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 바마 핵협상 겨냥 ‘나쁜 협상’ 맹비난
▶ 중동정책 정면 충돌
■ 이슈추적 / 미 정치판 네타냐후 대리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 정치권 ‘편 가르기’의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화당은 이번 달 치러진 총선에서 예상을 깨고 총리직을 지켜낸 네타냐후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미국이 주도하는 이란 핵협상에 계속 딴죽을 거는 그를 향해 연일 비난을 퍼붓고 있다.
‘네타냐후 대리전’은 공화당 수장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의전절차와 관례를 무시한 채 이달 초 그를 워싱턴으로 초청해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단상에 세우면서 시작됐다. 백악관과의 사전 상의조차 없이 이루어진 네타냐후 총리의 의회 연설은 때마침 열린 미국 주도의 이란 핵협상을 ‘나쁜 협상’으로 맹비난하는데 포커스가 맞춰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공을 들인 핵협상에 공화당이 ‘초청 손님’인 네타냐후를 동원해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당시 3.17 총선을 앞두고 패색이 짙던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중심으로 짜여진 중동정책의 전면적 재검토에 착수한 오바마 행정부를 미국 정치권의 심장부에서 직접 비판하며 자국 보수계 유권자들을 규합해 판세반전에 성공했다.
이스라엘 총선이 끝난 후 오바마 대통령은 네타냐후에게 즉각 축하메시지를 전하지 않는 등 그에 대한 거부감과 불쾌감을 감추려 들지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네타냐후가 자신이 지지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국가 해법에 거부의사를 내비친데 격분한 상태다.
오바마 대통령은 24일 미국을 방문 중인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과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와는 지극히 사무적인 관계"라고 잘라 말했다.
외교적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용어 선택은 두 정상의 관계가 매우 가깝지도 그렇다고 매우 적대적이지도 않은 어정쩡함을 보여준 것이다.
네타냐후와 거리를 두고 있음을 시사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기 무섭게 공화당 잠룡 가운데 한 명인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은 24일 라디오 진행자 휴 휴잇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네타냐후 총리와 지극히 ‘사무적인 관계’"라고 언급한 것 등을 비판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낙선시키고자 공작팀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떨어뜨리고자 자신의 정치팀 소속 고위층 인사들을 이스라엘에 직접 보낸 것을 생각하면 오바마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의 관계 및 갈등 이유에 대해 ‘사무적인 관계라거나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는 식으로 얘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루비오 의원은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과거에 다른 나라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자 사람을 보낸 적이 없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네타냐후 낙선 운동팀 파견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보수성향의 폭스뉴스는 지난 14일 상원의 초당파 기구인 영구조사위원회가 네타냐후 총리의 낙선운동과 연계된 미국 비영리단체 ‘원보이스 무브먼트’의 자금조달 의혹과 함께 오바마 대통령의 개입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이스라엘이 미국과 이란의 비공개 핵 협상을 염탐해 주요 정보를 협상에 반대하는 미 의원들에게 건넸다는 23일자 월스트릿 저널(WSJ) 보도가 나오면서 여야 갈등은 더욱 고조됐다.
존 베이너(공화·오하이오) 하원의장을 비롯한 의회 주요 인사들은 보도내용을 전면 부정했지만 논란을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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