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체장애 젊은이들의 데이트 도전기, 어렵사리 은밀한 만남에 성공하더라도
▶ 고립·조롱·학대·변태적 행위 요구 많아, 연민으로 시작 결혼 얘기 나오면 줄행랑

타비사 에스트렐라도가 뉴욕의 한 나이트 클럽에서 친구인 마티야스 로즈(왼쪽), 미구엘 오리츠(오른쪽)와 잡 담을 나누고 있다. <뉴욕 타임스 /웬디 루>
이성교제를 원하는 타비사 에스트렐라도(32)는 데이트 상대를 만날 기회를 잡기 위해 뉴욕의 싱글바를 정기적으로 드나든다. 하지만 그녀에게 관심을 두는 남성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상황은 만남의 첫 수순인 악수에서 부터 꼬이기 시작한다. 상대가 호의의 표시로 내미는 손을 그녀는 제대로 잡지 못한다. 마음에 차지 않아서가 아니다. 물리적으로 그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에스트렐라도는 근육 위축병을 앓고 있는 신체장애자다. 그녀와 같은 근육위축병 환자는 점진적인 근력감소로 손가락을 구부리거나 발가락 하나 까닥거릴 수조차 없는 상태로 떨어지며 말기단계에 도달하면 호흡과 심장박동에 필요한 근육까지 무력화돼 결국 사망에 이른다.
숫하게 겪은 상황이지만 싱글바에서 만난 남성의 수인사에 반응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그녀에겐 늘 어색하고 버겁게 느껴진다.
남녀 간의 데이트에서 몸짓과 동작은 상대를 향한 의도를 슬쩍 내비치는 미묘하고도 섬세한 제스처다. 에스트렐라도는 몸짓에 담긴 뜻을 누구보다 정확히 읽어내지만, 본인 스스로 의미있는 제스처를 취하진 못한다.
싱어송 라이터인 에스트렐라도는 그녀를 데이트 상대로 보아주는 남성이 없다는 점이 근육위축층이 가져온 최악의 고통이라고 말했다.
데이트는 감정적인 리스크가 따르는 달콤살벌한 작업이다. 그러나 장애자들이 직면하는 도전은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휠체어에 의존하거나 지체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정상인들에 비해 훨씬 뒤늦게 데이트를시작하지만 어렵사리 시작한 교제가 결혼으로 이어질 확률은 지극히 낮다.
매릴랜드-칼리지 팍 대학의 사회학자 필립코헨에 따르면 18세-49세 연령대에 속한 미국인들의 전체적인 초혼률은 1,000명 당 48.9명꼴이다. 이에 비해 장애자들의 초혼률은 1,000명 당 24.4명에 불과하다.
젊은 여성은 장애여부에 상관없이 이성교제를 원한다. 댄스클럽에 가기를 좋아하고 가끔씩 새로운 남자를 만나고 싶어 한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일반화된 원-나잇 스탠드식의 훅업 문화 대한 호기심도 강하다.
그러나 장애여성은 ‘데이트 학대’에 대단히 취약하다.
1992년에 발표된 보고서는 상대 남성이 장애여성의 휠체어를 치워버려 낯선 공간에 고립을 시킨다든지 부자유한 몸 상태를 조롱하거나 입에 담기 힘든 성적 학대를 가한 사례를 수도 없이 열거한다. 이런 악의에 노출될 때마다 피해 여성은 위로받을 수 없는 극심한 감정적 고통을 당하기 마련이다.
장애인들은 온라인 데이팅서비스사의 출현으로 새로운 기회를 맞게 된다. 그러나 이들에게 찾아온 기회는 리스크를 수반한다.
장애인들이 주 고객인 디서빌리티데이팅닷컴(DiisabilityDating.com) 외에 유명 데이트알선사이트인 e하모니(eHarmony)와 매치닷컴(Match.com)은 장애인과의 교제에 열린 마음을 지닌 회원들에게 “신체 일부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는다 해도 심장은 뛴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한결같이 “현실적인 접근”을 권한다. 단순한 호기심은 잔인한 결과를 낳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에스트렐라도는 평생 반려자를 찾기 위해 다양한 데이팅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지난해 연말까지 이어진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로 ‘친밀한 관계’를 원하는 몇 명의 남성을 만났지만 이들 중 결혼을 생각하는 상대는 단 한명도 없었다.
