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리처드 트렘블레이 박사의 연구 주목
▶ 성장하면서 폭력성 꾸준히 감소 20대에 거의 사라져, 사회적 학습에 실패한 5%가 결국 중범죄자로 남게돼
폭력범을 이해하려면 두 살짜리 아이부터 떠올리는 게 상책이다. 두 살짜리‘아기’는 한마디로 불한당이다. 싸가지 없고 제멋대로인 데다 대단히 폭력적이다. 소유권 개념이 따로 없기 때문에 맘에 드는 모든 것이 제 몫이다. 무엇이건 움켜쥐면 그만이다. 게다가 사납다. 맘에 안 드는 사람에겐 사정을 두지 않고 때리고, 깨물고, 떠민다. ‘미운 두 살’(Terrible Twos)이라는 말이 공연히 나온 것이 아니다. 두 살짜리는 ‘폭력범’의 원형이다. 이제‘미운 두 살’의 성정과 행동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한 힘세고 막무가내인 열여덟 살짜리를 마음속에 그려보라. 머릿속에 그려진 그 그림이 바로 폭력성의 초상이다.
아일랜드의 유니버시티 칼리지 더블린의 계발 심리학자인 리처드 트렘블레이 박사는 위에서 예로 든 두 살짜리 유아와 열여덟 살짜리 망나니는 모두 반사적으로 물리적 공격성을 사용해 자신이 얻고자 하는 바를 손에 넣으려 든다는 공통점을 지닌다고 말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범죄자는 두 살짜리의 완벽한 ‘전범’을 나이가 들어서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를 제어할 통제력을 익히고, 배우지 못한 희귀한 부류의 인간이다.
다른 말로, 위험한 범죄자는 성장하면서 폭력적이 되어가는 것이 아니라 유아기의 폭력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뿐이라는 얘기다.
이같은 결론은 지구상 전 대륙의 몇몇 학자들이 실시한 대규모 연구에서도 반복적으로 도출됐다.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심리학 교수 브래드 부시맨은 트렘블레이 박사의 연구 결과는 대단히 신뢰도가 높다며 “유아는 난폭한 젊은 갱보다 훨씬 폭력적이기 때문에 이들이 ‘연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트렘블레이 박사는 학창시절 풋볼에 완전히 매료됐다. 프로 선수였던 아버지에 이어 직접 대학 선수로 뛰었던 그는 풋볼을 극단적 공격성의 통제된 버전으로 파악한다.
트렘블레이 박사는 대학 졸업 후 교도소에서 소셜워커로 일하면서 교화 프로그램이 폭력범을 전혀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폭력적인 어린이가 그 상태 그대로 완전히 성장했을 때에는 이미 늦는다. 교화와 순화는 그 이전에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가 경험을 통해 얻은 결론이었다.
인생의 어느 단계까지 내려가야 폭력의 원천에 도달할 수 있을지 알기 위해 그는 점점 어린 연령대에 연구의 초점을 맞추었다. 그 결과 나이가 어릴수록 상대를 쥐어 패는 빈도가 잦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사춘기 청소년의 경우 물리적 공격행위는 한 달에 몇 번꼴로 발생하는 반면 걸음마 단계 아이들의 공격행위는 시간단위로 일어난다.
툭하면 서로를 밀치고, 때리고, 난리법석을 피운다. 이들의 다툼을 열여덟 살짜리 버전으로 바꾸면 영락없이 전과기록으로 남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폭력성은 생후 24개월에 정점을 찍는다. 이후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사춘기까지 꾸준하게 감소하다가 성년으로 접어들면 급강하한다.
일생을 물리적 공격성을 거의 보이지 않는 가장 평화로운 그룹은 전체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이들은 말 그대로 ‘문제없는 그룹’(no-problem group)이다. 이들보다 비중이 조금 더 큰 다른 두 그룹은 유치원 원아들과 같은 정도의 온건성, 혹은 그보다 다소 높은 수준의 공격성을 드러낸다.
이들 세 그룹의 물리적 폭력성은 어린 시절과 사춘기를 거치면서 줄어들다가 20대에 이르면 거의 자취를 감춘다.
네 번째 그룹은 전체의 약 5%로 걸음마 단계에서 폭력의 정점에 도달한 후 점차 증가하다가 조금씩 감소한다.
17세에 이르면 이들의 물리적 호전성은 온건한 그룹보다 4배가량 강하고 범죄인이 될 가능성은 1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트렘블레이 박사는 이렇듯 만성적 폭력성향을 지닌 전체의 5%에 불과한 개인이 난폭한 범죄를 거의 도맡아 저지른다고 밝혔다.
트렘블레이 박사가 뽑아낸 결론은 1831년 벨기에 출신의 통계학자 아돌페 퀘테렛이 발표해 전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는 ‘연령 커브’(age curve)와 매우 유사하다.
퀘테렛은 프랑스의 범죄기록부를 뒤져 범죄로 체포되는 비율이 10대 중반까지 올라가다가 20대에 들어서면 하강곡선을 그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의 유명한 ‘연령 곡선’은 1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실시한 여러 건의 대규모 자료 분석 조사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이와 대조적으로 트렘블레이 박사의 연구결과는 난폭한 행동이 10대 중반에 이르기 훨씬 전에 피크에 도달한다고 강조한다.
2006년 트렘블레이 박사와 카네기 멜론대학의 범죄학자인 대니얼 나긴 박사는 2세에서 11세 사이의 캐나다인 1,000명을 상대로 6년간 추적조사를 벌였으나 1999년 연구의 결과에 비해 크게 달라진 내용은 거의 없었다. 어린이들의 3분의 1은 걸음마 단계에서 종종 물리적 공격성을 노출했지만 사춘기 직전단계에는 좀처럼 폭력성을 보이지 않았다. 또한 6분의 1의 폭력적 성향은 11세와 동일한 수준에 머물렀다.
트렘블레이 박사의 연구는 인간이란 동물이 잔인성보다 공손함을 더욱 열심히 배우려든다는 사실을 시사하며 낙관론의 근거를 제공한다.
사람은 누구나 걸음마 단계를 거친다. 인간은 조건화를 통해 상대에게 주먹부터 내밀게 아니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운다.
세살로 접어들면 우리는 흥정과 매력공세와 같은 사회적 전략을 배운다. 두뇌가 개발되어 가면서 상황을 판단하게 되고 물리력 대신 학습을 통한 전술과 전략 가운데 가장 적합한 것을 선택한다.
그러나 학습효과를 나타내지 않은 채 물리적 공격성을 유지하는 상대적 소수는 도대체 어떤 유형의 인간인가? 이들을 순화시킬 방법은 없는 것일까?트렘블레이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엄마와 신생아에 관한 자료를 수집한 후 20년간 이를 추적, 환경이 아기 유전자의 화학적 싸개의 모양새를 결정짓는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올해 69세인 트렘블레이 박사 자신은 연구 결과를 직접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별로 개의치 않는 눈치다.
“과학은 느리고, 인간의 행동은 측량하기 힘들다”는 트렘블레이 박사는 “아마도 우리는 이 문제를 영원히 풀 수 없을 수도 있지만 시도는 우리의 몫”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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