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책도 영화도 과학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적인 효과나 재미를 위해서 과학을 무시하거나, 비틀거나 과장하는 경우도 많다.
고등학교를 다니는 딸이 학교에서 ‘파리대왕’을 배우고 있는데, 어느 날 노벨상이나 받은 작가치고 너무 엉터리라고 불평을 하는 것이다. 무인도에 고립된 아이들이 주인공 중 한 명인 피기의 안경을 이용해서 불을 피우는데, 그렇다면 그 안경은 볼록 렌즈이고, 볼록 렌즈 안경을 썼으니 피기는 원시인데, 원시 안경을 쓰게 되는 것이 학식 있는 것과 무슨 상관이냐는 것이다. 거기다가 피기는 안경을 벗으면 멀리 보지 못한다니 엉터리도 그런 엉터리가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어차피 사실적인 이야기가 아니니 상징을 만들기 위해서 무시하고 썼거나,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 하듯이 근시, 원시, 노안을 헷갈렸던 것일 거라고 웃었지만, 그 점에 대해 별다른 코멘트 없이 돌아가셨으니 작가의 진짜 의도는 읽는 사람 마음대로 파악하면 되리라.
요새 우리 가족이 빠져 있는 ‘마션’의 작가인 엔디 위어도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서 과학적인 사실을 가끔 무시했다고 고백했다. 그중 가장 치명적인 것이, 화성에는 대기가 너무 희박해서 폭풍이 아무리 심하게 불어도 살랑거리는 바람 정도로도 느껴지기 힘들다는 점을 무시하고, 모래 폭풍으로 인한 사고로 인해서 주인공이 화성에 고립되게 만든 점이라고 한다.
과학자인 작가도 그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모래 폭풍이 아니라 우주선 결함으로 인한 폭발로 바꿀까도 생각했었단다. 그러나 주제가 대자연을 상대로 인간이 이겨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라 화성의 대기 밀도를 무시하기로 결심했단다. 물론 지금은 화성의 흙에서 물까지 발견되는 바람에 옥에 티가 너무 많아져서 안타깝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옥에 티만 찾게 되면, 진정 작품을 즐기게 되지 못하는데, 요새 소셜 네트워크나 인터넷 기반의 글이나 사진, 동영상을 보면 옥에 티 찾기에만 너무 몰두하는 세태가 되어 버린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만들어진 작품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현상에 대해서도 너무 지엽적인 면만 따지곤 한다. 만화에서 납작해진 주인공이 부풀어 올라 다시 살아나도 왜 그러냐고 따지지 않는 것처럼, 좀 더 큰 눈으로 편하게 작품이나 세상이나 즐기며 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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