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서리를 맞고 피어있는
가을꽃을 보았는가
마르고 시들은 꽃대위에서
하늘의 무게를 견디고 있는
저 푸른 꽃을 보았는가
작은 꽃잎 다소곳한 꽃술에
잎맥은 투명하다
봄 여름의 열정(熱情)을 고뇌하고
그 풍요를 응시하던 꽃
애초에 눈부시거나 농염한 사랑들은
이미 사라졌다
어스름 저녁에
수줍고 장엄한 가을꽃을 보아라.
만인(萬人)의 별 초롱초롱 품속에 안고 와
눈 감고 두 손 모아
미소 짓는 가을 꽃 앞에서
가슴을 놓아라
가을이어서 좋다
더 깊히 낙엽이 쌓이는 날
꽃대가 사라지면 날아오를 차비를
가을꽃은 숨기지 않는다
은빛 서리에 고운 가을꽃을 보아라
하늘가에 닿아 있는 가을꽃을 보아라
한달 전 고은(高銀) 선생께서 워싱턴에 다녀가셨다. 그립고 아쉬운 마음에 낙엽처럼 수북히 쌓이는 상념을 그려보았다. 역시 자애롭고 다감하고 고귀하셨다. 동서고금에 이만한 인물이 흔치 않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누(累)가 되지않기를 바라며 졸시(卒詩)를 올린다. 선생의 여생에 행복이 깃들기를 기원하며.
<
김병오 / 헤이마켓,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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