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목소리 드러낸 피해자들: 수퍼스타 권력 피해 숨었지만 SNS 이용해 잇달아 증언... “음료에 약 타 몸쓸 짓”공통점
▶ ◈ 코스비 거부 움직임 확산: 대학들 자문, 후원 해촉 러시... 코스비 이름 딴 장학금도 없애... 77세 생일 특집도 방영 취소
코스비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수퍼모델 출신 재니스 디킨슨(왼쪽)과 간호사 테레사 세락니즈. 아래 사진은 빌 코스비.
코미디언 빌 코스비(77)는 미국에서 전설이다. 특히 흑인들에게는 전설 이상의 존재다. 피부색을 넘어 존경할 만한 사회 원로로서의 요소를 대부분 갖췄다. 삶 자체가 경외를 부른다. 입지전적이다. 코미디 연기를 하기 위해 템플대학을 중퇴했다. 1965년 TV드라마 ‘나, 스파이’에 출연했다. 흑인으로서는 처음 전국 방송 드라마의 주연을 꿰찼다. 곧바로 대중의 별이 되었다‘. 나, 스파이’로 3년 연속 에미상 최우수 남자주연상을 안았다.
흑인 최초였다. 인종갈등이 흑백논리처럼 명확했던 시절이었다. 당시 미국 남부에선 ‘나, 스파이’의 방송이 금지됐다. 그의 성공이 더욱 빛나는이유다.
이처럼 지성을 갖춘 흑인으로 현대 미국의 아버지 상을 대변했던 코스비가 요즘 미국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오래 전 그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인들의 증언이 잇따르면서 살아있는 전설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 코스비는 누구
1937년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난 코스비는 이같은 성공시대가 닫힐 새가 없이 승승장구했다. 화면과 무대를 가리지 않고 코미디로 미국 국민을 웃기며 1970년대를 보냈다.
1984년 첫 전파를 탄 ‘코스비 가족’이 이력의 정점이었다. 8년 동안 TV에서 방영된 이 시트콤은 지적이면서도 가정적이고 다정한 코스비의 이미지를 다졌다. 미국의 이상적인 아버지상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한국 등 외국에서도 많은 시청자들이 ‘코스비 가족’을 통해 흑인에 대한 편견을 깼다.
화면과 무대 밖 삶도 갈채를 받았다. 대중을 웃기느라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1977년 명문 매서추세츠주립대 앰허스트 캠퍼스에서 교육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명예 박사학위도 숱하다.
명성으로 끌어 모은 돈을 자기 배에만 채우지 않았다. 기부활동도 왕성했다. 자신과 아내의 이름을 딴 재단을 세워 장학사업을 펼쳐 왔다. 흑인 여성대학 스펠먼 대학에 2,000만달러를 기부하며 흑인으로선 사상 최고액을 사회에 내놓은 인물이 됐다.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자유의 메달도 받았다.
■ 충격적 증언들
그러나 피해자들의 증언은 코스비의 악랄한 이면을 드러낸다. 미디어가 만들어낸 이미지에 흠집을 낼 정도를 넘어선다. 코스비라는, 50년동안 형성된 신화를 해체할 정도다.
피해를 주장하는 16명 중 12명이 코스비가 음료에 약을 탄 뒤 몹쓸 짓을 저질렀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한명은 코스비가 약을 먹이려 시도했다고 밝혔다. 범행은 코스비가 소유한 할리웃의 스튜디오, 운전사 딸린 리무진 안, 고급 호텔 등에서 발생했다.
백인에 예쁘고 어린 스타 지망생. 피해 여성들의 공통점이다.
코스비의 성폭행 의혹은 오래 전 제기됐다. 2005년 안드레아 코스탄드가 첫 소송을 건 뒤 간간이 불거져 왔으나 조명을 받진 못했다. 의혹은 최근 구체화됐고 세인의 관심도 다르다. 모델 출신 바버라 보먼(47)은 최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10대 시절 배우 지망생인 나에게 약을 먹여 수차례 성폭행했다”고 밝히면서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수퍼모델 출신 재니스 디킨슨(59)과 코미디 작가가 되려고 코스비를 찾아갔었다는 조앤 타르시스 등도 비슷한 증언을 하고 나서면서 코스비를 궁지에 몰고 있다.
플로리다의 간호사인 테레사 세락니스(57)도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1976년 19세 때 라스베가스의 코스비 쇼를 보러 갔다가 무대 뒤에 단둘이 있을 때 그가 알약 두 개와 물 잔을 주면서 먹으라고 해 먹었는데, 그 다음에 기억나는 건 분명히 약에 취한 상태에서 코스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그동안 명성으로 구축된 코스비의 연예권력이 무서워 피해 사실을 못 밝혔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비의 과거 추문이 그 당시에는 잠잠하다가 최근에 연이어 터져 나온 이유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의 발달과 함께 과거에 비해 성폭행이라는 범죄에 대한 인식이 넓혀진 사회문화적 분위기, 그리고 예전보다 성폭행 피해자들에 대한 동정심이 더 크게 일어나게 된 것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지금은 어린 성폭행 피해자들의 상담을 맡고 있는 데이터 분석가 웨이드는 “사회가 정말 많이 변했다”며 “10년 전만 해도 성폭행 피해자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잘 없었는데, 지금은 그런 부담감 없이 자신 있게 나서서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 코스비 거부 움직임 확산
이처럼 추문이 확산되자 코스비 거부 움직임도 퍼지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하이포인트 대학은 추문이 일자 자문위원회 명단에서 코스비의 이름을 지웠다. 버클리 음악대학은 코스비 이름으로 수여되던 온라인 장학금을 없애기로 결정했다. 지난주 NBC 방송은 코스비 주연의 코미디 연속극 기획을 취소했다. 온라인 방송사 넷플릭스는 코스비의 77번째 생일을 맞아 제작한 ‘빌 코스비 77’을 방송하지 않기로했다.
성폭행 추문은 코스비의 박사학위 취득도 도마에 올렸다. 코스비는 성적이 좋지 않아 고등학교를 그만둔 뒤 해군에 입대했다. 해군 경력에 기대 템플대학 입학이 가능했고 대학 중퇴에도 불구하고 직업적 성취를 인정받아 졸업장을 쥐었다. 박사과정을 밟을 때는 촬영에 전념하느라 강의를 거의 듣지 못했다. 학문적 배경도 없이 유명세를 지렛대로 박사학위까지 거머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미국 언론에서 나오고있다.
■ 코스비 측 혐의 완강 부인
이같은 폭로에 대해 코스비 본인은 함구로 일관하며 일절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코스비의 변호사들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다. 증언에 나선 여성들에게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고 언론들의 득달같은 보도행태를 비난하고 있다. 일군의 여성과 언론이 느닷없이 코스비 죽이기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코스비의 변호사 마틴 싱어는“최근 새로 나온 주장들은 구체적이지 않고 판타지에 가까운 이야기에 불과하다”며 “많은 사람들이 30~50년 전 발생한 일에 대해 아무 말도 안 해왔다는 것부터 비논리적”이라고 성명서를 통해 밝혔다.
코스비의 부인 또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코스비는 최근 플로리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빈정거림에 대해 대답해야 할 필요는 없다. 사람들은 사실 확인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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