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박계, 반기문 총장과 연대해 중도보수 신당 시도할 듯
▶ 대선 다자 대결 가능성… 양강·3자 구도로 축소될 수도
내년 4~6월쯤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35명이 21일 “오는 27일 집단으로 탈당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여당의 분당(分黨)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이달 말 유엔 사무총장에서 퇴임하는 반기문 총장은 20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가진 한국 특파원단과의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제가 10년 동안 유엔 총장을 역임하면서 배우고, 보고, 느낀 것이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제 한 몸 불살라서라도 노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해 사실상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새누리당을 탈당하는 비박계 의원들은 내년 1월 귀국하는 반 총장과 연대해 신당을 창당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서 ‘정계 빅뱅’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대선 구도도 다자 대결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합종연횡에 따라 양강 구도나 3자 구도로 압축될 가능성도 있다.
김무성, 유승민, 나경원 의원 등 비박계 의원 31명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해 탈당·분당을 결의하고 즉석에서 탈당계를 작성했다. 이날 회동에 참석하지 못한 현역 의원 4명까지 포함해 모두 35명의 의원이 함께 탈당하기로 했다고 참석자들은 밝혔다. 비박계의 탈당 규모가 35명으로 늘어난 까닭은 비주류의 두 수장인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전날 함께 당을 떠나기로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이로써 헌정 사상 처음으로 보수 성향 정당의 분당이 현실화됐다. 1995년 민자당에서 김종필 전 총리가 측근 의원들을 데리고 탈당해 만든 자유민주연합, 1997년 신한국당을 탈당한 이인제 전 의원이 창당한 국민신당 등이 있었지만 이탈 현역 의원 규모가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20명)을 넘어 ‘분당’ 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0여 명의 비박계 의원들이 중도보수 성향의 신당을 창당키로 함에 따라 정치권은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 비박계 신당, 국민의당의 4당 체제로 급변하면서 대선 정국의 불확실성이 더 커지게 됐다. 1987년 대통령직선제 헌법 개정 이후 유일한 4당 체제는 1988년 총선 결과로 형성됐던 구도가 마지막이었다.
비박계 의원 34명(35명 중 비례대표 1명 제외)이 탈당할 경우 새누리당 의석은 94석으로 줄어들어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이 된다. 현재 의석 현황을 보면 새누리당 128석, 더불어민주당 121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7석이다. 따라서 비박계 이탈 규모에 따라 어느 당이 제3당이 될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비박계 황영철 의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가짜 보수와 결별하고 진정한 보수 정치의 중심을 세우고자 새로운 길로 가기로 뜻을 모았다”면서 “친박(친박근혜)·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를 청산하는 새로운 정치의 중심을 만들어 안정적·개혁적으로 운영할 진짜 보수 세력의 대선 승리를 위해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비박계 측은 또 원희룡 제주지사도 탈당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탈당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은 “비박계가 국회의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원내대표 경선에서 패배한 뒤 탈당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면서 “누릴 것은 다 누리고 자기 이해에 따라 탈당한다는 것은 비겁한 정치의 전형”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비박계의 탈당 결정이 주목받는 것은 반기문 총장과의 연대 가능성 때문이다. 지지율이 5% 이상인 대선주자를 확보하지 못한 비박계는 지지율이 20% 전후인 반 총장과 손잡지 않고는 신당 창당에 성공하기 어렵다. 따라서 1월 중 귀국하는 반 총장의 선택에 따라 여러 갈래의 정계 개편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다.
우선 반 총장이 독자 정치세력을 만든 뒤 비박계와 연대해 신당을 창당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또 반 총장이 비박계와 손잡은 데 이어 안철수 전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 손학규 전 대표 등 제3지대와 협력하는 구도를 그려볼 수 있다. 이른바 친박과 친문을 제외한 모든 제3세력이 광범위하게 연대하는 방안이다.
반 총장이 독자 정치세력을 만든 뒤 비박계뿐 아니라 친박계를 흡수하는 형식으로 범보수 세력을 재결집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반 총장과 범보수·제3지대 세력이 모두 연대해 민주당과 맞서는 구도가 짜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반 총장과 비박계의 움직임에 따라 대선 구도는 4~5자가 대결하는 다자 구도, 3자 구도, 양강 구도 등 다양한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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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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