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 적응 어려운 8마리 고려
▶ 자유 대신에 2020년 이전키로

돌고래 보호구역의 상상도. 2020년까지 8마리의 돌고래가 이런 규모의 시설로 옮겨진다. [AP]

볼티모어의 국립수족관에서 방문객들이 돌고래들의 유영을 구경하고 있다. [Bloomberg]

볼티모어 수족관의 돌고래 체사픽(왼쪽)과 갓 태어난 그의 아기 돌고래. 8년전 자료사진이다. [AP]
■ 볼티모어 국립 수족관, 돌핀 보호구역 첫 조성계획
볼티모어의 명물 중 하나인 국립 수족관(National Aquarium in Baltimore)의 돌고래들이 해안가의 보호구역으로 터전을 옮기게 될 전망이다. 수년간 과학자들이 돌고래의 행동 습성에 대해 연구해온 결과와 동물보호 운동가들이 감금된 돌고래의 생태 파괴를 수도 없이 항의해온 운동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볼티모어 내셔널 아콰리움은 14일 이러한 결정을 발표하고, 새로운 보호 서식 환경은 미국에서는 최초로 만들어지는 돌고래 보호구역이 될 것이며, 그곳으로 돌고래들을 옮기는 이동 프로젝트가 완전히 이루어지는 것은 2020년 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코끼리와 침팬지 등을 비롯한 일부 동물들을 위한 보호구역이 조성된 적은 있지만 돌핀을 위한 보호구역이 만들어지기는 북미에서는 처음이자 유일한 일이다.
이러한 변화는 수족관 관계자들이 지난 5년간 어떻게 하는 것이 동물들의 복지를 위해 좋은 일인지 여러 가지 옵션을 놓고 연구하고 논의해온 결과다. 이 수족관은 돌핀이 사람들을 위해 보여주던 묘기 공연을 2012년 중단했다. 그러나 방문객과 여행객들은 돌핀들이 수족관에서 지내며 놀고 있는 모습을 구경할 수는 있다.
현재 내셔널 아콰리움에는 7세부터 44세까지 총 8마리의 애틀란틱 큰돌고래가 있다. 그중 1마리는 1972년 포획해 이곳에서 기르고 있으며, 6마리는 수족관에서 태어났다. 나머지 한 마리는 올랜도 시월드 태생이다. 돌고래들의 서식지 이전을 위한 적당한 장소를 탐색하기 위해 수족관 팀은 플로리다와 카리브 해의 해양조건을 평가하고 있다. 새로운 보호구역은 당연히 수족관보다 거주 공간이 훨씬 크고, 어류와 해양식물 등 천연 자극제들이 다양 서식하고 있어서 돌고래들을 단계적으로 적응시키기에 좋을 것으로 보인다.
수족관에 있던 돌고래들은 보호구역으로 풀려나기는 해도 계속해서 사람들의 보호와 관리를 받게 된다. 수족관에서 살아온 8마리의 돌고래 가운데 오직 한 마리만 바다에서 살아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정도만 돼도 해양 포류동물인 돌고래들에게는 대단한 환경의 개선이 될 것이다. 돌고래들은 감금돼있을 때 심리적인 손상을 겪고 공격적인 행태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내셔널 아콰리움의 CEO 존 라카넬리는 새로운 결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는 돌고래를 위한 바닷가 해수시설이라든가, 수익을 창출하지 않는 돌고래의 프로그램에 대해 논의된 적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돌고래들의 삶과 필요조건들을 우선시하는 기준을 세웠으며, 이것은 이제껏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특별한 일이 될 것이다”국립 수족관의 해양동물 파빌리온은 지난 25년간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는 지역 명소로 운영돼왔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이 결정은 수족관의 철학과 이념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비영리 해양 보호기구로 운영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결정은 또한 동물 복지 운동가들의 승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은 지난 수년간 포획돼 갇힌 동물들의 복지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이에 반대하는 대중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해왔다. 다큐멘터리 ‘블랙피시’(Blackfish)는 해양공원 산업에서 오르카(killer whale)들을 포획하고 다루는 비인도적인 행태와 고래들이 저지르는 돌발적인 파괴 행동(심지어 살인)을 다루고 있는데, 이 영화가 돌고래와 쇼 공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과학자이면서 고래 보호지역 프로젝트(Whale Sanctuary Project)의 회장이기도 한 로리 마리노 “이것은 정말 파격적인 결정”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 결정들이 동물들의 복지를 엄청나게 개선시킬 것이며, 지금까지 오랫동안 수족관의 놀이광대로 살면서 거부되어온 동물들의 자의식을 조금이나마 회복시키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수족관 운영자들은 새로 지을 보호구역에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하고 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자선기금에 의존하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한편 수족관 측은 굉장한 사건이 될 돌고래 이전 과정을 일반 사람들이 지켜볼 수 있도록 공개할 예정이다. 돌고래들이 헤엄쳐 이동 유닛을 드나드는 법을 배우는 모습, 크레인으로 들어올려져 부두에 내려지는 광경, 그리고 생애 처음으로 수족관 밖의 세상에 나온 돌고래들이 임시 야외 탱크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는 모습들을 모두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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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고래의 신비한 세계
인간과 비슷한 지능언어 쓰며 떼 지어 서식
과학자들에 따르면 돌고래들은 아주 영리해서 그들만의 서식지에서 자유롭게 자신들의 감정을 표현하며 살 수 있어야 한다. 또 20-50마리가 떼 지어 서식하는 사회적인 동물이라 서로 밀접하게 무리지어 살아가는 것이 필수적인 복지의 조건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수십 년에 걸친 연구 결과 돌고래가 인간과 거의 동등한 수준의 지능을 갖고 있으며 지성과 감성을 갖고 있고, 언어도 사용하는 자의식을 가진 개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대표적인 뇌과학자 로리 마리노 박사는 지금까지 고래목 동물의 뇌해부와 진화, 돌고래와 영장류 동물의 비교지능, 자의식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8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돌고래들이 사고할 줄 알고, 추상적 개념을 이해하며,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도 있으며, 인간이 이름으로 서로 구분하는 것처럼 각자 자의식을 갖고 다른 개체를 구분하기도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리노 교수의 2001년 돌고래 자의식 논문 발표 이후 미국 학계에서는 인간과 돌고래 사이의 지능에 관한 논쟁이 10년 가까이 뜨겁게 계속됐으며, 마리노 교수는 돌고래들이 인류 다음으로 뇌가 발달한 동물이라고 결론지었다.
토마스 화이트 철학교수는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돌고래들이 단지 인간과 비슷한 것뿐만이 아니라 인간과 동등하거나 최소한 '사람이 아닌 인격체'로 대접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 영국, 브라질, 칠레 등의 국가에서는 돌고래를 사육하고 쇼를 시키는 수족관이 법적으로 금지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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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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