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경제정책 - 변화와 전망은
▶ 한국·중국 등 우선 표적내달 금리인상도 미지수, 에너지 산업 규제 철폐세율 인하·출산휴가 늘려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미 대통령이 탄생하면서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펼칠 경제정책에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앞세워 소외된 백인 중산층의 지지에 힘입어 백악관 입성을 확정지은 까닭에 고립과 보호는 관련정책의 제1 원칙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현 정부는 물론, 관련 국제시장에서도 환경오염과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로 봉인했던 각종 에너지 산업관련 규제를 풀 태세로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경제 성장속도에 맞춰 점진적 인상기조로 큰 방향을 잡았던 통화정책은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하며 새로운 방향 정립에 나설 전망이고 이밖에 일자리와 소득증가, 세금과 육아 등 국민 실생활에서도 트럼프의 공약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트럼프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을 전면 재검토하고 무역적자의 원인으로 지목된 중국과 멕시코에 각각 45%와 3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며 특히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모든 것이 실현되면 중국의 보복으로 이어지면서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을 필두로 한 무역전쟁이 불가피하고 저성장에 빠진 세계 경제는 침체기로 돌입할 우려까지 제기된다.
연방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규모는 2013년 이후 증가추세로 올해 상반기 누적기준 4,882억달러에 달한다. 최근 1년간 대미 경상수지 흑자가 가장 큰 국가는 독일 3,123억달러, 중국 2,609억달러, 일본 1,583억달러, 한국 1,071억달러 등으로 트럼프가 내세우는 보호무역주의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밝힌대로 올 상반기 주요 71개국 무역액이 5.4% 감소하는 등 글로벌 저성장 여파로 세계 교역이 쪼그라든 상황에서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MIT의 사이먼 존슨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뉴욕타임스(NYT) 기고를 통해 “트럼프 발 경기둔화는 회복세가 미약한 유럽 경제를 완전한 침체로 되돌려 심각한 은행위기를 촉발할 것”이라며 “이는 아시아 등 신흥국으로 전염돼 저소득 국가들을 극단적인 상황으로 밀어 넣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국내 경제를 위해 트럼프는 잃어버린 일자리를 되찾아 주겠다며 과감한 재정투자를 약속했다. 특히 인프라 투자를 강조하면서 1조달러 프로젝트를 언급한 바 있는데 중립 성향의 경제 분석기관인 ‘책임 있는 연방 예산위원회’(CRFB)는 트럼프의 공약 실현을 위해 10년간 11조~16조달러의 비용이 필요하며 이로 인해 연방 정부의 부채규모가 GDP 대비 74%에서 2026년에는 최대 141%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갯속 통화정책
다음 달 1년만에 재인상이 점쳐졌던 기준금리의 향방은 안개 속에 빠졌다. 통화정책이 연방준비제도(FRB)의 결정사항인 점은 분명하지만 트럼프의 거시경제 밑그림이 FRB 입장에서는 파격적이기 때문에 숙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트럼프의 통화정책에 대한 생각은 그때그때 다른 모습이었다. 올 9월 CNBC와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재닛 옐런 FRB 의장은 정치적인 인물로, 오바마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하기 때문에 금리가 제로상태에 머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10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는 “회복되는 경제상황에 맞춰 이미 금리를 올렸어야 했다”고 말했다가 올 4월에는 “옐런 의장이 임기 중 행한 일부정책을 지지한다”며 저금리 기조에 동조했다.
공화당이 대체로 저금리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금융 시스템의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시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뒤 인상기조가 빨라질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본인의 공약대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 글로벌 경제 부진의 부메랑에 맞아 미국 경제의 회복도 더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올라 달러가 강세를 띠면 국내 수출기업들의 수익이 악화될 수 밖에 없는 구조도 장애물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별개여야 할 통화정책에 대한 통제권 강화를 주장해온 트럼프의 언행에 비춰 불확실성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그는 옐런 의장에 대해 “공화당 사람이 아니다”고 평가하며 2018년 2월 임기 후 교체할 뜻을 내비쳐왔고 회계감사원에 FRB에 대한 감사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부 통제 강화법안의 의회 통과를 지지하기도 했다.
