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트 트럼프 당선자

차이잉원 대만 총통

시진핑 중국 주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2일 1979년 대만과 외교관계 단절 후 미국 대통령 혹은 당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대만 총통과 깜짝 전화 통화를 하면서 미국과 중국은 물론 전 세계 외교가가 발칵 뒤집힌 가운데, 이번 사례가 단순한 실수나 돌발적 행보가 아니라 수개월 간의 은밀한 준비 끝에 나온 계획된 행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이번 전화 통화가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미국의 대 중국 정책이 지금과는 확연히 달라질 것을 예고하는 신호탄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새로운 대만 전략
워싱턴포스트는 5일 트럼프 당선인 내부 소식통과 전문가들을 인용해 두 사람의 전화 통화는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7월 말 공화당 대선후보로 지명되기 이전부터 그의 측근들이 검토하고 준비해 온 새로운 ‘대만 관여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특히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승리 이후 통화해야 할 전 세계 정상 ‘통화리스트’에 애초부터 올라 있었고, 양측 참모들은 준비된 각본에 따라 몇 주간의 실무협의를 거쳐 두 사람의 전화를 성사시킨 것이라고 전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국가안보팀 출신으로 중국 전문가인 스티븐 예츠는 “대만 총통은 트럼프 당선인의 참모들이 작성한 통화대상 명단에 아주 일찌감치 올라 있었고, 트럼프 당선인에게도 보고가 이뤄졌다”면서 “처음부터 전화 통화 시의 이런 반응과 잠재적 역풍이 있을 것을 예상했다”고 말했다.
대만 총통부의 알렉스 황 대변인도 앞서 로이터 통신에 “전화 접촉 전에 양측이 당연히 동의했다”며 양측 간에 충분한 사전 논의가 있었음을 밝혔다.
신문은 전화를 직접 주선한 것으로 알려진 에드윈 퓰너 전 헤리티지 재단 이사장 이외에도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 피터 나바로 UC 어바인 경제학과 교수,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 친 대만 기류 강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세를 급속히 확대하는 중국을 견제하려면 대만 카드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물들이다.
■대중국 정책 변화 주목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에서 대중국 정책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전화 통화에 대해 일부 비판론자들은 외교 초보자의 사려 깊지 못한 실수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또 다른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향후 중국에 대해 새롭고 거친 관계를 모색할 것임을 보여준 계산된 행보라고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무른 대응 때문에 중국이 미국을 무시하고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전날 트위터에서 중국의 반발에 대해 “중국은 (경쟁 관계에서 우리 기업을 어렵게 만들) 위안화를 평가 절하하거나 우리 제품이 중국으로 들어갈 때 과도한 세금을 부과했을 때, 남중국해 한가운데 군사시설을 만들었을 때 문제가 없겠느냐고 우리에게 물어봤느냐,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 트위터 메시지로만 보면 중국이 미국을 고려하지 않듯 미국도 이제는 중국의 입장에 개의치 않고 필요한 일들을 해 나가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의 대중정책에 큰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월스트릿저널은 “트럼프의 강경파 측근들은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모든 문제에서 살금살금 걷던 미국의 ‘까치발’(tip-toeing)식 접근을 끝내는 것을 분명한 목표로 한다”며 “극단적인 관점에선 대만의 역할이 냉전 시대에 중국을 견제하는 ‘불침 항모’(unsinkable aircraft carrier)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케리 장관 우려 표명
이에 대해 존 케리 국무장관은 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외교 문제에 관해 현직들의 조언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NN 등에 따르면 케리 장관은 이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브루킹스 연구소 행사에 참석해 현직 국무부 관리들의 조언은 충분히 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케리 장관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의 경우 해외 정상들과 통화하기 전 국무부 브리핑을 받고 있지만 트럼프 당선인으로부터는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케리 장관은 트럼프 당선인의 강경한 고립주의 외교에 종종 우려를 표했다. 그는 지난주 한 외교 단체 행사에서 세계화를 거부하기엔 이미 각국의 상호연결성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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