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살·타살·사고·원인규명도 못해
▶ 벽지 마을에서 인구 12만 백인도시로 나와 외로운 생활
캐나다 온타리오 주 선더베이에서 하이스쿨에 다니던 그들은 여러 개의 호수와 숲으로 격리된 벽지의 작은 원주민 마을에서 온 10대들이었다. 상대적으로 도심지였던 선더베이 ‘유학’은 그들이 고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그러나 교육 대신 그들을 덮친 것은 죽음이었다.
2000년부터 지난 10여 년 동안 재스로 앤더슨, 커런 스트랭, 레지 부시, 카일 모리소, 그리고 조던 와바스의 시신이 하나씩 하나씩 선더베이 대형 곡물창고와 쇼핑몰들과 철도를 따라 레이크 수피리어 호수로 흘러가는 강의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다른 두 원주민 학생인 로빈 하퍼와 폴 파나키즈는 인구 12만1,000명의 이 백인도시 선더베이의 다른 곳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
원주민 지도자들과 죽은 학생들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증오범죄에 희생되었을 것으로 의심하며 오랫동안 수사를 촉구해 왔다. 그러나 그들의 죽음은 지난해 온타리오 검시국이 조사를 시작할 때까지는 일반에 거의 알려지지도 않았다.
금년 6월 조사결과를 발표한 검시국의 조사단은 몇 개월에 걸친 증언에도 불구하고 4명 학생의 사인은 결론지을 수 없으며 나머지는 사고사라고 밝혔다.
그동안 자살이 전염병처럼 번지는 등 캐나다 원주민들의 수많은 비극들과 달리 이번 희생자들은 하나의 공통분모로 엮여있다 : 모두가 벽지 마을에서 온 10대들이었다. 또 모두가 민간 하숙집에 머물러야 했다. 14세부터의 어린 학생들에겐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외로운 생활이었다.
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이번 조사는 그러나 취약한 인구에 대한 캐나다의 교육정책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캐나다가 자부하는 포용정책에도 불구하고 인종적 구분이 원주민을 전체 사회로부터 분리시키고 있다는 증언이 강하게 제기된 것이다.
“여기엔 인종주의가 존재한다. 고향에서 한 번도 인종주의를 경험 못했던 아이들에겐 이해하기조차 벅찬 일”이라고 선더베이의 한 고교에서 원주민 지원 팀을 담당하고 있는 새라 브래디 교사는 말했다.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죽은 학생 카일 모리소와 로빈 하퍼는 인구 300명에 불과한 키웨이윈 마을에서 왔다. 그 마을에서 2명의 고교생이 죽었다는 것은 선더베이에서 700명 고교생이 죽은 것과 같은 비중이라고 보고서는 비유했다.
카일 모리소의 죽음은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의 도약 실패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가족을 파멸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카일은 마을에서 유명했다. 3대째 내려오는 예술가 집안의 차세대 주자였다. 작고한 할아버지 노발 모리소는 캐나다에서 가장 저명한 원주민 화가 중 한명이었고 아버지 크리스찬 모리소와 아들 카일이 그린 원주민 신화를 주제로 한 작품도 오타와 등의 화랑에서 인정받으며 팔리고 있었다.
그러나 카일의 죽음이후 크리스찬의 결혼은 파탄이 났고 집은 화재로 불타 버렸으며 그는 매년 토론토로 그림을 그리러 가지 않을 때는 곰팡이로 얼룩진 한 폐가에서 살고 있다.
그는 미술품 소장가와 만나기 위해 토론토로 가는 길에 선더웨이에 들러 아들 카일을 만났던 일을 되풀이해 생각한다. 2009년 10월의 밤이었다. 호텔방에서 카일은 아버지에게 키웨이윈 마을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다음날 “이겨내 보겠다”고 약속하며 마음을 바꿨다. 그리고 한 달이 채 안되어 카일은 죽은 채 발견되었다.
모리소는 그 이후 계속 번민해왔다고 털어 놓는다 : 카일은 왜 마음을 바꾸었을까…발견된 카일의 몸에는 상처들이 나 있었다. 조사에서는 다른 원주민 학생 한명이 백인청년들에게 구타당해 강물에 던져졌던 사례도 보고되었다. 원주민들의 자살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카일은 자살하지 않았다고 아버지는 단언한다.
보고서는 카일의 사망원인을 ‘미확인’이라고 표기했다. 사망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모리소(46)는 “창조주만이 알 것이다. 누군가가 무언가를 알지 모르지만 결코 나와서 말해주지 않을 것이다. 아마 이제 나서기엔 너무 늦었을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원주민 교육은 캐나다의 가장 골치 아픈 이슈의 하나로 알려지고 있다. 1800년대 말부터 시작되어 100여년 동안 계속되었던 원주민 자녀에 대한 초기 교육정책은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강제로 격리되어 대부분 가톨릭교회에서 운영하는 기숙학교에 보내졌던 원주민 학생들은 신체적·정신적·성적 학대에 시달렸다. 지난해 캐나다 전국 진실 및 화해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는 그것은 교육이 아니라 “문화적 학살”이었다고 결론지었다.
오늘날 캐나다 교육예산은 주정부와 로컬정부의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연방정부는 보호구역 내 거주 원주민의 교육비만을 책임지고 있다. 그 결과 교육예산의 격차는 상당히 심하다. 선더베이 가톨릭 운영 고교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2만7,000 캐나다 달러인데 비해 사망 원주민 학생들이 재학하던 고교의 경우 배정된 예산은 학생 1인당 1만1,000달러에 머물고 있다.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학교 측은 학생들이 보호받으며 생활할 수 있는 기숙사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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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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