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여섯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가수 신해철. 장협착 수술을 담당한 S병원이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그를 살릴 수도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팬들이 가슴 아파하고 있다.
신해철에 대한 부검을 실시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따르면 심낭에서 0.3㎝ 크기의 천공이 발견됐다. 국과수는 ‘의인성 손상’ 가능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수술 과정에서 사람이 만든 상처라는 얘기다. 국과수는 서울아산병원이 적출해 부검에선 확인하지 못한 소장 천공 역시 의인성 손상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와 함께 위 용적을 줄이는 수술의 흔적도 찾았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심낭이나 소장에 생긴 천공은 장협착 수술과 위의 용적을 줄이는 수술(위 축소술)을 받는 과정에서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①수술 직후 통증 호소할 때 CT라도 촬영했다면…
신해철은 지난달 17일 S병원에서 장협착 수술과 위축소술을 받았다. 진료기록부에 따르면 그는 병실로 돌아와 10분 만에 처음 통증을 호소했고 다음 날 새벽까지 다섯 차례나 통증을 호소했다. 배수술을 받은 환자가 복통을 호소하면 복부 CT촬영을 통해 이상 징후를 확인해야 하지만 의사는 간단한 혈액검사를 실시하고 마약성 진통제만 투여했다. 천공 발생 초기여서 혈액검사에선 염증 반응이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했더라면 천공을 확인해 신해철을 살릴 수 있었다. 진통제를 맞고 통증이 줄어든 신해철은 이틀 뒤인 지난달 19일 오후 퇴원했다.
②복통ㆍ열로 응급실 찾았을 때 복막염 찾았다면…
다음 날 새벽 그는 복부 통증과 미열 증상으로 S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새벽에 응급실을 찾았을 정도면 통증이 상당히 심했던 듯하다. 복부 통증과 열은 소장 천공을 통해 나온 세균이 일으킨 복막염 때문에 발생한 걸로 보인다. 수술 후 환자가 열을 동반한 통증을 호소하면 세균 감염 가능성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특히 복부 통증이 있으면 장 천공을 의심하고 CT 촬영을 통해 장 천공 여부를 검사해야 한다. 하지만 S병원 측은 간단한 응급 처치만 시행했다. 당시 CT 촬영만 했더라도 신해철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③고열에 흉통까지 생겼을 때 CT만 찍어봤어도…
신해철은 지난달 20일 오후 다시 S병원을 찾았다. 열과 복통이 심해진 때문이다. 그는 몇 가지 검사를 받고서 다음 날 다시 퇴원했다. 진료기록부에 따르면 신해철은 수술을 받고 나서 이날까지 총 아홉 차례에 걸쳐 통증을 호소했다. 진료기록부에는 통증 순간을 다음날 기억하지 못한 적도 있다고 기록돼 있다. 이때까지도 병원 측은 복막염을 의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심전도 검사만 하고 복부 CT 촬영을 하지 않은 게 이를 방증한다. 이와 관련해 신해철의 소속사인 KCA엔터테인먼트의 김재형 이사는 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병원 측은 ‘수술 후 아픈 게 당연한 거다. 시간이 경과하면 통증이 가라앉을 것이다’고 설명해 환자(신해철)도 자신의 건강 상태를 의심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 이사는 신해철이 복통 이후 고열과 흉통을 호소한 데 대해선 “병원 측은 ‘심전도 검사라든지 그런 수치 등에 비추어 심근경색이나 심정지가 올 가능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하복부를 누르면서 ‘이쪽 부위에 통증이 없으면 복막염으로 예상되지 않는다. 걱정하지 말라’고 환자를 안심시켰다”고 했다. 심낭 및 소장 천공으로 인한 심한 염증으로 복부 및 심장 통증을 느꼈음에도 CT촬영을 시도하지 않은 건 결정적인 의료과실이라고 할 수 있다.
④다시 응급실 왔을 때 큰 병원으로 옮겼더라면…
22일 새벽 4시. 통증을 이기지 못한 신해철은 다시 S병원에 갔다. 진료기록부를 보면 이날 오전 8시28분 심해철의 심장 박동수는 분당 145회로 정상치(60~100회)를 크게 벗어났다. 심장전압도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S병원 측은 신해철에게 진통제만 투여했다. CT촬영을 해서 어느 부위가 통증의 원인을 발견했거나 심장 전문의 등과의 협진이 가능한 큰 병원으로 옮겼다면 신해철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을 걸로 보인다. 신해철은 이날 오후 1시 심정지가 올 때까지 아홉 시간 동안 여섯 차례나 통증을 호소했다. 신해철 측 법률대리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마지막에 한 검사도 장 상태를 알 수 있는 검사는 아니었다. 일반 혈액검사를 한 번 한 게 다다”라고 말했다. 심박이 두 배로 급증했음에도 S병원 측의 대응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엉터리였다.
⑤심정지 때 새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 따랐다면…
S병원 측의 심폐소생술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S병원 측은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신해철에게 아트로핀(심박을 증대하는 약)을 투여한 뒤 심장에 전기충격(200, 300, 360J) 3회 실시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대한심폐소생협회가 2011년 펴낸 ‘한국 심폐소생술 지침’에는 “아트로핀을 (심정지에) 관례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효과는 증명된 바 없다. 따라서 아트로핀은 심정지 알고리듬에서 제외되었다”고 나와 있다. 아트로핀의 사용을 금지한 것이다.
대한심폐소생협회 지침에는 전기충격 때 J(줄ㆍ에너지 크기)의 크기에 대해서는 “이상파형 제세동기로는 200J의 에너지 수준으로 계속 제세동을 하는 것으로 권장하며 제조회사가 따로 권장하는 에너지가 있으면 권장사항에 따라 120~200J로 제세동한다. 단상파형 제세동기로는 처음부터 360J로 제세동할 것을 권고한다”고 설명한다. 한쪽 극의 전류주로 양극만을 일정시간 동안 흐르게 하는 제세동기가 단상파형이고, 양극과 음극의 전류를 함께 사용하는 제세동기가 이상파형이다.
이와 함께 대한심폐소생협회 지침에는 “2005년 이전에는 자동제세동기를 사용할 경우 초기에 3회 연속 제세동을 하는 것을 권장하였으나 3회 연속으로 제세동을 하는 경우 가슴압박을 중단하는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자동제동기가 채택하고 있는 이상파형 제세동기를 사용할 경우 첫 제세동의 성공률이 높게 90% 이상 보고되고 있다. 이런 몇 가지 이유로 기존의 3회 연속 초기 제세동 대신 초기 1회의 제세동 방법을 권장한다”고 나와 있다. 일각에서는 S병원 측이 대한심폐소생협회의 새 심폐소생술 지침을 따랐더라면 신해철을 살릴 가능성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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