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법적 판매 확산에 ‘기부금 수용’도 늘어
▶ 예전엔 “주민들에게 도덕적 비난 받을라…” 마리화나 사업자들 정치후원금 정중히 돌려보내, 요즘엔 넙죽 받아 챙기고 “사진 찍는 것은 사양”
마리화나는 이제 더 이상 마약취급을 받지 않는다. 이미 미국의 23개 주가 마리나의 일반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특히 워싱턴 DC와 콜로라도주에서는 술이나 담배를 사는 것처럼 자유롭게 마리화나를 구입할 수 있다. 최소한 이들 2개 주에서 마리화나는 합법적인 기호품으로 대접 받는다. 이처럼 ‘합법의 울타리’ 안으로 한 발을 들여놓으면서 마리화나의 위상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일고 있다. 우선 정치적인 영향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정치권은 주류사회의 가장 보수적인 그룹에 속하지만 이곳 역시 ‘돈이 말하는 곳’이다. 워싱턴의 시스템을 움직이는 동력은 돈이고, 정치자금의 최대 수원지는 업계다.
돈과 권력이 한데 얽혀 돌아가는 춤판의 한 가운데에 연방 의회와 주 의회가 자리 잡고 있는데 그곳의 호스트인 의원의 주된 춤 상대가 기업인이다. 그리고 이들이 추는 워싱턴의 주고받기 식 두 박자 탱고를 흔히 로비라 부른다.
입법권을 쥐고 흔드는 의원들은 파트너 선택에 무척이나 까다롭다. 정치인에게 돈이란 가려먹어야 할 복더위 여름날의 음식물과 같다. 자칫 위험한 돈을 탐하다 ‘식중독’에 걸리면 정치생명이 위협을 받기 때문이다.
마리화나의 지역적 합법화가 진행되면서 1990년대 말부터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한 의료용 대마초 사업가들은 워싱턴의 춤판에 끼어들 기회를 노렸지만, 정치인들은 이들이 내놓는 기부금이라는 이름의 ‘입장료’를 받으려들지 않았다. 덥석 삼켰다간 뒤탈을 일으키기 십상인 위험한 돈이라는 인식이 작용한 탓이다.
의료용 마리화나 사업자들은 법적 최고 한도의 기부금 액수를 적어 넣은 수표를 자신들의 사업과 궁합이 잘 맞을 듯한 정치인에게 보냈지만 정중한 거절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애써 보낸 수표는 ‘귀하의 지지와 호의는 감사하지만…’으로 시작되는 편지와 함께 번번이 되돌아왔다.
그러나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는 주가 늘어나자 슬그머니 기부금을 받아들이는 정치인들의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클리블랜드에 위치한 ‘캐나수어 인슈런스 서비시스’를 운영하는 패트릭 맥마나몬은 “우리는 지금 맨 땅에 헤딩을 하고 있다”며 “정치인들의 지원사격 없이 새로운 사업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기란 무척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신종사업은 규제의 올무를 피하고 호의적인 제도적 지원을 받아야만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이런 환경을 만들려면 정치인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
만성적인 정치자금에 시달리는 정치인과 미래를 원하는 방향으로 틀지어줄 정치판의 지원자를 필요로 하는 기업인들의 필요는 늘 교차하게 마련이다.
콜로라도와 워싱턴 DC가 오락용 마리화나를 승인한 이후 자연스럽게 관련업계 업자들과 ‘거래’를 트는 정치인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업자들도 무조건 기부금을 내놓지는 않는다. 정치인들이 기부금을 선별적으로 받는 것처럼, 실리를 중시하는 업자들도 저울질을 거듭한 뒤에 그들을 도와줄 정치판의 파트너를 선정한다. 마리화나 관련 안건에 대한 의원들의 투표기록이 선택의 주요 잣대가 되는 것은 물론이다.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는 주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도 오리건, 플로리다, 알래스카와 워싱턴 DC 등이 마리화나의 사용범위를 확대하는 주민투표안을 표결에 부친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마리화나 합법화를 지지해 온 후보들에게 관련업계의 돈이 흘러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워낙 신종산업이고 규모도 타 업종에 비해 아직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정치판에 투입되는 기부금 액수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덴버에 자리한 ‘딕시 엘릭서스 & 에더블스’의 사장 트립 케버는 “일단 마리화나 업계가 기부할 만한 돈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 정치인들 사이에 파다하게 나돌고 있다”며 대견해 했다. 케버의 회사는 마리화나를 원료로 한 소다와 음식물, 로션 등을 만들어 판매한다.
그는 지난 여름 존 히켄루퍼 콜로라도 주지사의 정치자금 모금파티에도 참석했다. 히켄루퍼 주지사는 2012년 마리화나 합법화에 반대했지만 모금파티에서는 수표를 들고 참석한 마리화나 사업자들을 의식한 듯 “유권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마리화나 합법화를 위한 주민투표 발의안을 성공적으로 밀어붙이기 위한 모금활동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오리건주에서는 230만달러가 모였고, 플로리다에서는 600만달러에 가까운 자금이 조성됐다.
알래스카의 모금 캠페인에서 마리화나 합법화 지지자들은 85만달러를 거둬들였다. 반면 워싱턴 DC에서 오락용 마리화나 판매를 합법화시키기 위한 주민투표안은 유권자들의 뜨거운 관심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외부 지원 없이도 발의안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1월 선거에 나서는 중앙 정치판의 후보들에 대한 마리화나 업계의 선별적 지원 작업도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하지만 연방 의원들의 태도는 아직도 모호하다. 후보들이 마리화나의 합법화를 지지하는데 따르는 정치적 부담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증거이다.
일부 의원들은 기부금을 챙기면서도 그들의 얼굴이 찍힌 기금모금 파티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지 말아줄 것을 주최 측에 당부하기도 한다.
현재의 추세로 보아 마리화나 산업은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덩지를 키워갈 것이 분명하지만 전국 차원의 합법화가 이루어지지 전까지는 숱한 장애물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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