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손학규·안희정··· 현재 야권 잠룡만 9명
▶ 세대교체 바람 등 미지수, 내년에야 윤곽 드러날 듯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지난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 <연합>
“문재인 전 대표인가?, 안철수 전 대표인가? 아니면 제3의 다크호스인가?”
요즘 ‘내년 대선에서 누가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가 될까’를 묻는 사람들이 많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선출로 여권의 대선후보 경선 윤곽이 먼저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친박계의 당 지도부 장악으로 여권의 유력 후보는 ‘친박계가 반기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인가? 아니면 의외의 다크호스(dark horse)인가?’로 압축됐다.
그러면 야권의 예선전 결과는 어떻게 될까? 이를 예측하려면 먼저 잠룡들의 현재 지지율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한국갤럽의 8월 둘째 주 정례조사(1,004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반기문 총장(28%)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16%)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8%)가 1, 2, 3위를 차지했다.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6%) 오세훈 전 서울시장(5%)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4%)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3%) 이재명 성남시장(2%) 순이었다.

손학규 전 상임고문.
리얼미터 등 다른 여론조사기관의 주간 조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알앤써치가 실시한 8월 셋째 주 정례조사(1,011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에서는 여야 대선주자 12명 중 안희정 충남지사(4.3%)와 김부겸 더민주 의원(2.4%)이 각각 6위, 10위를 기록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현재 지지율만 본다면 야권의 대선주자 경쟁 구도는 1강(문재인) 1중(안철수) 다(多)약 (박원순 손학규 김부겸 안희정 이재명)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추가할 수 있는 잠재적 주자로는 정운찬 전 총리와 김종인 더민주 대표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면 9룡 중에 현재 ‘대세론’ 갑옷을 입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의 강세가 계속될 것인가? 이에 대해선 두 갈래 엇갈린 전망이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대세론은 끝까지 이어졌다. 두 사람은 각각 1992년, 2012년 대선 당시 당내 경선에 이어 본선에서도 ‘대세’ ‘대안 부재’를 관철시키면서 대권 고지에 안착했다.
반면 ‘언더독’(underdog)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부터 역전극을 펼치고 본선에서도 대세론을 꺾은 사례들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당시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순회 국민경선에서 노풍(盧風)을 일으키며 이인제 대세론을 꺾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어 본선에서도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켜 한나라당의 이회창 ‘대세론’을 누르고 당선됐다. 대선을 1년 반 앞둔 시점에 지지율이 5~6%에 그친 노 전 대통령은 당초 20% 지지율에 육박했던 이인제 최고위원을 이기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대선 1년 반 전인 2006년 6월에는 지지율에서 3등에 머물렀다. 당시에는 박근혜 의원과 고건 전 총리가 선두를 놓고 각축을 벌이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는 서울시장 퇴임 후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그해 10월 초 추석 전후에 선두로 올라섰다.
과거 사례로 볼 때 현재 야권에서 선두를 달리는 문재인 전 대표가 ‘외연 확장 한계론’에도 불구하고 야권의 유력 후보가 될 개연성이 적지 않다. 지난 대선 당시 48%의 득표율과 1,469만표 득표는 그의 잠재력을 잘 보여준다. 문 전 대표의 강고한 야권 지지층은 과거 3전4기 끝에 당선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례를 연상시킨다는 얘기도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줄곧 한계론과 비토론에 시달렸음에도 결국 여권 분열(이회창-이인제 후보) 속에서 DJP연대를 통해 승리를 거뒀다. 따라서 문 전 대표도 대권 고지에 오르기 위해선 ‘2% 부족’의 꼬리표를 떼어내고 중도로 외연을 넓히기 위한 특단의 연대 전략과 정책을 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재인 대세론이 실패할 경우에는 우선 안철수 전 대표가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후보 사퇴를 했던 안 전 대표는 올해 4월 총선 전후까지만 해도 지지율에서 문 전 대표와 선두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반기문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 시사 이후 반 총장과 지지층이 겹치는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이 잠식되기 시작했다. 또 국민의당이 제3당으로 확인되고 당내의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 파문에 휩싸이면서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더 주춤거렸다. 하지만 앞으로 정치권 재편에 따라 안 전 대표 지지율이 반등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문재인 대세론, 안철수 대안론도 탄력을 받지 못할 경우에는 제3의 주자가 부상할 수 있다. 후보군으로는 박원순 서울시장, 손학규 전 상임고문, 김부겸 의원,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정운찬 전 총리, 김종인 더민주 대표 등이 있다.
박원순 시장은 2014년 재선 이후 한때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선두를 달린 적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상승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경선 레이스가 본격화돼 ‘시장’ 족쇄에서 벗어나 정치적 목소리를 높이고 정책 능력을 보여준다면 지지율 재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전남 강진의 토굴에 머물고 있는 손 전 고문은 9월쯤 정계 복귀를 선언한 뒤 더민주 잔류, 국민의당 입당, 독자 노선 등 세 갈래 길을 놓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그가 국민의당에 입당해 안철수 전 대표, 정운찬 전 총리 등과 함께 경쟁할 경우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연출할 수도 있다.
세대교체 바람이 불 경우에는 충청권의 안희정 지사나 대구 출신의 김부겸 의원 등이 급부상할 수도 있다. 만일 여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젊은 주자가 떠오를 경우 야권에도 세대교체 태풍이 거세게 불 수 있다. 문재인 대세론이 벽에 부딪칠 경우 친노그룹 상당수가 안 지사를 대체재로 생각할 수 있다는 얘기들도 나온다. 김 대표는 대표에서 물러난 뒤 직접 대선주자로 나서거나 다시 킹메이커 역할을 하는 방안을 놓고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 9룡의 승부 윤곽은 내년 봄 경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내년 가을 야권후보 단일화 성사 여부에 따라 야권의 유력 후보는 1명이나 2명으로 압축된다.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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