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적취향 회복치료 헛되이 10대 아들 하늘 보낸 부모, 자녀 동성혼 주례 목사 등
▶ 하나님의 사랑 왜 못 받나 보수적 교단에 포용 요구
라이언 로벗슨.
린다와 로브 로벗슨 부부가 아들 라이언의 묘지 앞에 앉아 있다. ‘회복치료’로 성적취향을 바꾸지 못한 라이언은 마약 과다복용으로 숨졌다.
■교단과 맞서 싸우는 성직자·교인들
외아들 라이언이 열두 살의 어린 나이에 ‘커밍아웃’을 했을 때, 로브와 린다 로벗슨 부부는 독실한 기독교인답게 교회의 지시를 따라 차분하고 단호하게 대응했다. 교회의 지침은 명쾌했다. 커밍아웃을 한 자녀에게 부모의 흔들림 없는 사랑을 보여줌과 동시에 뒤틀린 성적 취향의 교정을 유도하라는 것이 지침의 주요 내용이었다. 라이언도 부모님의 말씀에 순종해 교회의 지침을 수용했다. 성적 취향을 바꾸기 위한 이른바 ‘회복치료’에 열성으로 응했고 자신이 다니는 교회의 담임목사를 정기적으로 찾아가 충고와 조언을 듣고 꼬박꼬박 안수기도를 받았다. 성경공부에 참여한 것은 물론 교회 청소년부에 가입해 봉사활동에도 열의를 보였다.
그렇게 6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애타게 간구하던 변화는 찾아오지 않았다. ‘회복과 변화의 약속’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깊은 좌절감에 교회를 등진 라이언은 마약에 의지해 ‘환각의 세계’로 도피했다. 하지만 그곳 역시 참된 피난처는 아니었다. 그는 지난 2009년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아들의 비극적 죽음은 교회에 대한 로벗슨 부부의 맹목적인 신뢰를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역’을 ‘순’으로 쓰려는 동성애 행위는 하나님이 성서를 통해 명시적으로 금하신 죄악으로 용인할 수 없으며 동성을 선호하는 비정상적 성적 취향은 반드시 바꿔야 한다”는 교회의 가르침에 이들은 정면으로 반론을 제기했다.
복음주의적 관점에서 동성관계가 금기사항임을 인정하지만 선천적으로 주어진 성적 성향을 외면한 채 성적 소수자들을 소돔과 고모라에 등장하는 패역의 무리로 싸잡아 매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이들이 제기한 반론의 골자다.
30년 이상 소방관으로 활동한 로브 로벗슨은 성적 취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며 동성애 성향은 복음 치유를 통해 교정이 가능하다는 교회의 가르침 또한 억지라고 지적하고 “적어도 이 문제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은 완전히 잘못됐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러나 로벗슨 부부는 동성애자 자녀를 둔 여느 교인들과 달리 교회를 떠나지 않았다. 대신 이들은 “믿음 위에 굳건히 선 채” 뜻을 같이 하거나 비슷한 처지에 놓인 교우들을 규합, 동성애자에 대한 교회의 인식 전환을 끌어내는 새로운 접근법을 택했다.
성서의 가르침을 중시하는 복음주의 교단의 관점에서 보면 이들은 ‘말씀’에 도전하는 ‘내부의 이단세력’에 다름 아니다.
남편 로브와 함께 비종파적 복음주의 교회에 다니는 린다 로벗슨은 “일반적으로 동성애 자녀를 둔 교인은 믿음을 버리고 자식에 매달리던가, 아니면 아이를 포기하고 믿음을 붙잡는 두 가지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하지만 로브와 나는 둘 모두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로벗슨 부부와 같은 교인들이 보수적인 복음주의 교회 내에서 앞으로 어느 정도의 영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부분의 복음주의자들은 동성관계를 받아들이는 교우들을 기독교인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로벗슨 부부와 같은 신자들은 교회 내 소수파로 고립되게 마련이고, 결국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내쳐지게 된다.
