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셔 프라이스·타겟·맥도널드 잇단 기용
▶ 밀레니얼 세대 등 장애아에 대한 인식변화, 기업의 가치관 전달·고객과 소통효과 톡톡
올 연말 피셔 프라이스 광고에 등장한 릴리 하바시. 부다페스트에 사는 릴리는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났다.
연말 대목을 앞두고 장난감 제조사 피셔 프라이스는 새로운 광고를 제작했다. 플래스틱 경주용 도로 위를 질주하는 꼬마 자동차들을 보며 두 살짜리 릴리 하바시가 손뼉을 치며 즐거워 하는 장면이다. 얼핏 보기에 전형적인 할러데이 장난감 광고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어린이 모델의 얼굴 모습이다. 릴리는 다운증후군 환자이다
광고주들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이따금 광고 모델로 쓴 지는 오래 되었다. 그런데 최근 광고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다운증후군 모델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부다페스트의 어린이인 릴리를 광고모델로 선택한 피셔 프라이스 외에도 타겟, 맥도널드, 공예재료 체인인 A.C. 모어 그리고 온라인 소매업체 주릴리 등이 다운증후군 가진 사람들을 모델로 쓰고 있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모델들은 최근 뉴욕의 패션쇼에 모델로 등장하기도 했다.
광고주로 볼 때, 다운증후군 환자들이 대단히 큰 비중을 갖는 소비자 집단은 아니다. 미국에서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나는 아기는 연간 6,000명 정도이다.
연방 질병통제 예방국에 따르면 2008년 기준, 미국에 사는 다운 증후군 환자는 25만700여명이다.
하지만 다운증후군이나 다른 신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모델로 기용함으로써 광고주들은 다른 혜택을 얻는다. 자사의 가치관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효과는 거둘 수 있다. 특히 기업들은 밀레니얼 세대를 주목한다. 이들 젊은 세대는 포용성을 중시하고 광고의 신뢰성에 관심을 갖는다.
밀레니얼 세대는 사회의 광범위한 단면을 보고 싶어한다. 잘 생긴 모델이 아니라 발육상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 등 다양한 개인, 부부, 가족들이 광고에 등장할 때 진정성이 보인다고 생각한다.
피셔 프라이스의 브랜드 마케팅 담담 부사장인 테레사 곤잘레스 루이즈는 지난해부터 자사가 다운증후군 어린이들을 모델로 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고객 기반이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소비자들이 날로 다양해지는 추세를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소비자들의 사고방식이 정말로 변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대의를 중시합니다. 지난 3~5년 엄마들과 이야기를 해본 바에 의하면 이들은 물론 상품 자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 회사가 어떤 입장인가를 정말로 알고 싶어 합니다.”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다운증후군은 외모가 특이하다. 얼굴이 편편하고 코가 작고 눈이 위로 찢어지는 등 특징적 얼굴 모양이 있다. 다운 증후군 자녀를 둔 부모들은 광고주들이 이제 이 아이들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눈여겨 볼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나의 목표는 단순해요. 이런 아이들도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높이는 거예요. 그리고 나면 세상이 아이들을 보겠지요.”15개월 된 아들 애셔가 다운증후군인 조지아의 엄마 미건 내시의 말이다. 조지아, 버포드에 사는 미건의 아들은 유아복 제조사인 오시코시의 광고 모델로 곧 등장한다.
그렇다고 다운증후군 가진 어린이나 어른이 광고모델로 일하기 쉽다는 말은 아니다. 오시코시가 아들을 모델로 고려하게 만들기 위해 미건은 지난 여름 내내 사회관계망을 총동원해 캠페인을 펼쳤다.
오시코시 광고모델 선발 소식을 듣고 그는 여러 장의 아들 사진을 모델 에이전시에 보냈다. 하지만 최종 선발에서 탈락되었다. 이유는 오시코시 측이 장애를 가진 어린이 모델을 특별히 주문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래서 미건은 페이스북에 아들의 사진들과 함께 사연을 올렸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애셔가 카우치 위에 멋진 포즈로 앉아있는 사진들은 퍼지고 퍼져 멀리 스페인의 소셜 미디어에까지 등장했다.
이런 이야기는 오시코시에 전달되고, 오시코시 측은 성명을 발표했다. 애셔를 뽑지 않은 것은 회사 결정이 아니라 모델 에이전시의 결정이었다는 내용이었다. 오시코시는 이번 연말 광고에 애셔를 모델로 초청했다.
TV 드라마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에 자주 등장하는 제이미 브루어는 지난해 다운증후군을 가진 최초의 모델로 뉴욕 패션 주간 패션쇼에 참가했다. 디자이너, 캐리 해머의 옷들을 입고 스테이지를 활보했다. 해머는 좀 색다른 모델들을 종종 패션쇼에 등장시키곤 한다.
올해는 텍사스의 틴에이저인 주드 하스가 패션 주간 동안 다운증후군 남성으로는 최초의 모델로 스테이지에 섰다. 이번 패션쇼에서는 다양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모델로 기용되었다. 호주 출신의 19세 여성, 매들린 스튜어트는 자칭 최초의 다운신드롬 직업 모델이다.
다운신드롬을 가진 사람들 중 인기 TV 드라마에 출연해 배우로 활동한 사람들도 있다. 1989년 시작된 ‘삶은 계속 되고(Life Goes On)‘가 다운증후군 배우를 정기적으로 출연시킨 최초의 연속극으로 기록된다. 그때 코키 역을 맡은 크리스 버크가 최초의 다운증후군 배우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그 이후 최근의 피셔 프라이스 광고, 패션쇼 등이 나오기까지는 멀고도 느린 길이었다고 다운증후군 인식 운동가들은 말한다.
“과거에는 지금 같지 않았다”고 전국 다운증후군협회의 새라 하트 와이어 회장은 말한다. 다운증후군 모델이 나오는 광고, 다운증후군 배우가 나오는 TV 드라마는 생각도 못했었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지난 2015년 한 단체가 나섰다. ‘아름다움의 얼굴 바꾸기(Changing the Face of Beauty)’라는 단체였다. 이 그룹은 광고에 장애인을 기꺼이 모델로 기용할 소매기업 15곳을 우선 찾아 나섰다. 시카고에서 7살짜리 다운증후군 딸을 키우는 엄마 케이티 드리스콜이 선봉에 섰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들은 100여 기업으로부터 약속을 받아냈다.
광고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포함시키는 것이 얼마나 똑똑한 비즈니스 전략인지를 강조한 것이 설득력을 가진 결과였다.
미네소타, 스틸워터의 4살짜리 다운증후군 어린이 잇지 브래들리는 지난 3년간 3개의 타겟 광고에 나왔다. 그리고 새 광고에 곧 나올 예정이다. 광고는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장면을 담을 뿐 잇지가 다운증후군 어린이라는 사실에 특별히 관심이 쏠리게 하지는 않는다.
타겟의 제나 렉 대변인은 말한다.
“타겟은 언제나 고객들을 반영하고 싶어 합니다. 사회가 변하고 사람들의 시각이 변하는 대로 타겟은 이를 광고에 반영합니다. 장애와 다운증후군을 가진 모델들을 기용하는 것도 그 일환입니다.”
카우치에서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애셔. 애셔의 엄마인 미건 내시는 아들 사진과 사연을 소셜 미디어에 올려 인기를 끌었다.
타겟 광고에 등장한 잇지 브래들리.
<
한국일보- 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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