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아니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건이었다. 지난 5일 발생했던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피습사건을 두고 한 말이다. 한미동맹관계를 보아서나 리퍼트 대사의 개인적 성향으로 보아서 더욱 우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더욱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부끄럽게 하는 것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사회와 미주한인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형태들이다. 오래전부터 한국사회에서는 소유의 양극화 현상과 더불어 사사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폭력사건은 비난 받아 마땅하며 재미 한국인으로서 리퍼트 대사에게 위로의 마음을 보내고 싶다. 아울러 이번 사건으로 인하여 한미동맹관계에 나쁜 영향을 초래하지 않고 오히려 양국 관계가 더욱 공고해지고 강화될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면서도 우려되는 일들이 계속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매일 계속되고 있는 광화문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보수 세력들의 물결을 보라. 머리끝이 섬뜩해진다. 중동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박근혜 대통령은 공항에서 직접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리퍼트 대사를 위문방문했다. 지나친 과례(過禮)가 아닐까 싶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과 검찰의 시각은 어떤가.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김기종의 개인적 일탈행위로 보이고 대다수 국민들도 그렇게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 경은 국보법의 무서운 칼날로 배후 세력의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분단의 아픔이요 비극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정부여당의 태도는 어떤가. 인기가 하락하고 수세에 몰려있던 여당은 때를 만난 듯 안보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며 국면전환에 온 힘을 쏟아내고 있다. 새누리당 대표는 테러방지법 제정을 제기하고, 원내대표는 한반도에 사드 배치 주장까지 하면서 보수표 결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 있을 재보선과 내년에 총선을 위한 정치적 행보를 과감하게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이 정부, 여당은 국익을 위한 전략적 사고와 행동을 추구하기 보다는 국내 정치적 상황 반전에 활용하려는 참담하고 부끄러운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다음은 미주 한인사회의 모습을 보자. 한인회를 비롯하여 수많은 보수우익단체들은 앞 다투어 성명서를 발표하고, 한인 신문에 김기종 규탄 유료광고를 연이어 게재하고 있다. 오피니언 난은 보수 독자들이 온통 김기종 폭력사태를 비난하는 글들로 지면이 부족할 지경이다.
조용히 손을 가슴에 얹고 생각해보자. 과연 이러한 과잉반응과 여론몰이가 국민통합과 한반도 안정에 유익한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 믿고 있는지 묻고 싶다. 온 국민이 몸과 마음을 하나로 뭉쳐 한반도 평화를 위해 힘을 모아도 어려운 현실 앞에서 서로 헐뜯고 비난하면서 사상의 양극화를 부채질할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 가슴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