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임·사랑으로 합리화 불구
▶ 지나치면 가족간 신뢰 깨져
디지털 기기의 기능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상상속의 일들이 디지털 기기를 통해서 이뤄지는 시대다. 그중 하나가 디지털 기기를 통해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이다. 소중한 가족이나 자녀의 신변에 이상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위치를 파악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 위치 파악 기능의 목적이다.
그런데 이 기능의 사용이 너무 쉬워지다 보니 일부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위치 파악 기능의 좋은 의도가 배우자 사이 또는 부모가 자녀의 위치를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락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녀에게 각종 디지털 기기를 구입해 주면서 동시에 자녀의 디지털 기기 사용을 감시하지 못해 안달이 난 부모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개인의 디지털 사생활을 엿보고 대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온라인 사용 습관을 파악하는 행위에는 극심하게 반대하면서 정작 남의 디지털 기기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는 자신이 ‘빅 브라더’ 역할을 자처하는 이중적인 행위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사랑’과 ‘책임’이라는 이름 아래 배우자, 자녀, 가족의 디지털 사생활을 엿봐도 되는 걸까? 개인 사생활 옹호론자들의 대답은 물론 단호한 ‘노’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신뢰와 존중이라는 전제 조건 아래 상대방의 동의를 받은 경우 ‘디지털 감시’를 허용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디지털 감시에 대한 찬반 양론이 팽팽한 가운데 자녀들의 디지털 사생활을 엿보려는 부모들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퓨 리서치 센터가 13세에서 17세 사이 자녀를 둔 부모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부모들은 다양한 형태로 자녀들의 디지털 사용을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중 약 61%는 자녀가 방문한 웹사이트 주소를 확인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약 60%는 자녀의 소셜 미디어 내용을 들여다 본 적이 있다고 털어 놓았다. 약 48%에 해당하는 부모는 자녀의 휴대 전화 사용 내역과 문자 메세지 내용을 확인한다고 답했으며 약 16%의 부모는 위치 추적 기능을 사용해 항상 자녀의 위치를 파악한다고 했다.
부모들이 자녀들의 디지털 사생활을 감시하려는 현상은 청소년들이 디지털 기기 사용 급증에 따른 피할 수 없는 결과라는 분석이다. 자녀들이 통신, 정보 검색, 오락 등의 모든 수요를 디지털 기기를 통해 충족하려고 하고 문자 메세지 등 새로운 통신 수단이 쏟아져 나올 때마다 자녀들의 디지털 기기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기능도 함께 개발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휴대 전화 서비스 업체들마다 경쟁적으로 휴대 전화 감시 및 위치 추적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T-모빌에 따르면 약 400만명의 사용자들이 자녀들이 휴대 전화를 통해 성적인 내용이나 폭력적인 내용의 접속을 차단하는 무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약 37만5,000명의 자녀가 일정 시간에 휴대 전화 사용을 하지 못하도록 조절하는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매달 약 4달러99센트를 지불하고 있다고 한다. 자녀들의 디지털 기기 사용 감시가 날로 수월해지면서 자칫 자녀들의 사생활 침해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많다. 전문가들은 부모들이 자녀의 안전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디지털 기기 감시 기능 버튼을 누르지만 자칫 부모와 자녀간 신뢰가 무너질 수 있고 이에따라 자녀의 올바른 성장에도 방해가 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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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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