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수 온건파는 ‘정착촌 비난’ 케리 장관 연설 지지

유대교 명절 하누카 (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지 정착촌 건설을 비난한 유엔 결의안 통과를 사실상 '방조'한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조치를 놓고 미국 유대계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쪽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예기치 않은 입장 변화에 배신감을 나타내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올바른 조치였다고 지지를 보내고 있다.
유대계 여론을 대변하는 유대교회당의 랍비(율법학자)들도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심지어 반대파를 공격하기 위한 그들의 전매특허 격인 '반유대주의자'란 명칭을 오바마 대통령과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 붙이기도 한다.
이스라엘의 최대 해외 후원세력인 미 유대계는 그동안 내부적으로 이스라엘의 정책을 둘러싸고 진보와 보수 간에 견해차를 보여왔으나 이번 안보리 결의 사태를 계기로 이견이 더욱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29일 뉴욕타임스(NYT)가 지적했다.
미국과 중동의 가장 가까운 동맹인 이스라엘 간의 관계는 그동안 상황에 따라 부침을 겪어왔으나 현직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정권은 물론 차기 대통령 당선인 양측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상황은 분명 이례적인 케이스이다.
따라서 미국 내 유대계도 매번 이스라엘 정부가 중동정책을 둘러싸고 미 행정부를 비난할 때마다 무조건 이를 따라야 하는지를 놓고 곤혹스런 입장을 맞고 있다.
특히 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이스라엘 우익 정권을 지지하는 것이 과연 진정으로 조국인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것인가를 놓고 유대계 내부에서 가치충돌이 발생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유대계 내부 상황도 세대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유대계 젊은층은 자신들은 유대교 신도나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자로 당연시하지 않으며,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나 아랍국들과의 전쟁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지도 않는다.
미국 유대계는 또 압도적 다수가 민주당원으로 이번 대선에서도 클린턴과 트럼프에 대한 투표 비율이 71-24였다.
그러나 미국 내 유대계 여론의 핵심은 수도 워싱턴의 유대계를 대변하는 조직으로 다분히 보수적이며 현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 우익 정권에 우호적이다. 따라서 정착촌 문제에 덜 비판적이고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는 차기 트럼프 정권을 공공연히 지지하고 있다.
정통 유대교 교인들도 오바마 행정부에 비판적이며 트럼프 정권의 등장을 고대하고 있다.
반면 퀸스 칼리지의 유대사회학자인 새뮤얼 헤일먼 교수는 "근래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 정착촌에 우호적인 우익인사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이것이 주류 견해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히브리 유니언 칼리지의 스티븐 코언 교수는 유엔 결의안에 대한 미국의 기권을 정당화하고 이스라엘 측의 정착촌 건설을 비난한 케리 국무장관의 연설이 대부분 미 유대인들의 견해를 대변한다고 평가했다.
코언 교수는 "매번 여론조사 때마다 미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에 반대하고 있음이 드러난다"면서 "이들의 성향은 대체로 자유주의적이고 온건하며 2국가 해법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히려 케리 장관의 연설이 친이스라엘적이며 오바마 행정부 등 최근 행정부들이 추진해온 2국가 해법이 이스라엘에 지속적인 평화를 가져다 주는 방안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2국가 해법을 지지하고 정착촌 건설에 반대해온 일부 유대인들 사이에서도 이번 미국이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유엔 결의안 통과를 방치한 것은 실수였다고 비판하고 있다. '친구와의 문제를 공개석상에서 회초리를 들어 해결하려는 격'이라는 지적이다.
북미 최대 유대 단체인 개혁유대주의연합의 릭 제이컵스 회장은 미국의 유엔 결의안 기권은 오판으로 판단된다면서 미 유대인 대다수는 정착촌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든 정직한 중재자로서 유엔의 역할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대계 일각에서 공개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배신감,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네타냐후 총리의 험악한 발언 등은 미 유대 사회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퇴진을 수주 앞두고 이뤄진 이번 안보리 결의가 조만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평화적 해결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유대계 인사들은 거의 없다.
진보계 유대 로비 단체인 '제이(J) 스트리트'의 제러미 벤-아미 대표는 "유산의 문제로 간주한다"면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는 장기적인 사안으로 트럼프나 네타냐후 집권 기간에도 해결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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