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레니얼 세대 풍속도
▶ 18~34세 젊은 층 취업난·저임금에40% 부모집 기거
아이비리그 대학을 우수한 성적에 졸업한 아들을 둔 60대 한인 정모씨는 아무에게도 이야기 할 수 없는 고민을 갖고 있다. 정씨의 아들은 유명 대학원 학위까지 갖고 있는 남부러울 것 없는 모범생이지만, 졸업 후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지 못한 채 계속 방황하며 자신의 집에 얹혀사는 일명‘캥거루족’ 인 것이다.
정씨는 “대학원 졸업 후 본인이 희망하는 회사에 입사하지 못해 집 인근에 위치한 일반 회사를 다니던 아들이 어느 순간 월급 때문에 렌트가 감당이 안된다며 집으로 들어왔다”며 “이후 결혼은커녕 독립할 생각도 하지 않고 이제는 자신의 차량 리스 비용까지 내달라고 부탁하는데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UC 계열대를 졸업한 뒤 LA 지역 은행에 취업한 이모씨는 어바인의 부모님 집과 출퇴근 거리가 부담스러워 1년 넘게 다운타운 인근에 스튜디오를 얻어 독립해 생활하다가 최근 부모님 집으로 들어간 경우다. 월급의 절반이 넘는 비싼 렌트와 식비에 학자금 대출 페이먼트까지 내다 보니 매달 적자 시달리다가 내린 결정이다.
이씨는 “독립했다는 기쁨도 잠시일 뿐 재정적으로 만만치 않더라. 일단 렌트비가 너무 비싸고 자동차 페이먼트, 각종 유틸리티에 학자금 상환까지 많은데 월급은 적으니 혼자 사는 자체가 마이너스 인생인 것 같다”며 홀로서기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이처럼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한 뒤에도 경제적 여건으로 부모에 얹혀사는 이른바 ‘캥거루족’이 한인사회에서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캥거루족이란 캥거루 새끼가 어미의 주머니에서 자라는 것을 빗댄 말로 성인이 돼서도 독립하지 않고 부모에 의존하는 청년층을 지칭한다. 예전에는 대학 졸업 후 취직이 안 돼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사람을 지칭해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높은 렌트와 생활비 등 경제적 독립이 힘들어 어쩔 수 없이 부모집에 거주하는 ‘생계형 캥거루족’이 늘어나고 있다.
연방 센서스국이 지난 21일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18세~34세 사이인 밀레니얼세대(1980년대 초반 이후 태어난 세대)에서 부모나 조부모 집에 얹혀 살고 있는 캥거루족들은 전체의 39.5%로 집계됐다. 이는 대공항 직후인 1940년의 40.9%에 이어 7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처럼 밀레니얼 청년들의 캥거루족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저소득과 학자금 빚, 렌트 급등을 비롯해 3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밀레니얼 청년들의 연간 중간소득은 현재 6만1,000달러로 20년전인 X세대들의 6만3,400달러 보다 줄어든데다, 주택시장 회복과 수요 급증으로 렌트가 급등해 이들이 본인 월급만으로 주택구입과 렌트 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취업 후 부모로부터 경제적인 독립을 한 청년들도 완전한 독립에는 이르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아파트 렌트, 자동차 페이먼트를 지원 받고 생활비는 자신이 부담하거나, 반대로 일부 생활비를 부모에게 지원 받고 기타 비용은 자신이 부담하는 경우들도 많다는 게 캥거루족들의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경제적 독립에 실패해 부모집으로 들어온 자식들이 계속 부모의 집에서 도움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한인가정상담소(KFAM) 안현미 카운슬러는 “무조건 자녀들에게 퍼주기보다 자녀들이 다시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등 부모들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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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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