그러나 커밍아웃을 한 동성애 자녀를 온전히 보듬어 안기 위해 보이지 않는 ‘금단의 선’을 넘어선 교계 유력 인사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교회 역시 동성혼 합법화의 거센 물결과 내부 균열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미시간주 홀란드 소재 신학교인 ‘웨스턴 시올로지컬 세미너리’의 신약학자 제임스 브라운슨도 ‘교계 내부의 반체제 인사’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지난해 출간된 ‘Bible, Gender, Sexuality’라는 책에서 동성애 관계에 관한 성경 말씀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그의 아들은 18세 때 커밍아웃을 했다. 브라운슨이 재직 중인 웨스턴 시올로지컬 세미너리는 미 개혁교회 교단에 속한 신학교다.
은퇴한 전도사이자 ‘메노나이트 처치 USA’의 목사인 체스터 웬저는 올 가을 동성과 결혼한 아들의 주례를 섰다가 성직자 자격을 박탈당했다.
웬저는 성명을 통해 30년 전 교회 지도자가 사전협의 절차조차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자신의 동성애 아들을 파문시켰을 당시 부모로서 그와 아내가 겪었던 참담한 고통에 관해 이야기한 후 “교회도 이제는 게이와 레즈비언을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침례교단 소속인 캘리포니아주 ‘뉴 하트 커뮤니티 처치’의 담임목사 대니 코르테즈는 10대 아들이 커밍아웃을 하기 이전에 이미 동성관계를 인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상태였다.
아들이 성적 취향을 밝힌 직후 코르테즈는 그가 시무하는 교회에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교인들의 신임을 물었다. 교회는 표결을 거쳐 그의 유임을 결정했지만 교단 측은 뉴 하트 커뮤니티 처치와의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교계의 이단아들은 이들 외에도 여러 명이 더 있다.
최근에는 연합감리교회에서 시무하는 두 목사가 각각 동성애 자녀의 결혼식 주례를 맡아 전국적인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들 중 한 명인 토머스 오글트리 목사는 명문 신학대인 ‘예일 디비너티 스쿨’의 학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교단으로부터 제재를 받지 않았으나 프랭크 셰퍼 목사는 몇 차례 징계심의를 거치는 고초를 겪었다.
그는 성직자 자격을 유지했고, 교회 안팎에서 동성애자들의 영웅으로 자리매김했다.
커밍아웃을 한 아들과 함께 동성애자 권익옹호 단체인 ‘게이 크리스천 네트웍’의 간부로 활동하는 전직 장로교 전도사의 딸 수잔 샵랜드는 “어느 시점에 이르면 게이 아들과 레즈비언 딸을 둔 기독교인들은 교회 지도부를 향해 ‘내 딸과 아들이 하나님의 조건 없는 사랑을 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이들의 포용을 요구하고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자식의 편에 서서 교회의 지침에 반기를 드는 성직자 혹은 독실한 기독교인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커밍아웃을 한 후 교회에 그대로 남는 젊은 게이와 레즈비언 인구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성적 취향을 바꾸어 준다는 ‘회복치료’가 약발을 상실한 것도 교회 내 소수파의 목소리를 키우는데 일조했다.
지난해 6월 회복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사역기구인 ‘엑소더스 인터내셔널’의 지도자 앨런 체임버스는 “우리로 인해 상처를 입고 고통을 받은 기독교인들에게 사과한다”며 사역 중단 선언을 했다. 그는 회복치료가 전혀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성적 취향은 선천적인 성향으로 교정이 불가능하다는 ‘고백’이었다.
지난달 결혼과 성애에 관한 컨퍼런스에서 남침례교단의 거물인 알 모러 목사 역시 “동성 끌림 현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믿음은 잘못된 것이었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그는 “복음을 통해 성적 취향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확신에는 아직도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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