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어머니의 목소리가 듣고 싶으면 나를 통하면 들을 수 있다.’
어머니를 잃은 22살 처녀에게 전달된 편지로부터 시작된 40여년 전 악연으로 지금 한 국가의 운명이 심하게 흔들거리고 있다.
2013년 7월 11일 민주당 원내대표 홍익표 의원은 ‘박정희는 귀태(鬼胎)이고, 박근혜 대통령은 유신공화국을 꿈꾸는 것 같다’고 했다. 물론 강상중 전 도쿄대 교수가 지은(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에서 ‘박정희와 기시’를 ‘제국주의의 귀태’로 비유한 걸 인용했다. 2013년, 불과 3년전 박근혜 정권이 출범하고 내각을 꾸리는데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차마 볼 수가 없어서 내뱉은 말로 그런 표현을 했던 홍익표 의원은 결국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통합민주당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
“역사에서 만약은 없다.” 누가 이런 말을 썼는지도 불분명하지만 2016년 가을을 맞고 있는 한국은 전국민이 통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절망과 비탄에 잠겨 있다. 미처 정리되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박근혜 정권 3년반 동안의 전횡과 무능과 기괴함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강력한 정치적 고향인 대구, 경부지역에서의 지지도가 8.8%로 전국적인 지지도 9.2%를 밑돌고 있다.(디오피니언조사 10월 31일) 실망을 넘어 절망하고, 저주하는 상황에 다름이 없다. 그것은 다름 아닌 ‘탄생’ 원죄에 대한 뼈저린 분노와 자탄으로 해석된다.
부친 박정희의 경우에는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역사를 대입하기가 꺼림칙할 정도로 변절과 곡절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권력을 잡은 뒤로부터는 그런 태생적 한계를 뛰어 넘고자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야만 했고, 지역주의를 극렬하게 이용하고, 오늘날 빈부격차의 단초가 된 대기업중점 육성을 통해서 국가의 외형을 포장해서 그 지금은 너무나 폐악이 되어버린 ‘결과지상주의’의 문화와 교육으로 전국민의 무한 경쟁화와 승자독식의 피폐로 청년세대들에게는 ‘지옥조선’으로 불리고 있지만 그런 걸 알 턱이 없다.
그런 박정희의 역사가 잠든지 30여년, 그의 딸이 역사의 전면에 나서게 되자 세계가 우려와 기이함을 가지고 ‘독재자의 딸’이 재등장하는 한국을 주목하였다.
산적한 현안들이 어느 한 가지도 시원하게 정리가 되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는데도 그녀의 주변들은 정치적인 반대파들의 단순한 ‘정쟁’이나 ‘종북’으로 그녀를 감싸기에 급급한 지난한 세월이 흘렀다. 대통령이 ‘면대면 보고’를 받지 않고 국가를 경영했다는 것은 보고내용이 무엇인지를 몰라서 였다는 것이 지금 밝혀지고 있다. 오직 개인감정과 사적인 생각만 갖고서 죽은 독재자 아버지를 무덤에서 다시 꺼내 세우려고까지 무모한 감행을 하고 있었다.
2011년 11월22일 미국의 위스콘신주 시골집에서 1967년 미국으로 망명해서 85세의 일기로 사망한 세기의 독재자 스탈린의 딸 스베틀라나 스탈리나는 자서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는 독재자였고 딸로서 침묵한 나도 공범자다. 이제 아버지는 세상에 없으니 내가 그 잘못을 안고 가겠다.”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한다는 게 무리가 다소 있겠지만 “5.16은 아버지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하는 박근혜와의 차이를 지금 한국에서 지지율 9.2%를 뺀 나머지 국민들은 적나라하게 보고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만 충신은 오간데 없이 간신과 거짓말에 의해서 유지되고 있던 박근혜 정권은 죽은 아버지를 위해서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정권이라고 역사에는 쓰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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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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