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홍원 국무총리가 28일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은 국가정보원 사건 등 최근 정치 현안과 경제 현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을 대리한 성격이 짙다. 국정원 사건은 재판과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며 사법부 판단을 기다려 결과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담화문 골자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정국 인식과 맥을 같이한다. 그간 국정원 사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
정홍원 국무총리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내 정치^경제 현안에 대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조영호기자
댓글 논란 확대 불구
“나설 상황 아니다”
대통령 인식은 그대로
총리, 철저 수사 밝혔지만
구체적 조치는 언급 없어
박 대통령이 통상 월요일에 소집하던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이번 주 목요일(31일)로 미룬 것도 이를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3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정원 사건에 대해 언급하더라도 이날 담화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박 대통령이 총리 담화를 통해 사실상 자신의 입장을 표명한 것은 국정원 사건과 관련해 직접 나설 만큼 큰 상황 변화가 없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박 대통령은 수차례 “대선 때 국정원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며 무관함을 강조해 왔고 국정원 사건은 재판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묻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고, 국정원에 대해서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강도 높게 개혁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정 총리가 담화문에서 “정부는 사법부의 판단과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며 책임을 물을 것이 있다면 결코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재판과 수사가 진행 중인 이 문제로 더 이상의 혼란이 계속된다면 결코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렇게 호소드린다”고 언급한 내용은 박 대통령의 기존 발언을 재확인한 수준이다.
다만 정 총리가 “정부는 국정원 댓글을 포함한 일련의 의혹에 대해 실체와 원인을 정확히 밝힐 것”이라며 진상 규명을 새삼 강조한 것은 5만여건에 달하는 국정원 트위터 대선개입 글 수사와 관련한 윤석열 전 국정원 사건 특별수사팀장의 교체로 인해 수사 외압 논란이 불거진 점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새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명되고, 수사팀장도 교체된 마당에 더 이상 검찰 수사 과정에 대한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에 진력하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피력한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박 대통령이 직접 입장 표명에 나서지 않은 데는 국정원 사건에 대한 야권의 정치 공세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달리 말하면, 민생 살리기에 전념하는 모습을 통해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그간 정치 현안은 당에 맡기고 청와대는 국정에 전념하는 형태로 당청 역할을 분담해 왔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정 총리도 이날 경제 살리기와 박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를 강조하면서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 처리를 호소한 것도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같은 대국민 담화가 여론을 얼마나 설득할지는 미지수다. 정 총리가 진실 규명 의지를 밝히긴 했으나, 수사팀 확대 등 이를 뒷받침할 후속 조치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을 비롯한 사정 라인이 최근 인사를 통해 청와대 직할 체제로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까지 받고 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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