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웨딩드레스에 맞는 구슬·레이스 장식, 이름·날짜 수놓아
▶ 특별주문 스니커즈 800달러까지… 밀레니얼 세대에 인기

푸른색 나이키를 신은 신부 리사 블랭크와 검은색 나이키 가죽신발을 신은 신랑 피터 얼릭이 리셉션에서 앉아있다. <사진 Abby Rose>
웨딩마치가 울리는 가운데 눈부신 흰색 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입장하고 있다. 그런데 살짝 들어올린 드레스 밑을 보니 흰색 하이힐이 아니라 알록달록한 운동화를 신고 있다. 기성세대의 하객들은 깜짝 놀라지만 밀레니얼 세대 친구들은 재미있어 하며 사진 찍기 바쁘다.
결혼식에서 하이힐 대신 운동화를 신는 신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요즘 결혼식장에 가보면 전통적인 롱 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테니스화를 신고 걷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것도 흰색이 아니라 형형색색의 운동화다. 어떤 신부는 운동화에 자기 이름과 결혼 날짜를 수놓기도 하고, 드레스와 매치되는 구슬과 레이스로 장식한 운동화도 볼 수 있다.
직장에서나 개인 여가시간에나 편안한 패션, 캐주얼 드레스코드를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여성들은 웨딩드레스조차 편하게 코디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직장에서 청바지를 입는 여성들이 결혼식에서 운동화를 못 신을 이유가 없다”고 뉴욕 클라인펠트 브라이덜의 대표 로니 로스타인은 말한다.
이같은 트렌드는 패션 업계의 영향도 크다. 2014년 칼 라거펠트의 오뜨 꾸뛰르 컬렉션에서 한 모델이 신부 드레스를 입고 러닝화를 신은 채 런웨이를 걸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케즈와 케이트 스페이드 뉴욕이 디자인한 반짝이 스니커즈. <사진 Keds>
요즘 신부들은 여러 브랜드의 스타일리시 스니커즈를 선택할 수 있다. 엣시(Etsy), 빌 블라스(Bill Blass), 케즈(Keds), 콘버스(Converse), 토리 버치(Tory Burch) 등이 있으며 굽 높은 운동화를 원하면 척 테일러스(Chuck Taylors)도 있다.
“결혼식 날은 12~15시간 동안 서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하이힐은 고역이지요”라고 웨딩비닷컴의 편집국장 캐시 슈로켄스타인은 말한다.
클라인펠트 브라이덜의 작업실에서는 17명의 직원들이 드레스에 구슬을 달고 있다. 요즘 신부 운동화에는 웨딩 가운과 매치되는 구슬과 레이스를 다는 일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드레스에 장식이 많으면 운동화에도 장식이 많아진다.
2012년 랜초 쿠카몽가에서 결혼식을 올린 카산드라 아렐라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처음에는 우아한 하이힐을 신으려고 했어요. 약혼기간이 2년이나 돼서 시간 여유가 많았기 때문에 이것저것 찾아보러 다녔는데 마땅한 게 없는거에요. 그러다보니 하이힐을 신으면 발이 너무 아플거라는 생각도 들고 해서 어느 날 결심했죠. 보라색 콘버스 운동화를 신으면 훨씬 더 귀여울거야 라고 말이에요”
아렐라노는 온라인으로 콘버스 스니커즈를 주문했다고 한다. 100명의 하객은 처음에 롱 드레스에 가려있는 그녀의 운동화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댄스 플로어에 올라가 드레스를 들어올리고 춤을 추기 시작하자 그때서야 운동화는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보라색 콘버스 운동화를 신은 신부 제니퍼 콘트레라스(가운데)와 회색 콘버스 운동화를 신은 둘러리들. <사진 Jason Burns>
제니퍼 콘트라레스는 2014년 샌디에고에서 결혼할 때 콘버스 스니커즈를 커스텀 오더했다. 편하게 결혼식을 치르고 싶었기 때문이다. 신발 뒤쪽에 ‘미시즈 콘트레라스’라고 수놓아진 운동화는 처음에 드레스에 가려져 안 보였으나 나중에는 모든 하객이 볼 수 있었다.
