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국전 마지막 기자회견서 전례없이 자주 ‘국민’ 언급
▶ “마라톤을 100m 뛰듯” “국제사회도 이구동성 인정”…유엔총장 성과 부각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임기중 마지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새해 1월 귀국과 더불어 대선으로 향하는 한국 정치판의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일 대권을 향한 '권력의지'를 거침없이 발산했다.
"내 한 몸 불사르겠다", "몸 사리지 않겠다" 등의 강력한 언어로 유엔 사무총장 10년 봉직 경험을 토대로 조국인 한국의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지금까지 했던 발언 중 가장 강력한 톤으로, 내용면에서는 대선출마 선언이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다음 달 중순 귀국 후 대선 출마가 유력시돼온 반 사무총장은 이날 뉴욕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의 고별 기자회견에서 어느 당, 어떤 정치인과 연대할지를 포함한 '전략'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각계각층 국민의 진솔한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겠다",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무엇을 기여할 것인지에 대해 깊이 고뇌하면서 생각하고 있다"는 말로 자신의 정치적 선택지도 확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고민하는 지점은 방법론일 뿐, 대선행으로 마음을 굳혔다는 인상은 여러 면에서 강하게 배어 나왔다.
우선, 과거 기자회견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국민'을 자주 언급하면서 민심과의 교감을 드러냈다.
반 총장은 "10년간 사무총장으로 근무하면서 단 하루도 국가와 국민께서 베풀어준 사랑과 지지에 고마움을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며 "국민의 따뜻한 성원이 아니었다면 10년에 걸친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상황에 대해서도 "촛불로 나타난 민심은 국민의 좌절과 분노를 나타내는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이 아주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준 것에 대해 국제사회도 상당히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런 일이 한국에서 일어나는 데 대해서 뭐라고 말씀드릴 수 없다. 이런 심정은 국민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니 추운 날씨에 수백만이 촛불을 들고나오지 않았겠냐"면서 화살을 기성 정치권으로 돌려 "정치 지도자들이 자기를 버려야 한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자신의 대선 출마 문제에서도 그는 "모든 것은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 "국민 여러분의 진솔한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국민'을 최우선에 놓았다.
'국민이 원하면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의미인가'라는 질문이 이어지자 즉답을 피한 채 "대선이다, 대통령이다 말씀을 드릴 수 없다"면서도 "제가 10년 동안 유엔 총장을 역임하면서 배우고, 보고, 느낀 것이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제 한 몸 불살라서라도 노력할 용의가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미력한 힘이지만 국가발전을 위하고 국민 복리·민생 증진을 위해 제 경험이 필요하면 몸 사라지 않고 할 용의가 있다"며 "73살이지만 건강이 받쳐주는 한 국가를 위해 노력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해 사실상 출마 선언으로 받아들여졌다.
반 총장은 유엔에서의 자신의 성과와 국제사회의 평판을 전달하는 데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는 "10년간 저는 마라톤을 100m 뛰듯 열심히 달렸다"면서 "열정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갖고 최선을 다해왔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특히 자신의 업적으로 평가되는 파리기후협정, 유엔 '2030 지속가능개발목표(SDG)'를 언급하면서 "국제사회도 저의 노력에 대해 거의 이의 없이 이구동성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년 동안 휴가도 제대로 못 가고, 주말에도 출장 등으로 바빴다"면서 "지금까지 저 자신을 낮췄으며 거의 사적인 생활이 없었다. 10년간 365일 오로지 국제사회 평화와 안전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매년 300∼400명 정도의 각국 정상을 만났고, 지금까지 150여 개국을 방문했다면서 한국을 11차례 찾는 등 한 나라를 여러 번 방문했으니 560여 개국을 방문한 셈이라는 '통계'도 곁들였다.
반 총장은 한국의 탄핵 상황에 대해 "상당히 민망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줄곧 외국의 지도자들을 만나면서 '국민의 염원과 고충에 진솔하게 소통하라, 정치인들이 정파적·계층적 이해관계를 내려놓아라. 모든 이해 당사자와 포용적으로 대화해서 해결책을 모색하라'고 강조했다면서 이와 반대되는 상황이 한국에서 벌어진 것을 얘기하려는 듯 했다.
그는 "그들(외국 지도자들)이 뭐라고 얘기하겠는가"라면서 "귀국하지만, 상당히 참담한 심정이다. 자랑스럽게 돌아가서 싶었는데 가슴이 무겁다"라고 토로했다.
반 총장은 한국행 비행기 표를 아직 예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1월 2∼3일까지 유엔 총장 관저에 있다가 이사를 나오겠다고 말했다.
그는 "잠시 생각도 하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하로, 안 보이는 데서 쉴까 생각 중"이라고 '조크'를 던지면서 "생각할 여유를 갖고 1월 중순쯤 귀국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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