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시조합이 계약 거절하자 기사식당서 기사들 상대로 ‘맨투맨 영업’
유사 택시 서비스로 전 세계에서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미국 우버(UBER) 서비스가 은밀한 영업 방식으로 ‘한국 상륙 작전’을 개시했다.
우버코리아가 지난 8월 국내 진출을 선언한 후 업계에서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우버 엑스와 우버 블랙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단속을 시작했고 택시업계는 생존권 위협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우버코리아가 내놓은 비책은 ‘우버택시’. 개인택시 기사와 직접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우버코리아의 비책은 일단 성공했다. 운수 영업 허가가 나지 않은 일반 차량을 상업적으로 활용한 우버 엑스, 우버 블랙과 달리 우버택시는 영업권을 갖고 있는 개인택시 기사들과 계약을 맺어 고객을 연결하는 만큼 불법의 소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서울 소재 주요 택시 조합 네 곳(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본부,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본부,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중 단 한 곳도 우버코리아로부터 우버택시 계약을 제안받지 못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본부에 따르면 서울에서 운행되고 있는 개인 및 회사 택시 중 네 단체에 속하지 않은 택시 기사는 없다. 그럼에도 우버코리아 측은 우버택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네 단체를 거치지 않은 우버코리아가 어떻게 기사들과 계약을 체결한 걸까.
한 택시 기사는 우버택시 계약이 이뤄지는 주요 장소가 기사식당이라고 기자에게 귀띔했다. 식사를 위해 식당을 찾은 기사의 스마트폰에 우버코리아 측 영업 사원들이 직접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주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비단 기사식당만이 아니었다. 택시기사가 삼삼오오 모여 휴식을 취하는 곳이라면 어김없이 우버코리아 영업 사원이 나타난다고 했다. 우버코리아 홍보 직원을 만났다는 한 기사는 "밥을 먹고 있는데 슬쩍 다가와 무슨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주겠다고 하더라. 콜(손님)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그냥 설치했다"고 했다.
우버코리아 홍보 대행사 관계자 역시 이 같은 영업 방식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조합의 경우 우버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조합 쪽과 만나 계약을 맺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맨투맨으로 접근하고 있다. 한 분 한 분 만나 설득하고 있는 중"이라며 "그 장소는 기사 식당이 될 수도 있다. 기사가 많이 모이는 곳이라면 사람을 보내 설명을 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우버코리아와 택시 기사의 계약에 별도 계약서는 없다고 했다. 그는 "따로 계약서를 쓰지는 않는다"며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쓰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쓰지 않아도 되도록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고 했다.
택시 기사들이 우버택시를 이용할 때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는 우버코리아 측의 설명과 달리 일부 택시 기사는 우버코리아 측의 영업방식이 불편하다고 했다. 기자가 만난 한 개인택시 기사는 "불법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서비스 아닌가. 그런 곳과 괜히 얽혔다가 피해를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기사 역시 "개인택시를 갖고 있는 우리가 무엇 때문에 우버코리아와 계약을 맺겠나"라고 반문한 뒤 "식당에 찾아와 짧은 식사시간을 방해해 오히려 불쾌했다"고 말했다.
우버코리아에 대한 택시기사들의 반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18일 오후 3시 서울광장에서는 우버코리아의 국내 진출을 반대하는 택시기사들의 결의대회가 열렸다. 현장에 모인 택시 기사들은 우버코리아가 내놓은 서비스들이 택시 기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철수를 요구했다.
우버코리아 측도 대응에 나섰다. 우버코리아는 택시기사 결의대회에 맞춰 ‘택시조합 시위에 대한 우버의 입장’이란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해 "우버코리아는 택시 조합과 함께 서울의 택시 기사들에게 어떤 경제적 기회와 혜택, 삶의 질 개선을 제공할 수 있을지 논의하고 싶다"고 밝혔다.
우버코리아는 성명서에서 계약을 체결한 택시 기사에게 1회 운행당 2,000원의 유류 지원비를 지급하고 어플리케이션에 로그인한 상태일 경우 일일 6,000원을 지급해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우버코리아는 기사들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할 경우 월 2만원의 데이터 비용을 지급하고 기존 우버택시 기사의 추천을 받은 기사가 10회 이상 운행할 경우 추천인에게 5만원을 지급하고 있다고 했다. 별도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기사들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다른 기기를 사용해 수익을 올려도 제재하지 않는 것도 우버코리아가 내세운 장점이었다.
우버코리아는 성명서에서 시종일관 택시조합 측을 비난했다. 우버코리아는 "서울택시 4개 조합이 주도한 시위는 그들이 승객, 운전자, 지역사회 등에 혜택을 줄 수 있는 라이드쉐어링의 글로벌 혁명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면서 "서울의 리더십이 변화와 신뢰, 소비자의 선택권, 운전기사 및 승객을 위한 편리함을 가져올 기술적 발전 및 새로운 혁신에 저항하는 택시 조합들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버코리아는 "서울은 과거에만 머물러 스마트한 기술력을 무시하는 택시 조합에 억류돼선 안 된다. 서울의 운전자, 승객, 아울러 정부는 더 나은 삶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벤츠를 이용해 우버 엑스 영업을 하던 기사를 고발하는 등 택시조합 측이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버코리아가 공식적으로 조합을 비판하고 나서 당분간 우버코리아와 서울 택시조합의 마찰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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