그녀의 들러리들도 모두 회색 콘버스를 신었고, 신랑은 밴스(Vans) 운동화를 신었다. “남편은 키가 큰 편이 아니라서 내가 힐을 신으면 더 커지게 되지요”그러나 이런 트렌드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다. TLC 쇼의 호스트 랜디 페놀리에게 웨딩드레스에 운동화를 신는다는건 경천동지할 일이다.
“모양이 떨어지는 일이죠. 웨딩가운은 원래 편한 옷이 아니에요. 파자마나 스웻 수트처럼 편한 옷이 아니란 말입니다. 운동화라니 말도 안되요. 힐을 신고 걸어야 훨씬 섹시하죠. 스니커즈를 신으면 걸음걸이가 평평해진답니다”
2년전 디트로이트에서 결혼한 리사 블랭크는 식장에 걸어 들어갈 때는 힐을 신었다. 정말 여성적인 신부가 된 것처럼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이 끝나자마자 힐을 벗어던지고 남편 피터 얼릭이 사다준 푸른색 나이키로 갈아 신고 리셉션을 편안하게 즐겼다.
청첩장에는 드레스코드가 블랙 타이 정장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운동화를 신고 춤을 춘 사람은 신부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엄마, 아버지, 신랑 들러리들, 심지어 밴드 악단까지 신랑신부의 요청에 따라 운동화를 신었다. 취미로 나이키 운동화를 수집하는 신랑 얼릭이 결혼식이 열리기전 친구들에게 “나이키 환영”이란 이메일을 보냈던 것이다.

마크 주니노가 디자인한 ‘수퍼가’(Superga) 스니커. <사진 Alex Wroblewski>
콘버스나 케즈, 나이키 같은 운동화는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그러나 커스텀 메이드 스니커즈를 오더하면 가격이 훨씬 올라간다. 클라인펠트 브라이덜의 경우 마크 주니노 가운에 매치할 레이스 달린 커스텀 스니커즈는 800달러까지 받는다. 그러나 드레스가 수천달러짜리라면 신발에 수백달러를 투자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는 것이 이 업체의 반응이다.
케즈는 아예 신부용 운동화 라인을 2개 만들었다. 케즈의 수석 마케팅 경영자 에밀리 컬프는 “고객들의 관심에 따라 라인을 런칭 했다”며 케즈의 커스텀 라인은 고객의 이름 이니셜과 결혼 날짜를 새겨넣어준다고 말했다.
어떤 신부들은 자신의 커스텀 운동화와 함께 들러리들의 것도 세트로 주문하기도 한다. 운동화의 색깔이 결혼식 꽃 장식의 색깔과 조화를 이루도록 오더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그러나 많은 신부의 엄마들은 이런 패션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그래픽 디자이너 찬달 크롤리는 2015년 자기 집 뒷마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는데 비전통적인 신발 문제를 놓고 엄마와 아주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말한다. 핀터레스트 등의 소셜미디어 웹사이트의 영향을 100% 받았다는 그녀는 “커스텀 웨딩 가운 밑에 내 이름이 새겨진 형광색 핑크 콘버스 스니커즈를 신었어요. 아주 밝고 화사하고 편안한 신발이었지요”라며 흡족해 했다.
마사 스튜어트 웨딩스의 편집자 다시 밀러는 이 트렌드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해변이나 잔디밭에서 식을 올리는 신부들은 스틸레토 힐을 신을 필요가 없습니다. 편안하게 돌아다니고 춤도 추고 하려면 편한 신발이 중요하지요. 많은 신부들이 결혼식에서 자신만의 스타일과 개성을 표현하고 싶어하는데 이것이야말로 그렇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죠”
최악의 경우 신부가 달아나는 경우(runaway bride)에도 운동화는 아주 효과적이라는 해석이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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