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인자동차·즉석번역 안경·로봇 의상 등 첨단기기 개발 박차
▶ ‘다시 일어선 일본’ 알리기가 목표, 경기장 신축과 재개발에 비판 여론도
<도쿄>지난 9월 치열한 경합 끝에 도쿄가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된 순간부터 도쿄시민들은 올림픽과 관련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쏟아내고 있다. 올림픽 기간 중 도쿄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1,000만명의 관람객들을 위한 아이디어들 가운데 어떤 것은 엉뚱하기도 하고 어떤 것을 그럴듯하다. 자동차 매니아들은 운전자 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무인자동차를 주장한다. VIP들을 교통체증 없이 지정레인을 달려 목적지까지 모실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주의자들은 연료전지로 움직이는 버스가 운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고령화가 심각한 일본의 노인들은 로봇 의상을 입고 활보하게 될지도 모른다. 착용할 수 있는 테크놀러지 기기를 통해 제공될 차세대 번역 서비스는 일본사람들이 외국인들과 좀 더 원활히 소통하는 것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또 도쿄의 지독한 여름 무더위를 완화시켜 줄 기후조절 기술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우려들도 있다. 1,300만 인구를 가진 도쿄는 지진과 태풍, 쓰나미 등 자연재해에 가장 취약한 대도시들 가운데 하나이다. 전문가들은 도쿄만에 신축되는 많은 올림픽 시설들이 이 지역의 기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본정부가 미래형 도시화를 위해 2010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퓨처시티’ 프로젝트의 대변인인 히로유키 하야시는 “세계에 도쿄 같은 도시는 없다”며 “이 프로젝트는 가능성과 도전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는 스스로 미래의 도시라는 환상을 갖고 있다. 지난 1964년 하계올림픽을 개최했을 때도 도쿄는 전후 잿더미에서 일어나 세계에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줬다. 지하철들을 개통하고 현대적인 공항을 신축했으며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총알 열차 시스템을 선보였다. 또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경기를 위성중계 함으로써 테크놀러지 부문의 리더로 떠올랐다. 이번에도 일본은 오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활력 넘치는 국가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도쿄에 소재한 로봇공학 회사인 ZMP의 히사시 다니구치 대표에게 올림픽은 운전자 없이 가는 자동차와 관련한 기술에서 다른 나라들을 앞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다. 구글과 BMW도 이런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자동차가 더 안전하고 깨끗하며 컴퓨터로 작동돼 교통체증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ZMP 같은 작은 회사들 뿐 아니라 닛산과 도요타, 혼다 같은 거대 일본 자동차 기업들도 이 연구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일본기업들에 의한 주요 성과는 발표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올림픽이 시작되면 선수촌에서 경기장들에 이르는 도로들은 붐빌 수밖에 없다. 다니구치는 100데 가량의 무인 자동차나 밴으로 넓은 해안 도로를 이용해 선수들과 귀빈들을 실어 나르면 교통체증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한다. 그는 “특정인들을 운송기 위한 것이라면 무인 차량들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개발하고 있는 로봇카는 레이저를 이용한 방향탐지기와 거리측정기, 그리고 장애물을 식별하는 이미지 프로세싱 등을 통해 트래픽을 뚫고 나간다.
이 기술은 7년 안에 현실이 될 수 있지만 문제는 일본 관료들은 신속히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쿄 시 관계자들은 이 기술이 승인되려면 무수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무인 자동차 아이디어를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일본은 다른 운송기술도 보여주고 싶어 한다. 히노 모터스는 모회사인 도쿄 모터스와 함께 2016년 연료전지로 가는 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것이 현실화 되면 그린가스 배출이 크게 줄어든다. 또 정부 관계자들은 자력의 부양력으로 레일 위를 나는 시속 300마일의 열차가 오는 2027년 이전에 완전 현실화되기는 힘들지만 올림픽 때까지 방문객들을 위해 일부 구간 운행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도쿄시는 또 2020년 올림픽을 그린 올림픽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터빈 발전으로 탄소를 없애고 전국적으로 태양에너지 공원을 세우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일본답게 익살스러운 기기들도 등장한다. 신생기업인 텔리파시의 창업자인 다카히토 이구치는 이 회사가 개발한 텔리파시 원 헤드셋을 착용하고 경기를 보는 관객들이 그들이 보는 것을 라이브로 스트리밍 하는 올림픽을 만드는 것을 꿈꾸고 있다. 첫 시연제품은 올해 안에 나올 예정이다.
또 일본 최대의 셀폰 기업인 NTT 도코모는 카메라와 텍스트 인식 기술, 그리고 번역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즉석 번역’ 안경을 선보였다. 이 안경을 쓰면 착용자가 보는 사인들과 메뉴 등을 즉석에서 사용자의 자국어로 번역해 준다.
이 회사는 이외에도 현재의 네트웍보다 100배나 빠른 데이터 처리속도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개발할 예정이다. 텔리파시의 이구치는 “일본은 아직 훌륭한 기술들을 갖고 있다. 올림픽은 우리에게 대담한 아이디어들을 시도해 볼 수 있도록 허락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도쿄 시민들에게 올림픽 준비는 유토피아적인 꿈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 도시가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들을 떠올려 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도쿄에서 160마일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후쿠시만 원전사고는 아직 완전히 통제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미래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여전히 큰 의문이 남아있다. 특히 도쿄의 새로운 개발들은 취약한 해안지역에 밀집돼 있다.
이와 함께 고령화도 문제다.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도쿄를 젊은 문화의 중심지로 선전하고 있지만 도쿄 시민 5명 가운데 1명은 65세 이상이다. 그리고 이 비율은 올림픽 성화가 도착할 때쯤이면 4명당 1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020년을 기점으로 도쿄 인구는 감소세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 제조사인 사이버다인은 자사가 개발한 로봇 의상이 나이 든 일본인들과 방문객들이 올림픽 기간 중 여기저기를 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배터리로 작동하는 이 하이브리드 다리는 지난 2010년 첫 선을 보인 이후 지금까지 170개 병원과 일반 가정 등에 400개가 리스 됐다.
일부 도쿄시민들은 올림픽을 앞둔 도시개발이 지나치다고 우려한다. 도쿄에서 가장 사랑받는 지역들에서 재개발이 이미 시작됐으며 이에 따라 수산시장이 다른 곳으로 옮겨 가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인구 감소를 예상해 볼 때 도쿄에 8만명을 수용하는 거대한 올림픽 스태디엄을 새로 지을 필요가 있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인구가 줄어들게 되면 도쿄는 다른 올림픽 주최국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거대한 하얀 코끼리’(올림픽 구조물)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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