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명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에 도쿄 방문 기념사진을 올리면서 일본 전범기를 함께 올려 구설수에 올랐다. 전범기 자체도 문제지만 하필이면 그 사진을 올린 날이 8.15 광복절이었기 때문에 사회적인 지탄을 받았고 결국 본인이 출연하던 예능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되었다.
또 다른 아이돌 그룹의 멤버도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 인물 사진을 보고 해당 인물의 이름을 맞추는 게임을 하면서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보고 긴도깡 (김두한의 일본식 발음) 혹은 이토 히로부미 라고 오답을 제시하면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비단 아이돌뿐만 아니라 다른 방송인들의 말실수도 매년 한두 건씩 반복되곤 한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방송인들이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대체 역사 인식이 있는 거냐’며 이들의 무지와 실수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 강하게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6.25 한국전쟁과 8.15 광복이 몇 년도였는지 물어보면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어릴 적에 종종 흥얼거리곤 했던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1989년 발표)’의 위인들 이름을 반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쯤 되면 한국의 교육정책을 문제 삼지 않을 수가 없다. 2005년부터 국사는 필수과목이 아닌 선택과목이 되었다. 외울 거리가 많은 국사보단 다른 과목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반만년 역사의 반도 국가라 굵직굵직한 전쟁과 정변은 또 얼마나 많았는지. 을사조약 을미사변 등 비슷비슷한 이름의 사건들은 년도는 고사하고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도 헷갈릴 때가 있다.
얼마 전 방영된 무한도전 LA편에서는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놀러온 멤버들에게 갑작스레 도산 안창호 선생의 발자취를 소개하며 시청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일제에 맞서 미국 LA를 근거지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해외 교민들을 응집시키는데 앞장섰던 안창호 선생에 대해서 잘 몰랐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된 순간이기도 했다.
역사 인식을 갖자는 것은 굳이 한국 역사에 국한하여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에 뿌리내리고 사는 한인으로서 혹은 미국사회에 동화되어 지내는 유학생이나 직장인으로서 미국의 역사를 잘 아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또한 기회가 된다면 세계사를 잘 아는 것도 곳곳에서 일어나는 여러 정치적 종교적 사회적인 상황을 다각도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미술관에 가보면 사회상을 담고 있는 그림이 많다. 시대적 상황을 알고 그림을 보면 작가가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고 하는지 훨씬 잘 느껴진다. 그림뿐만 아니라 유물과 관습이나 가치관들도 대부분 아는 만큼 이해의 폭이 넓어지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무슬림 여성들이 쓰는 부르카에 대해 탐탁하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예전 조선시대 규수들도 바깥 외출 시 장옷을 써서 머리카락과 얼굴이 드러나지 않도록 했다. 부르카가 좋다 안 좋다를 떠나서 종교와 문화가 판이한 나라들에서 꽤 비슷한 관습을 발견하고 놀라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다른 전문서적은 많이 읽으면서도 고등학교 이후로 위인전이나 역사책을 읽은 적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직장을 다니면서부터는 가볍게 웃으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예능이나 드라마 프로그램을 더 많이 찾은 것이 사실이다.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에는 오랜만에 위인전을 한 두권 읽어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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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정/ 아마존 선임 프로덕트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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