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방외국어대학 부채춤팀은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에서 근무하는 여학생들로 구성된다. 아침부터 하루종일 한국어 공부를 하고 각자 부대에 가서 군인으로서 할 일을 해야 한다. 그렇기에 부채춤을 연습한다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어를 잘해내고 싶은 열망과 부채춤에 대한 열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또 하나, 학생들 스케줄에 맞춰 연습시간을 조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다 보니 한명, 두명... 거의 개인교습에 가까운 수업을 지속해야 한다. 퇴근후 나혼자 막연히 학생들을 기다릴 때면 웬 고생인가 싶다가도 내가 이뤄내야 할 사명이자 내가 감당해야 할 숙명처럼 느껴지는 건 왜 일까?
혼자 연습실 장소인 체육관에서 안무를 점검해보고 편집한 음악을 익히면서 학생들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린다. 학생들과 개인교습을 거의 한달정도 열심히 하면 제대로 부채를 접고, 펴고, 돌고… 그런대로 부채춤팀을 잘 따라온다.
다함께 모이는 주말 연습시간도 아침 일찍 하고 싶지만 모처럼 쉬는 학생들의 주말아침 시간을 뺏을 수 없어서 낮12시나 1시쯤에 하게 되는데 이때 연습실까지 가려면 주말 관광지인 몬트레이를 찾아온 차량들의 정체를 감내해야 한다. 내 마음 같아선 오전 일찍 연습하고 싶지만 학생들의 상황을 헤아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학생들이 뭔가 이뤄내려는 도전정신과 자기와의 싸움에 박수를 보낸다. 그렇게 학교 체육관에 다같이 모여 부채춤 연습을 1시간가량 한다. 그중 좀 처지는 학생이나 잘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은 남아서 연습한다.
나는 적어도 2시간 정도를 연습을 계속한다. 단 한번도 쉬지 못하고 같은 동작을 수없이, 아니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한다. 그런데 행사 전날까지 서로 동작이 맞지 않아 연습을 반복하는데 행사 당일에는 신기하게도 부채춤팀의 합이 들어맞는다. 행사 전날까지 제대로 나오지 않던 연꽃 모양이 행사 당일에는 우아하고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절도있는 군인 여학생들이라 가능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수많은 시간 수고하며 흘린 땀이 보답해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무대에 올라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고 나면 그동안 고생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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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케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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