오 장군 휘하 연대만이 선전해 개전 처음으로 인민군 탱크와 맞붙어 육탄 돌격으로 수대의 탱크를 격파, 패퇴 시켰다. 전 전선의 방어 균형에 맞춰 비록 후퇴는 불가피했으나 장비 및 병력의 낙오 없이 철수 이동함으로써 한강 이남으로 후퇴한 부대 중 유일하게 전투력을 유지한 사단이 됐다. 이후 혁혁한 무공으로 반격전의 선봉에 선 최강의 부대가 되었다.
6월28일 새벽 1시경 수도 서울의 방어선인 미아리 전선이 여지없이 무너지고 김홍일 휘하 병력은 패주함으로써 인민군 105 탱크여단 소속 10여대의 탱크가 종로, 광화문 등 시가지를 누비며 경찰서와 방송국을 파괴하고 곧장 한강대교 남단까지 점령했다.
그날 오전 11시에 나는 폭파된 한강다리 현장에 있었다. 어머니와 동생들은 그 전날 영등포 신길동 외가로 피신했기에 혼자가 된 15세 소년의 나는 어린 생각으로 한강다리를 걸어서 찾아갔던 것이다. 한강다리 폭파 현장은 눈을 뜨고는 볼 수 없는 생지옥의 현장이었는데 그 날 새벽 1시경 공병대가 약속시간 보다 앞서 완전히 폭파함으로써 그 시각 다리 위로 후퇴하던 수많은 국군과 민간인은 물론 대포 등 중장비가 살상되고 파괴됐다. 인도에는 군인과 피난민의 수많은 시신들이 바닥을 도배하다시피 깔려있어서 발을 딛기가 어려웠다. 하늘을 보고 치를 떨었다. 이 비극을 어이하랴!
한강교 폭파 현장을 똑똑히 보았던 나는 6.25가 북침이라는 이들의 주장은 황당한 거짓이라고 확실히 증언할 수 있다.
북한은 적화통일이 노동당 제1의 강령으로 이를 달성키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기만 전술을 쓰고 있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자유경제, 인권이 보장 받는 자유와 민주를 수호하기 위해 저들의 헛된 농간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 철통같은 방위로 자유 대한민국을 자손 대대로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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