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을 두드리는 빗소리 때문에 잠을 깼다. 아아, 비구나. 드디어 비가 오는구나.
빗소리가 들려오니 따뜻한 이불속이 더욱 살가워 이불을 잡아다녀 목을 감싸본다. 언제 어느 영화에선가비가 오는 게 엄청 감격스러운상황에서 주인공이 밖으로 뛰어나가 하늘을 바라보며 온 몸으로비를 맞으며 빙글빙글 도는 영상같은 것이 떠오른다. 정말 오랜만에 비다운 비가 온다.
자연은 얼마나 불가사의 한가?봄인가 하면 여름이고 여름이 지나면 어김없이 가을, 그리고 겨울이 온다. 그 사이 밤새워 바람불며 폭풍이 부는 스산한 밤도 있고 눈을 들어 바라보면 현깃증이날듯, 이글대는 염천도 있다.
마른 가지에 순을 깨우는 바람이살랑살랑 다가와 코 끝을 간지르며 봄을 알리기도 하고 갑자기닥치는 어둠처럼 부쩍 짧아지는 낮 때문에 또 한해가 감을 느끼게도 한다.
올해는 극심한 가뭄이라고 잔디도 다 죽이고 채마밭도 쉬게했다. 그래도 섭섭해 집앞의 손바닥만한 공간에다 딱 여섯 그루고추를 심었다. 그리곤 열심히 설겆이 한 물을 모아 날라 주었다.
말 못하는 식물인데다 먹자고 키우는 거라 딱히 애처로울 것도없는데도 캘리포니아의 뜨거운햇살 아래 누렇게 비틀어지는 고추를 보면 안타까웠다. 지난 여름요세미티엘 가보니 계곡바닥의바위들이 마치 등뼈를 들어낸 상처받은 동물같고 폭포라 불리우던 것은 물 흐르던 자욱만 검게남아 있었다.
지구의 환경이 아슬아슬하게변하고 있단다. 올 겨울엔 엘리뇨 현상으로 비가 엄청 올꺼란다. 또 북극은 갈수록 점점 더워진다 하고 남극은 갈수록 더 추워진다 한다.
지구가 거꾸로 뒤집어 앉는 건 아닐까? 이게 바로 어른들이 말하던, 하늘과 땅이 뒤집히는 재앙을 말함이 아닐까?내 고향 한국은 이제 아열대 지방이 되었단다. 나는 그저 매일의 내 일상에 일어나는 일도 전부 이해하지 못하는 그릇이라 큰그림을 보지는 못하지만 정말 지구의 앞날을 걱정 안 할 수 없다.
얼마 전까지는 내 아이들의 안위때문에 그랬지만 이젠 손자의 미래도 생각 안할 수 없으니 이 노릇을 어찌 하랴.
갑자기 들이닥치듯 어느새 데이 라잇 세이빙이 지나고 낮이부쩍 짧아졌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행성, 그리고 그 지구라는 행성을 품에 안고 함께움직이며 생성과 소멸을 되풀이하는 우주는 정말 신비하다.
그 드넓은 공간에서 나름의 질서를만들어 가며 서로 공생하다 가끔은 폭발적인 충돌을 통해 사라지고 생성되는 혹성들.. 탄생도소멸도 결국은 동전의 양면과 같을 터이다. 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는 친구가 보름날 출근하면서오늘은 만월이라 사고 치고 다친환자 들 이많을 것이라고 한다.
달이 밝으면 평온한마음을 들쑤시는 에너지가 우주로 부터오나보다. 달의 크기가 밀물과 썰물을 만들고 가끔 우주 질서가삐끗하면 쓰나미도 오는데 그 휘황한 달빛 아래 사람들의 마음이 싱숭생숭 한 것은 당연한 일일 터.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 또한오늘 같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살다가도 느닷없이 나만 남겨놓고세월이 가는듯 무섭게 느껴질 때가 있다. 뻔히 알았는데도 가을은 느닷없이 닥친 것 같고 예고없이 날이 짧아진듯 하며 올해가 두달밖에 안남았다는 사실이생경하다.
이런 날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본다.‘ 장례식 다음날’ . 눈이라도 왔는가? 텅 빈 공간. 뿌우연 공기. 거리의 어떤 것도 설명하지 않고 가로등 하나, 그리고그 앞을 구부러진 몸을 지팡이에 의지해 힘겹게 한걸음 한걸음걷는 노인의 실루엣.
얼마나 소중한 누구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무거운 육신을 끌고 내 한몸 뉘일공간을 향해 걸어가는것일까? 그가 누운 창가엔 어둠이 덮힌 후다시 햇살이 밝아오고 꽃은 피고 또 지고 낙엽은 떨어지고 눈내리며 또 봄은 올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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