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 할머니 안타까운 사연
▶ 가족초청으로 온 일가족은 수수료 없어 추방위험 ‘덜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네요”
연말을 맞아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웃들을 돌아보는 손길이 필요한 가운데 한인사회에서는 아직도 연말을 따뜻하게만 맞을 수 없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한인 김인애(가명) 할머니는 매주 화요일이면 저소득층 대상으로 식료품을 나눠주는 ‘푸드 뱅크’ 서비스를 받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집을 나선다. 연방 농무부와 자선단체가 나눠주는 식료품은 김 할머니에게 말 그대로 ‘생계’다.
사실 김 할머니는 푸드뱅크에서 받은 식료품을 몇 달러 안 되는 지폐를 받고 되팔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할머니의 행동을 탓하기도 하지만 푸드뱅크 자원봉사자 등 그의 사정을 아는 이들은 안타깝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한인타운 다목적 연장자 센터에 따르면 김 할머니는 수년 전부터 손자를 홀로 키우고 있다. 캐서린 문 소장은 “할머니는 손자에게 밋밋한 푸드뱅크 식료품만 주는 것을 미안해 하신다. 할머니는 식료품을 되판 돈으로 손자가 좋아하는 밑반찬을 사신다”고 전했다.
한국에 사는 딸과 사위가 손자를 맡기러 미국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김 할머니는 큰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생활비를 보내주겠다던 딸과 사위는 곧 연락이 끊겼고 그 때부터 손자 양육은 할머니가 전담했다. 현재 김 할머니에게 푸드뱅크 식료품은 자신만 믿고 있는 손자를 위한 사랑인 셈이다.
문 소장은 “저소득층 생계보조금이 전부인 할머니가 10대 손자를 키우는데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할머니는 손자가 서류미비자란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마음고생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15년 전 이민 길에 오른 박요한(가명)씨 가족 4명은 이민국 수수료 7,000달러를 마련하지 못해 하루하루 추방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민 당시 박씨는 시민권자 아버지의 가족 초청을 믿고 미국에 왔지만 영주권 수속을 진행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박씨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그 바람에 그는 서류미비자란 신분 문제로 일용직을 전전해야 했다.
캐서린 문 소장은 “박씨 가족은 이민법상 가족초청 자격이 살아 있어 수수료와 벌금 7,000달러만 지불하면 영주권 취득이 가능하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저임금 일용직인 박씨 혼자 벌어서 4가족을 책임지기 때문에 7,000달러 모으는 게 쉽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문 소장은 “박씨 가족은 천주교 신자로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기도도 열심이다. 하지만 대학 진학을 앞둔 자녀들이 최근 서류미비자란 사실을 알게 돼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한인타운 연장자센터 (323)424-7187
<김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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