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델 카스트로 사후 양국관계는…
▶ 정치·종교적 자유 등 선행조건 제시, 오바마·케리국무 장례식 참가 반대

28일 피델 카스트로 추모 행사가 열린 쿠바 아바나 혁명광장에 인파가 몰려들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쿠바의 공산 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가 지난 25일 사망한 가운데(본보 28일자 보도) 향후 미국과 쿠바 간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대 쿠바 강경 노선을 시사하고 나서면서 버락 오바마 정부의 국교 정상화로 조성된 양국 간 해빙 무드에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쿠바 정책 뒤집히나
트럼프 당선자는 28일(현지시간) 쿠바 관계와 관련, 쿠바가 인권 개선 의사를 보이지 않으면 현재의 양국 간 해빙 무드를 종식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날 오전 트위터에 “만약 쿠바가 쿠바 국민과 쿠바계 미국인, 미국을 위한 더 나은 협상을 할 의지가 없다면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맺은) 협정을 끝내버리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 당선자의 백악관 비서실장에 임명된 라인스 프리버스가 ‘쿠바 내 변화’를 향후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선행 조건으로 내건 지 하루 만에 나왔다.
프리버스는 27일 폭스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미국과 쿠바가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쿠바 내에서 ‘어떠한 변화’가 있어야만 한다”며 “쿠바 정부 내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지금처럼) 일방적인 거래를 가지고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종교의 자유, 정치범 석방, 억압 중단을 거론하며 “양국이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런 변화들이 필요하다는 게 트럼프 당선자의 신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자의 강경 발언은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사망과 함께 공화당 주류에서 재부상한 미국의 대쿠바 기조 변화 요구와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서방 국가들 조문 고심
피델 카스트로 사망 후 서방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중심으로 애도 수위를 놓고 논쟁이 불붙고 있다.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이고 존 케리 국무장관까지 내달 4일 치러질 장례식에 참석해서는 안 된다는 야당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으며 영국 지도자들도 애도나 조문 계획을 선뜻 입 밖에 내지 못하고 있다.
뉴트 깅그리치 전 연방하원의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이나 조 바이든 부통령, 존 케리 국무장관이 카스트로 장례식에 가서는 안 된다”며 “그는 독재자”라고 주장했다.
쿠바계인 마르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 연방상원의원도 “(오바마 정부가) 장례식에 아무도 파견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쿠바에 문을 열고 싶을지는 모르나 왜 카스트로의 유산인 반미국주의, 살인, 독재, 투옥, 추방에 문을 열어줘야 하느냐”고 강조했다.
서방 국가 지도자들이 카스트로를 애도하는 데 몸을 사리는 것은 그가 쿠바를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에서 ‘혁명의 아버지’로 여겨지더라도 서구 자유민주주의 관점에서는 인권을 탄압한 독재자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서방 여러 지도자는 같은 이유로 조문에 나서기도 전에 외국 정상급 지도자를 향한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부고를 접하고 나서 카스트로를 “쿠바 국민을 위해 거의 반세기를 봉사한 전설적인 지도자”라고 불렀다가 캐나다 안팎에서 독재자를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고 결국 장례식에 불참키로 했다.
■쿠바 현지는 추모 물결
피델 카스트로 전 의장의 공식적 장례 일정이 시작된 28일 쿠바 수도 아바나는 추모식을 위한 움직임을 제외한 도시 기능이 대부분 마비됐다.
이날 오전 9시 아바나 혁명광장의 ‘호세 마르티 기념관’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하려는 인파가 도시 곳곳에서 발걸음을 옮겼고 혁명광장으로 향하는 도로는 상당 부분 차단돼 자동차 대신 사람들이 길을 채웠다. 이날 새벽부터 광장에 모인 인파는 기념관 안에 들어가기 위해 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혁명광장에서 열리는 추모식은 29일까지 이어지며 이후 카스트로 전 의장의 유해는 전국 주요 도시를 순회한 다음 동부의 쿠바 제2 도시 산티아고 데 쿠바에 도착해 다음 달 4일 안장된다.
쿠바 정부는 아흐레 동안 이어지는 국장 기간에 술집 영업, 음악 틀기, 야구 관람 등을 금지해 추모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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