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부 루이지애나주 미시시피 유역 곳곳에 유령의 집 샤워중 차가운 손, 불가사의한 목소리, 움직이는 의자…
▶ 화려했던 저택과 농장들 이젠 호텔 등 숙박업소 전

1859년 지어진 노토웨이 플랜테이션. 22개 흰 기둥으로 떠받친 이탈리아 풍 그리스 양식으로 40개의 방과 부속건물들, 그리고 풍성한 유령이야기들을 갖고 있으며 현재는 호텔로 영업하고 있다.
미시시피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루이지애나 주의 그레이트 리버 로드 인근은 녹색의 수목이 우거진 아름다운 풍경과 남북전쟁 전후의 화려하고 암울했던 역사의 뒷이야기가 풍성한 곳이다. 곳곳에 위치한 옛 저택과 농장엔 그마다의 우아하게 성장한 선남선녀들이 먹고 마시며 웃고 떠들던 흥겨운 파티들, 무료한 거실에서 오가던 비밀스런 가십들에 얽혀있던 화려한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어둡고 섬뜩한 비밀들도 있다. 남북전쟁, 노예제도, 인종적 폭력과 치명적인 질병들…이런 어두운 역사를 배경으로 끊이지 않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것이 유령 목격 체험담이다. 옛 농장주가 검은 옷을 입고 저택 근처를 배회한다는 이야기에서 불가사의한 음성들, 벽에서 떨어지는 그림들… 상당수 저택과 농장은 호텔과 리조트 등으로 탈바꿈했다. 그중 한곳이 남북전쟁 당시 손님들의 짐을 내려주며 저택 앞을 지키다 죽은 마부 유령이 지금도 출몰한다는‘노토웨이 농장’이다. 우연히‘노토웨이 플랜테이션’ 호텔에 묵게 된 LA타임스 기자의 공포체험담(?)이다.
유령 출몰 잦다는 ‘노토웨이 농장’
LA타임스 기자의 공포체험 숙박기
노토웨이 농장에 도착한 것은 폭풍우 치는 어두운 밤이었다. 루이지애나를 덮친 홍수로 길은 끊어지고 호텔 방 잡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레이트 미시시피 리버 로드를 따라 배튼루지에서 남쪽으로 30마일을 달려가 방이 있다는 ‘유적지’의 하나로 등재된 맨션을 찾은 것이다. 당시 난 이곳의 유령이야기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사람 키를 넘는 사탕수수밭을 지난 새벽 1시, 어둠 속 불빛에 드러난 방 40개짜리 농장에 들어섰다. 1859년 이탈리아 풍 그리스 양식으로 지어졌는데 남북전쟁 이전 주택으로는 남부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22개의 하얀 기둥으로 떠받치고 있는 ‘루이지애나의 하얀 성’으로 불린다.
야간경비 매니저인 짐 데니스는 내 짐을 14호실로 들어다 주면서 유일한 빈방이라고 했다. 15피트의 높은 벽만큼이나 거대한 도어를 열고 들어간 방은 굉장했다. 마호가니 카노피 침대엔 치렁치렁한 커튼과 세트로 맞춘 붉은색과 황금색의 침대보가 덮여 있었고 벽엔 나이든 여성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나가던 데니스가 말했다. “우리 유령들은 모두 친절하답니다.” 농담으로 대답하려는데 그는 이미 사라져 버렸다.

일부 숙박객들이 유령출몰에 혼비백산 도망쳤다는 14호실.
다음날 홍수 생존자들을 취재하고 돌아와 데니스에게 ‘유령’이라니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아, 그 방에 유령이 나오거든요”라고 그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그 방 유령은 특히 긴 머리의 여자를 좋아하지요” 내 머리도 길다!데니스는 유령과 마주친 후 혼비백산 도망 나온 여자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 여성은 샤워를 하는데 불이 나가더니 차가운 손이 목과 머리를 만지는 것을 느꼈다고 했고 또 다른 여성은 샤워 중에 욕조가 덜컹대며 벽 쪽으로 움직이다가 그녀가 유령과 말하려 하자 제자리로 되돌아갔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목욕탕 벽의 그림들에 물 자국이 나있었던 게 생각났다.
그럼 난 오늘 밤엔 어디서 묵어야 하나? 차고를 개조한 곳이 있긴 한데 그곳에도 유령이 나온다고 데니스가 말했다. 그러나 150년 전에 죽은 어린 소녀 유령으로 친절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데니스는 소녀의 희끄무레한 윤곽이 주차장 허공을 떠다니는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시큐리티 카메라에 잡힌 영상이라고 했다.
나는 사실을 다루는 신문기자이고 유령이야기를 믿지는 않지만 그날 밤 불을 켜둔 채로 잤으며 그 목욕탕에서 샤워를 하지 않았고 방에 걸린 거울을 보지 않았으며 주차장으로 나가지 않았다. (‘노토웨이의 유령들’은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특집으로 기획했을 정도로 유명하다는 것은 후에 알았다)다음날 하우스키핑 종업원에게 유령을 본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한 방을 치우는데 옆방에서 가구들이 덜컹대는 소리가 하도 요란해 가서 문을 두드렸으나 대답이 없어 문을 열었더니 비어있더라고 했다. 프론트 데스크에 물었더니 그방 손님은 한참 전에 체크아웃 했다고 했다. 그는 그 후로는 야간근무를 될수록 피하고 있다.
그날 밤 난 본채 옆 오두막에 묵었다. 옛 노예들의 숙소였던 곳이라고 했다.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조상인 랜돌프 일가가 노토웨이를 소유했을 당시 수많은 죽음과 드라마가 빚어졌던 곳이다. 가이드는 내가 묵었던 14호실에 걸린 사진의 주인공은 노토웨이에서 거주했던 마지막 소유주 오데사 오웬으로 그 방에서 죽었다고 했다.
이곳 종업원들도 유령을 믿는 사람들과 믿지 않는 사람들로 나뉜다. 샤워 중 ‘차가운 손’은 벌레였을 것이라고 말하는 매니저도 있고 이곳을 대여한 웨딩파티 준비 중 막 정리해놓은 의자들 중 하나가 마치 사람이 앉은 듯 앞으로 기우는 것을 몇 번이나 목격했다고 말하는 쉐프도 있다.
그 볼룸에 들어갔을 때 정말 의자 하나가 기울어져 있었다. 한 매니저가 바로 잡아 놓았다. 몇 번이나 똑바로 놓아도 계속 의자가 다시 기울었다고 주장하는 종업원의 말을 기억한 나는 그 볼룸에서 오랫동안 머물며 황금색으로 칠해진 의자를 계속 주시했다. 그러나 의자는 다시 기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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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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