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안 명예 더럽혔다”고 딸·아내·여자형제 살해하면 최소 25년형
▶ 가족이 주는 면죄부 폐지·사형선고 경우에만 징역으로 감형 허용

“살인에는 명예가 없다”는 사인판을 든 사람들이 이슬라마바드에서 돌에 맞아 살해된 파자나 이크발의 죽음을 항의하고 있다.
파키스탄이 마침내 악명 높은‘명예살인’을 강력 처벌하기 위해 나섰다. 간통, 집안이 반대하는 결혼, 부적절한 의상 착용, 배교 등으로‘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에서 아버지나 남편, 오빠 등이 딸과 아내와 여자형제를 살해하고도 면죄부를 받아온 명예살인 강력처벌 법안을 6일 파키스탄 의회가 통과시킨 것이다. 현행법 하에서도 명예살인은 범죄다. 그러나“희생자 가족이 용서하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조항에 따라 살인자는 면죄부를 받아 왔다. 새 법안은 면죄부 조항을 없애는 한편 형량도 일반 살인죄보다 높은 징역 25년 이상을 선고하도록 했다. 새로운 법이 시행되면 희생자 가족이 사면을 요청하더라도 사형선고의 경우에만 최소 12년6개월의 징역으로 감형하는 정도에 그치게 된다.
“우리는 이 명예살인 반대 법안의 모든 허점을 막았다”고 자이드 하미드 법무장관은 말했다.
오랫동안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아온 명예살인을 뿌리 뽑으려는 이 법안은 지난해 발의되었으나 보수층의 반발로 통과까지는 거의 1년이 걸렸다.
법안 통과에 동력이 된 것은 지난 7월 파키스탄의 소셜미디어 명사인 블로거 찬딜 발로치(26)의 죽음이었다. 가수와 모델로도 활약하며 튀는 행동과 발언, 선정적인 사진이 담긴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재했던 그녀를 남동생이 자신과 집안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면서 살해한 것이다.

지난 7월 남동생에 의해 목 졸려 숨진 유명 블로거이자 모델인 찬딜 발로치. 남동생은 법정에서 자신의‘명예살인’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남동생 와심 아짐은 누나에게 약을 먹인 후 잠자는 동안 목을 졸라 죽였다. 사건 후 잠적했다가 이틀 만에 검거되어 범행 일체를 자백한 와심은 법정에서 자신의 행위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난 우리 가족에게 안도를 주었고 그로 인해 천국과 명예를 얻었다”고 법정에서 당당히 말했다고 지역 TV인 GEO 뉴스는 전했다. “여자는 집안에만 머물면서 전통에 따라 가족의 명예를 지키도록 태어났는데 찬딜은 결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내 친구들이 내게 그녀의 동영상과 사진을 보내왔는데 그걸 모든 사람들이 다 공유하고 있었다”고 그는 증언했다.
같은 달 영국 시민권자인 사미아 샤히드(28)는 전 남편에 의해 푼잡 지방으로 유인되어 강간당한 후 살해되었다. 사미아의 아버지와 공모해 그녀를 살해한 전 남편은 그녀가 이혼으로 자신의 명예를 더럽혔다고 주장했다. 그녀의 가족들은 경찰에게 사미아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진술했으나 후에 당국은 목 졸려 죽은 것으로 결론지었다.

집안이 반대하는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지난 6월 엄마에 의해 산채로 불태워 살해당한 지나트 라피크의 남편 하산 칸을 가족들이 위로하고 있다.
6월엔 17세 소녀 지나트 라피크가 도망쳐 집안에서 반대하는 남자와 결혼했다는 이유로 어머니에 의해 산 채로 불태워 살해당하기도 했다.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지난 2월 명예살인을 고발한 영화 ‘강가의 소녀’가 오스카 다큐멘터리 상을 받았을 때 명예살인의 중단을 천명했었다.
“처벌강화 법안 통과로 이제 사람들은 명예살인도 면죄부를 받을 수 없고 다른 살인과 마찬가지로 처벌받는 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어떤 법도 범죄를 완전히 근절시키기는 힘들다. 그러나 억제시킬 수는 있다. 이 법이, 면죄부로 계속되어온 살인행위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이 법안을 발의한 파키스탄 국민당의 상원의원 수기라 이맘은 말했다.
명예살인이 성행하는 남부 푼잡지방이 지역구인 그는 자신의 지역구에서 이 사건을 많이 다루었는데 99%의 경우 살인자들이 처벌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경우엔 신고조차 되지 않았다. 신고 되어도 기소율은 극히 낮았다”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명예살인으로 희생되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파키스탄의 인권위원회는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확인된 케이스만 1,276건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이 신고조차 되지 않기 때문에 이 통계는 극히 과소평가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0년 유엔 간행물에 실린 통계는 매년 전 세계에서 5,000명의 여성이 명예살인으로 희생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주로 중동과 동남아,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하지만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2014년 미 국무부는 매년 23~27명이 미국 내에서 명예살인에 의해 희생된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적절한 추적방법이 없어 추정일 뿐 정확한 통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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