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의 신간이 지난 주 토요일 밤 12시에 출간됐다. J. K.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었던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이 출간된 지 7년 만의 발표이며, 이 책에는 37살이 된 해리 포터가 마법부의 격무에 시달리는 모습이 그려졌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그냥 평범한 뉴스였는데 정작 문제는 우리 큰 아들이 해리포터를 매우 사랑한다는 사실이다. 일곱살 때 처음 읽기 시작해서 모르긴 몰라도 전 시리즈를 10번씩은 읽었을 것이다. 하긴 마법 학교에 다니는 세 아이의 이야기라니… 해리포터가 문학적으로도 높이 평가되는 책이긴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시리즈가 된 것은 흥미진진한 소재 덕분이라 생각한다.
남편과 아들은 출간 뉴스를 처음 접한 한달 전부터 들떠 있었다. 자정에 출간이니 한시간 전에 서점에 가서 기다리자고 의견을 모으는 것 같았다. 나는 저 둘이 저러다 말겠지… 하고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남편은 아이가 이런 이벤트를 좋아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본인이 계획한 이벤트를 통해 아빠의 특별함이 돋보이기를 원했다. 전체 그림에 내가 배제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사실 나는 그들의 계획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라면 푹 자고 다음 날 아침 집에서 가까운 타겟으로 가 줄 안서고 책을 사거나, 아마존에서 온라인 주문하는 쪽을 선택했을 것이다. 분명 내 선택이 더 효율적이다. 9시면 골아 떨어지는 아이를 데리고 무슨 짓인가. 나의 의견을 이야기는 해봤지만 별 반응은 없었고, 대책 없이 낙천적인 아빠와 아들이 낄낄대며 서로의 다짐을 확인하는 모습만 몇번 포착 되었다.
여기서 잠깐 경영학에서 말하는 제품 수명 주기이론을 보자. 하나의 제품이 시장에 등장하면 사라지기까지 도입-성장-성숙-쇠퇴의 일정한 과정을 거치며, 제품 수명 주기에 따라 마케팅 활동이 달라진다. 일단 제품이 성숙기에 들어서면 매출 성장률이 둔화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기업은 전략적으로 제품의 가격을 낮춰 판촉하게 된다.
조금만 기다리면 가격도 떨어질 텐데… 출시 전부터 상점 앞에 줄을 서 있는 얼리어답터들은 물론이고, 학창 시절 인기 가수의 새 앨범을 사러 새벽부터 진을 치고 있었던 친구들도 시간 낭비를 하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까웠는데 웬걸, 우리집에도 두 사람이나 있었던 것이다.
당일 저녁, 아들은 책을 읽으며 잠을 쫓고 있었고 정작 아빠가 잠이 들기 시작했지만, 출발 시간이 가까워 오자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놀랄만한 정신력으로 일어나 아들을 챙겼다. “조심해서 다녀와… 애가 피곤해 하면 그냥 오고...” 라고 뒤통수에 대고 이야기 했지만 귀담아 듣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빠와 아들은 밤 11시부터 기다려 새벽 1시쯤에야 책을 사서 싱글벙글 돌아왔다. 가보니 마법사 복장을 한 해리 포터 팬들이 서점 가득 파티를 하고 있었고, 줄이 길어 자정을 훨씬 넘기고서야 책을 살 수 있었으며, 심지어 스페셜 에디션이라 정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샀다며 잠 못자고 기다리던 나에게 자랑스럽게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나는 앞으로도 효율적인 선택을 할 것 같다. 제품 수명 주기가 성장기를 거쳐 제품의 성능에 확신이 들고 가격이 합리적일 때…. 하지만 아이는 좋아하는 책을 사기 위해 아빠와 밤 늦게 줄을 서서 기다린 추억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자기 옆에서 같이 흥분해 주던 아빠와의 어린 시절에 아련한 향수를 느낄 것이다. 아빠의 판단이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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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 조 / 마케팅 교수·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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