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시장과 뮤지엄 쇼의 관계, 작가 인지도 높아져 3만달러에 샀던 작품 전시 후 10만달러 팔려
▶ ‘사놓으면 올라’는 오산 “그래도 투자할 가치” 컬렉터들 앞다퉈 구입, 작품대여 위험 뒤따라도 가치상승 위해 무릅써

뉴욕의 컬렉터 미셸 위트머. 뮤지엄에서 르노아르의 전시를 본 후 구입 결정을 내렸다. <사진 Benjamin Norman>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뮤지엄에서 전시하는 것은 최고의 영예다. 뮤지엄 전시는 작품을 판매하지 않지만 최고 수준의 갤러리 전시에서 작품이 비싸게 팔리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다.
아트 컬렉터들에게도 뮤지엄은 작품 이상의 플러스알파가 있는 곳이다. 뮤지엄 큐레이터가 인증한 작품은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마이애미의 환경 컨설턴트 업체 세일즈 매니저인 호르헤 가르시아는 수백점의 미술품을 소장한 컬렉터인데 작품을 구입하기 전에 화가의 이력을 자세히 살펴본다. 어디 출신이고, 어디서 공부했으며, 어떤 쇼에 나갔고, 어떤 갤러리의 전속인지 말이다. 거기서 더 나아가 가르시아는 그 작가가 어떤 뮤지엄 전시에 참여했는지 혹은 앞으로 뮤지엄 전시 계획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컨템포러리 미술시장은 투자를 원동력으로 움직입니다. 지금 잘 나가는 작가가 10년이나 15년 후에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지요”라고 말하는 가르시아는 보통은 갤러리에 가서 작품을 사지만 작가 이력에 갤러리 전시만 잔뜩 나열돼 있으면 예술성보다는 상업성이 짙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마이애미에서 아트 윈우드의 관장이며 2개 아트 페어의 자문인 그렐라 오리후엘라도 “뮤지엄 쇼가 작가의 명성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작가의 이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격도 달라지고 인기도 올라가며 작가로서의 명성도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한 예로 지난 가을 휘트니 뮤지엄에서 회고전을 가진 프랭크 스텔라의 경우 석달간의 전시를 마치고 나자 작품가격이 확 뛰었다. 스텔라는 1960년대부터 미국 화단에서 널리 알려진 작가인데도 말이다.
올 겨울 플로리다의 코랄 게이블스 뮤지엄에서 20세기 쿠바 미술전이 열린다. 이 뮤지엄 전시를 계기로 아트 윈우드 갤러리도 쿠바의 신진 및 기성 작가들의 작품 전시회를 열 계획이라고 전한 오리후엘라는 “뮤지엄 쇼 때문에 2017년에는 쿠바 미술품의 가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애미의 안과의사 훌리오 오르티즈는 이미 그 효과를 보고 있다. 그는 몇 년전 로베르도 파벨로의 작품들을 3만달러에 샀는데 그의 작품이 미국과 유럽의 뮤지엄에서 전시되고 난 후 지금은 비슷한 작품들이 10만달러를 호가한다는 것이다. 작품은 거의 비슷한데 단지 인지도와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닥터 오르티즈는 말했다.
뮤지엄 전시를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생존 현대 작가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뉴욕의 컬렉터 미셸 위트머는 필라델피아 뮤지엄에서 전시를 보고난 후 르노아르의 작품을 구입했다. 그가 한번도 좋아한 적이 없는 화가인데도 말이다.
“파리의 아트 딜러 폴 뒤랑 뤼엘이 기획한 쇼를 보면서 르노아르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고 그가 왜 중요한지를 알게 됐다”고 위트머는 말했다. 전시가 끝난 직후 위트머는 경매에서 르노아르 작품을 구입했다. 그 쇼를 보지 않았으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친구들 중에는 단지 유명 컬렉터의 집에 걸려있다는 이유로 같은 작가의 작품을 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뮤지엄 전시에 자주 다니면 안목을 길러서 좀더 나은 미술품 컬렉터가 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런데 뮤지엄 전시를 통해 작가의 작품 가격이 오르기를 기대하는 것은 부동산 투자와 비슷한 면이 있다. 어떤 것은 오르지만 어떤 것은 제자리걸음이고 어떤 것은 다시 팔 수도 없게 되기 때문이다.
가르시아도 그런 경험이 있다. “오래전 작품을 샀는데 지금은 팔리지가 않아요. 콘템포러리 작가인데다 미술시장은 예측할 수 없으니 말이요. 다행인 것은 내가 아직도 그 작품을 좋아한다는 것입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품 투자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 그는 자기처럼 작은 컬렉터들은 마음에 드는 작품이 나오면 빨리 구입해야 한다고 전했다. 조금 머뭇대면 가격이 올라가거나 아예 응찰에서 제외되어 버리는 경험을 여러번 했기 때문이다.
“뉴욕이나 런던에서 중요한 컬렉터가 들어오면 우선권이 그에게 가버린다”는 것이다.
아트 컬렉터들은 소장품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작품을 뮤지엄에 대여하기도 한다. 쿠바 미술품 약 350점을 소장한 컬렉터 라몬 세르누다는 플로리다의 코랄 게이블스에서 자신의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뮤지엄에 소장품을 자주 대여해주고 있다.
현재 쿠바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의 한 사람인 윌프레도 램의 작품 7~8점이 런던 테이트 모던의 순회 회고전에 나가 있고, 그 외 여러 작가의 작품 60여점이 플로리아 주립대학 미술관에서 대여 전시 중이다.
작품을 대여해주는 목적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감상할 수 있고 작가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지만 사실은 뮤지엄 전시로 인한 작품의 가치 상승이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뮤지엄 전시는 작가 혹은 작품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예이기 때문에 당연히 전시가 작품의 가치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세르누다는 말했다.
그런데 뮤지엄 전시에 작품을 대여하는 일은 어느 정도의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그 하나는 운송이나 전시 과정에서 작품이 손상돼 오히려 작품 가치가 내려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보험에 들어 있다 해도 보험회사가 산정하는 손상 정도와 컬렉터가 주장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모두 커버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다른 위험은 국제 전시에 나가있는 도중 압류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해당 국가나 어떤 개인이 그게 자기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서면 압류되고 마는 것이다. 압류 상황도 보험이 커버해 주기는 하지만 나라마다 법이 달라서 모든 상황에서 다 커버되는 것은 아니다.
보험이 든든하기만 하다면 소장품의 뮤지엄 대여 효과는 엄청나다. 세르누다는 작년 가을 파리의 퐁피두 센터에서 열린 윌프레도 램의 전시 이후 경매에서 작품가격이 80% 이상 치솟았다고 전했다.
“미술 시장과 뮤지엄 전시는 불가분의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 컬렉터들의 설명이다.

프랭크 스텔라는 유명작가인데도 최근 휘트니 뮤지엄 전시 후 작품가격이 껑충 뛰었다. 브로드 뮤지엄이 소장한 프랭크 스텔라의 1980년 작품.
<
한국일보- The New York Times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