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 친박-비박 분당·야권 후보단일화 여부가 승패 가를 듯
▶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제3후보의 표 잠식도 변수

새누리당 정우택(왼쪽) 신임 원내대표와 정진석 전 원내대표가 인사하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최근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한 정우택 신임 원내대표는 당선 소감에서 비박계 탈당을 만류하기 위해 이같은 얘기를 하며 울먹거렸다. 분당(分黨)의 길을 걷게 되면 대선에서 필패라고 본 것이다.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내년 19대 대선이 당초 12월에서 4~6월쯤으로 앞당겨져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선 대결 구도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의 분열 여부는 대선 승부를 가르는 최대 변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년 대선의 대결 구도는 아주 유동적이다. 이미 안철수 전 대표가 더불어 민주당을 탈당해 제3지대인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 야권이 분열됐다. 계파 간 진흙탕 싸움을 벌여온 새누리당도 탄핵안 가결 이후 분당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3지대를 표방하는 정치세력이 늘어나고 있다. 손학규 전 대표가 이미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제3지대에 자리잡았고, 정운찬 전 총리도 최근 대선 출마 검토 의사를 밝혔다.
이번 대선에서도 여권과 야권 중 분열하지 않는 쪽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여당의 경우 분당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 정도로 비박계의 대규모 이탈이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야권에선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 등의 후보 단일화가 성사될 수 있을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1987년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된 뒤 지금까지 대선 대결 구도는 크게 ‘2+알파’ 구도, 양강 구도, 4자 구도 등 세 가지가 있었다. 1987년 대선에서 국민들의 민주화 열기에도 불구하고 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 간의 4자(또는 3강1중) 구도로 치러져 군부 출신의 노태우 후보가 당선됐다. 반면 2002년 대선과 2012년 대선은 보수와 진보의 1대 1 구도로 치러져 각각 노무현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승리했다.
그러나 세 선거 외에는 양강 후보와 중간 정도의 득표력을 지닌 제3의 후보가 대결하는 ‘2+알파’ 구도로 치러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1992년 대선에선 정주영 후보, 1997년 대선에선 이인제 후보, 2007년 대선에선 이회창 후보 등이 제3후보 역할을 했다. 진보 세력은 이 과정에서 후보 단일화 드라마를 연출하는 전략을 펴는 경우가 많았다. 노무현 후보는 이런 전략으로 정몽준 후보 지지층을 흡수해 승리했다.
탄핵 정국에서 조기 대선 정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먼저 관심을 모으는 것은 새누리당 분열 가능성이다. 야권이 주도한 탄핵안에 비박계를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이 62명 이상 가세한 것으로 분석되면서 여당은 분당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비박계가 원내대표 경선에서 패배함으로써 비박계의 탈당 명분이 약해진 게 사실이다.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전 대표는 16일 “탈당과 신당 창당 여부를 일주일가량 신중하게 고민한 후 최종 결심하겠다”고 말해 그의 결심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비박계의 탈당 규모는 김 전 대표의 결심 외에도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동참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K-Y(김무성-유승민)연대를 통해 탈당 결행이 이뤄진다면 새누리당 전체 의원 128명 중 비박계 의원 30여명이 선도 탈당할 수 있다. 그러나 유 의원이 탈당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탈당 의원 규모는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석에도 이르지 못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비박계가 탈당해 신당 창당을 추진하더라도 유력 대선주자가 없으면 신당을 성공시키기 어렵다. 따라서 1월 중 귀국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비박계 주도의 신당 세력과 손을 잡을지 여부도 주목된다. 반 총장은 처음에는 비박 세력이나 친박 세력과 전면적으로 손을 잡지 않고 제3지대에서 독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한 뒤 두 계파 세력을 끌어안는 전략을 펼 개연성이 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범여권 세력이 다시 반 총장 중심으로 하나로 재결집할지 아니면 여전히 분열의 길을 걸을지 현재 예단하기는 어렵다.
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에선 대선을 앞두고 야당 통합론 또는 야권후보 단일화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총선 때 분화된 두 정당이 조기 대선 전에 하나로 합쳐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87년 후보 단일화 실패의 전철을 밟아선 안된다”는 야권 지지층의 압박이 커질 경우 문재인-안철수-이재명 후보 등의 야권후보 단일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 후보 단일화 문제에 대해선 두 갈래 전망이 있다. 민주당 주변에서 “결국 단일화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기대 섞인 전망이 있으나 국민의당 주변에선 “안철수 후보가 다시 후보를 양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여야 양측에서 모두 분열 가능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제3지대를 표방하는 후보들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어느 때보다도 정치권이 크게 요동치고 있어서 내년 대선 구도로는 4~5자 대결, 2+알파 대결, 양강 대결 등 여러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과정에서 여야 가운데 덜 분열하고 구심력을 발휘하는 쪽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또 제3지대 유력 후보가 나올 경우 그 후보가 여야 중 어느 쪽 표를 더 잠식하느냐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왼쪽)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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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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