-규제 완화·세제 개혁
새로운 대통령이 내세우는 경제정책의 파급력은 평범한 시민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만 하원에서 다수를 차지한 공화당마저 불편해 하는 공약들이 있어 실제 실현 가능성을 낙관하긴 힘들다.
트럼프는 규제완화, 세제개혁 등을 통해 향후 10년간 2,5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공약했다. 특히 각종 규제가 연간 2조달러 규모의 부가가치 창출을 가로 막으며 가계자산을 1만5,000달러씩 갉아먹고 있다고 철폐 의사를 밝혔다. 다만 투자은행 무디스는 트럼프 행정부 첫 4년간 340만개 정도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내다봤다.
세제도 개편할 예정이다. 현행 7단계인 소득세 누진체계를 3단계로 간소화하고 최고 세율을 39.6%에서 25%로 낮추는 것이 골자다. 이와 관련해 중립 성향인 택스 파운데이션은 모든 소득계층의 세후 수입이 0.8% 늘고, 최상위 계층은 10.2~16%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육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6주간의 유급 출산휴가 도입과 육아비용에 대한 세금공제는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육아비용 소득공제 효과에 대해 트럼프 측은 연소득이 7만달러로 12%의 소득세 구간에 포함되는 가정이 연간 7,000달러의 육아비용을 지출한 경우, 840달러의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비과세인 가족부양 저축계좌(DCSA)를 신설하고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첫 적립하는 1,000달러의 절반을 정부가 매칭해 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오바마케어는 폐지할 뜻을 밝혔다. 대신 각 주 정부가 요구하는 조건만 맞추면 지역에 관계 없이 건강보험을 판매할 수 있도록 완전경쟁 체제로 유도해 보험료를 낮출 방침이다. 여기에 소득에서 보험료 지출을 공제받을 수 있도록 하며,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헬스 세이빙스 계좌를 개발하고, 해외에서 처방약을 구입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겠다는 뜻을 밝혔다.
학자금 대출부담 완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은 없지만 트럼프는 의회를 압박해 학비를 낮추지 않는 대학에 대해 세제혜택을 줄이겠다고 밝힌 동시에 “대학들이 기부금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일갈한 바 있다.
-원유시장 타격 불가피
현 정부가 환경오염, 공급과잉 등을 우려해 제한해 온 에너지 관련 산업에 대해 트럼프가 빗장을 열 계획으로 알려지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긴장하고 있다.
그는 유세기간에 정유 및 화학 등 전통 에너지 산업을 활성화해 일자리를 늘리고 셰일오일 등 화석연료 생산을 늘리겠다고 공언해 왔다. 특히 화력발전 규제에 반대하며 석탄산업을 부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당선 이후 연방 정부 소유지에서 셰일오일을 시추하도록 하고 북극해와 대서양 연안 등에서도 시추를 허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환경론자들이 반대하는 셰일오일 수압파쇄법, 석탄산업 규제 등을 일제히 철폐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환경오염을 우려해 반대해 온 키스톤 XL 송유관 건설도 즉각 허용할 전망이다.
캐나다 앨버타주의 원유 생산지와 텍사스의 정유시설을 잇는 키스 톤XL 송유관이 건설되면 하루 83만배럴의 원유가 미국으로 흘러 들어온다. 이 모든 정책이 미국의 제조업을 되살리고 에너지 자립을 이끈다는 것이 트럼프의 주장이다.
트럼프 캠프 측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셰일오일과 천연개스 자원이 50조달러에 이르고 석탄자원 임차와 셰일 에너지 개방에 대한 중지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최근 공급과잉 사태를 더욱 부추겼다. 실제 대선 직전 JP 모건은 힐러리 클린턴이 이기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48달러로 오르겠지만,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43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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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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