홑겹의 날개로도
제 몸 하나 날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샛강 건너 들길 따라
산허리 너머 연안의 시클라멘을 찾아서
나리는 눈발 한 자락에
그예 더듬이가 서걱거려
털썩, 올리브산 나뭇가지에 내려앉아
오후 두 시의 햇살을 기다린다
녹아든 눈송이
허공에 털어버리고
오그라 붙은 촉수를 펼치면
다시 제 갈 길을 가고 싶어
차가운 숨 가누어 녹일세라
날개 접어 안으로,
안으로 동글리는 철 잃은 겨울 나비
*시클라멘: 지중해 연안에 자라나는 겨울에 피는 꽃
*올리브산: 감람산, 예수님의 십자가가 서 있던 산
수상수감
‘지나온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또 다른 번민과 상처로 온 밤을 지새울 어린 영혼이 있다면 꽉 껴안고 싶다. 괜찮다고, 다 지나간다고, 더 강해질 거라고... .’
진실의 거친 면을 에둘러 갈 수 없기에 자신을 발기듯 내어놓는 작가가 부러웠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세포의 결을 가르는 고통스러울 임무와 같은 일들이 지금은 내면에 고인 삶의 정수를 길어 해갈할 수 있는 자들만이 누리는 특권처럼 여겨진다. 엉켜진 생각을 고르고 정리하는 일이 숨 쉬는 한 부분이 되어서 내 영혼이 활동을 하고 내 일상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된다. 심사위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장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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