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흥냉동 정상길씨 공사중 불의의 사고
▶ 평소 장기기증 희망… 환자 6명 살려
“평소 유지였던 장기기증으로 누군가의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는 게 큰 위안입니다”불의의 추락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60대 한인 가장이 장기기증으로 불치 환자들에게 새로운 생명의 희망을 주고 세상을 떠나 안타까운 감동을 주고 있다.
LA 한인타운에서 28년째 냉난방 수리 전문가로 일해 온 한인 정상길(68·대흥냉동 대표·사진)씨가 냉난방 시설 수리를 위해 한인타운 인근 제임스우드 블러버드와 보니 브레이 스트릿의 베로니카 마켓 건물 지붕에 올라간 것은 지난 6일이었다.
정씨는 당시 사다리를 이용해 마켓 지붕으로 올라가다 추락해 뇌사상태에 빠졌고, 이에 가족들은 정씨가 평소 밝혀온 유지에 따라 장기 기증을 결정, 5~6명의 환자들에게 새 생명의 희망을 주고 지난 9일 세상을 떴다.
가족과 지인들에 따르면 불의의 사고를 당한 정씨는 평소 남에게 피해주기를 싫어하고 베푸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으로 사후에 꼭 장기기증을 할 뜻을 밝혀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인과 1남1녀를 둔 가장인 정씨는 보험도 들어놓지 않은 상황에서 불의의 사고로 숨진데다 특히 딸이 출산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정씨의 청천벽력 같은 사망소식에 뉴멕시코주에서 달려 왔다는 여동생 효순(64)씨는 “평소 남을 아끼고 베푸는 것을 좋아하던 오빠에게 어떻게 이런 비극이 닥치게 됐는지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며 “조카가 출산을 앞두고 있는데 오빠가 그렇게 기다리던 손주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고 울먹였다.
정씨의 부인 영숙씨는 “사업 규모는 작지만 항상 애착을 갖고 성실히 일을 해온 믿음직한 남편이었다”며 “그래도 남편의 장기 기증으로 타인이 새 생명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숨진 정씨는 대구 출생으로 경북중학교와 대광고를 나와 동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지난 1986년 도미해 부친으로부터 배운 가업인 냉난방 수리업체를 성실히 운영해 왔다.
뉴올리언스 교육구에서 근무하고 있는 딸 지윤(33)씨는 “지난 일요일 아버지의 뜻에 따라 병원에서 장기기증 수술을 마쳤다”며 “수술을 통해 간과 신장을 기증했으며, 병원에서는 폐와 기타 장기도 기증 적합성 검사를 마친 뒤 추가로 새 생명을 살리는 데 쓰일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아마존닷컴 스튜디오에서 근무하는 아들 민기(32)씨도 “아버지는 대외적으로 나서는 것보다 조용히 뒤에서 남에게 봉사하는 것을 선호하시던 분이셨다”며 “마지막까지 남을 돕고 세상을 떠나셨다”고 말했다.
숨진 정씨와 평소 가깝게 지내왔다는 킹스냉동의 권진환 대표는 “고인은 평소 남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특유의 매력을 가진 사람이었다”며 “고객들은 물론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한인들 사이에서도 항상 바르고 착하며 타인을 배려하는 성격으로 통하던 이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현재 유가족들은 LA 한인타운의 집에서 조문객들을 맞고 있는데, 정씨가 출석하던 성 그레고리 성당 한인 교인들이 방문해 고인을 추모하는 연도를 진행하는 등 유가족들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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