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룻 구입비 1만1천달러
▶ 장교 사교모임 연주 등

미육군 군악대가 버지니아 주 포트 마이어에서 열린 트와일라잇 타투 행사에서 연주하고 있다.

군악대에는 마칭 밴드뿐만 아니라 록, 재즈, 컨추리 등을 연주하는 밴드도 있다. 조지 월트마이어 하사가 기타를 조율하고 있다.

선임준위 제러마이아 케일러가 재즈앙상블인 미육군 블루스를 지휘하고 있다.
■ 연방하원, 지출내역 제출 등 규제법 통과
미국에 얼마나 많은 군악대가 있는지, 여기에 들어가는 국방예산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지난 주 뉴욕타임스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연주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미국 군악대의 예산을 연방의회가 삭감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 의하면 미국방부 펜타곤이 전세계에서 운영하고 있는 군악대는 350여개에 이르고 약 6,500명의 연주자들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는 관악과 드럼으로 구성된 전통적인 마칭 밴드뿐만 아니라 군대 록밴드도 있고 밀리터리 재즈 앙상블도 있으며 컨추리 음악을 연주하는 블루그래스, 심지어 버진 아일랜드에는 칼립소 밴드 군악대도 있다. 이 모든 군악대에 들어가는 비용은 지난 해에만 4억3,700만달러로, 예술진흥기금(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_의 3배나 되는 돈이다.
지난 달 연방하원은 모든 군악대로 하여금 활동과 지출에 대한 자세한 내역을 제출할 것과 언제어디서 연주할 지를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을 발의한 사람은 마르타 E. 맥샐리 하원의원(공화, 애리조나). 그녀는 과거 공군 전투기 조종사였는데 최근 몇 년새 군악대의 지출비용이 계속 증가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플루트 구입비용 1만1,000달러, 튜바 1만2,000달러, 이런 식이다. 공군에는 전투기 비행사와 항공기 관리사 부족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말이다. 군악대에 들어가기 위해선 푸시업을 할 줄 알고 총쏘는 기본훈련과 오디션만 통과하면 되기 때문이 명문 음대 출신들도 줄을 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민들이 군악대 연주를 좋아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아마도 군대로부터 원하는 것이 음악보다는 방위가 우선일 것”이라고 맥샐리 의원은 말했다.
미군은 그동안 군악대를 고수하기 위해 확고한 태도를 보여왔다. 음악은 군에서의 사기진작과 연맹국과의 관계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수석 지휘관들과 음악인들은 군악대는 평화 유지에 필수적이며 유지비용에 비해 얻는 것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을 보기 전에는 음악이 군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수 없다”고 라이언 카슨 상사는 말했다. 카타르의 도하에서 공군 록밴드 ‘맥스 임팩트’를 이끌고 있는 카슨 상사는 5명으로 구성된 그의 밴드가 최근 이집트, 요르단, 쿠웨이트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연주하면서 현지 아랍인들이 좋아하는 노래들은 물론 저니(Journey)와 본 조비(Bon Jovi) 같은 정통 미국 록음악도 연주해 인기를 끌었다며 이런 활동들이 미군과 미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에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물론 연방의회가 군악대를 아주 없애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전반적인 국방 예산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군악대의 지출 경비는 오히려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것이다. 어떤 군악대들은 군과 전혀 관계없는 경연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여행을 가는가 하면 어떤 밴드들은 유료 페스티벌에 참가해 무료로 연주해주기도 한다.
공군에 26년간 복무했던 맥샐리 의원은 국가의 이익과 관계없는 공연을 너무 많이 보았다고 말했다. 어떤 앙상블들은 장교들의 사적인 모임에서 연주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녀가 간부후보생이던 시절, 군인이 아닌 전문 음악인들로 구성된 공군사관학교 군악대는 매일 학생들이 점심식사하러 가는 행렬을 위해서 연주했다고 한다. 전쟁터에 나갈 군인이 충분하지 않은 이 시대와 상황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결코 이해할 수 없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가 발의한 법안은 유료행사이거나 대중에 개방되지 않은 소셜 이벤트에서는 군악대가 연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군악대 예산을 삭감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여러번 있었다. 2011년 베티 맥컬럼 하원의원(민주, 미네소타)은 당시 3억2,500만달러의 예산을 2억달러로 제한하자는 법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통과하지 못했고 다음해 그녀가 또다시 발의했을 때는 군악대 경비가 3억8,800만달러로 불어나있었다.
현재 더 불어난 4억3,700만달러도 사실 전체 국방예산 6,000억달러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국방부 지도자들은 의회가 군악대라는 작은 부분을 물고 늘어지는데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군에서는 지난 수년간 군 기지들의 폐쇄를 상정했고 그것이 통과되면 일년에 20억달러 이상의 경비가 절약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회는 정치적으로 골치 아픈 발의안에 대해서는 나서지를 않는다. 의원들이 자기 지역구에서 잡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군악대를 둘러싼 갈등과 분쟁이 현대의 문제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남북전쟁이 시작됐을 당시 연방군 연대들은 각기 50명으로 구성된 호화 밴드를 만들었다. 때로 여러 연대들이 대규모 야영지로 모여들곤 했는데 이때의 못브을 한 연방군 밴드매스터는 “수많은 음악소리들이 빚어내는 혼란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쓰고 있다.
1862년에 연방군에는 1만5,000명에 달하는 밴드 단원들이 소속돼있었고, 육군장관이 밴드의 규모를 제한하라는 명령을 내림으로써 나팔수와 트럼본주자 등 수천명의 연주자들이 육군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1927년 의회가 군악대원들의 급료와 계급을 올리는 문제를 논의했을 때는 한 상원의원은 많은 군 지도자들이 밴드를 귀찮은 존재로 여긴다며 청문회를 개최했다. 그런데 이 청문회의 첫 번째 증인이 다름 아닌 존 필립 수자(John Philip Sousa)였다. ‘성조기여 영원하라’(The Stars and Stripes Forever)의 작곡가이며 각종 행진곡의 왕인 그는 “고대로부터 역사상 모든 위대한 군대는 음악의 힘에 크게 의존했다”는 점을 역설했다.
“밴드 없이 전쟁에 나간 어떤 국가도 이길 가능성이 없다. 군인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싸우게 만들려면 음악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요즘에야 군대들은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전장터로 향하지만 그렇다 해도 군에서 행해지는 각종 예식과 장례식에는 아직도 군악대가 동원된다.
의회의 움직임에 자극을 받은 미군 당국은 최근 들어 자체 삭감을 시도하고 있다. 의회가 처음 삭감 발의안을 냈던 2011년 육군은 밴드 주자 600명을 감축했고 2019년까지 270명을 더 줄일 계획이다. 해군과 해병대는 2개의 밴드를, 공군은 3개 밴드를 감축했다.
밴드의 숫자를 줄인다고 해서 예산이 줄어들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밴드 숫자가 줄어들면 남아있는 연주자들이 더 많이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군악대 비용의 90%는 인건비에 사용된다.
감축이 있더라도 군악대의 역할이 축소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백악관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의 연주뿐만 아니라 오지의 기지들에서도 군악대의 음악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 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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