그녀는 수개월에 걸쳐 온라인을 통해 만난 남성들과 은밀한 만남을 즐겼다.
하지만 비밀은 지켜지지 않았다. 밀회를 갖던 중 상대의 거친 행동으로 휠체어에서 떨어진 에스트렐라도는 심한 부상을 입었고 결국 가족들에게 사실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일부 지인들은 그녀를 비난했다. 그들은 장애인의 욕구를 외면하려 들었다. 그래도 부모님은 그녀를 이해하고 지지해주었다.
에스트렐라도는 “이성관계를 통해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싱싱한 느낌을 받고 싶었다”며“훅업 문화에 익숙한 남성들은 휠체어에 별로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관계는 늘 단명으로 끝났다”고 말했다.
선천성 근위축증 환자인 알리 브루너(28)는스탠드업 코미디언이다.
켄터키 주 알렉산드리아에서 활동하는 그녀는 휠체어를 타고 무대에 오른 뒤 속사포를 쏘듯 야한 농담을 쏟아내 무방비 상태인 관중의허를 찌른다.
본인의 설명을 빌리자면 장애인을 보호를 필요로 하는 어린아이, 혹은 욕망이 거세된 비성적 존재처럼 간주하려는 잘못된 통념을 깨부수려는 의도다. 하지만 편견의 벽을 깨는 것은 생각처럼간단치 않다.
어느 날 쇼가 끝난 후 한 여성이 그녀에게다가와“ 자신의 실제 경험에서 우려낸 듯한 성적 농담이 인상적이었다”며“ 주로 어디서 소재를 얻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장애를 지닌 브루너에게 그 방면의 경험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가정을 전제한 발언이다.
사실 브루너의 농담은 본인이 직접 경험한실제상황에서 퍼 온 것들이다.
지금도 오케이큐피드 등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끊임없이 데이트상대를 물색하는 그녀는 “내가 일찍 시들 것임을 알기 때문에 남들보다 적극성을 보이는 것 뿐”이라고 털어놓았다.
브루너의 첫 번째 남자친구는 그녀와의 육체적 관계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동정심과 연민이 앞선 플라토닉 러브였던 셈이다.
몇 번의 관계를 거친 후 그녀는 가장 최근의남자친구인 노아에게서 가능성을 보았다. 이 남자라면 나를 배우자감으로 생각해줄 것이라는기대감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혹시나” 하는 불안한 희망은 “역시나”로 마감됐다.
믿었던 노아는 “당신을 끝까지 보살펴줄 자신이 없다”며 뒷걸음질을 쳤다.
역시 근위축증 환자인 에밀리 맥콜리(24)는데이트 상대를 만날 때 휠체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관계가 시작되면 여지없이 문제가 발생한다.
2011년에 만난 남성은 그녀의 몸 상태를 파악한 후 변태적인 성행위를 요구했다.
그 다음에 만난 남성은 근위축증에 관해 열공을 하는 등 기대치 않았던 열의를 보였다.
둘 사이는 급격히 가까워졌고, 급기야 결혼 얘기가 오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의 몸 상태가 악화돼 병원을 오가는 일이 잦아지자 남자친구의 태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 “약속의 말”로 가득했던 둘의 관계는 맹탕으로 끝났다. 헤어질 때 남자친구는“ 불확실한 건강상태가 가져올 너무도 확실한 미래를 견뎌낼 수 없을 것 같다”며 고개를 숙였다.
매력적인 생김새에 후한 가산점을 주는 ‘외모지상주의 시대’의 데이트는 장애인들에게는 ‘지뢰밭에서의 위험한 유희’인지도 모른다.
맥콜리도 이제 더 이상 데이트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녀는 요즘 라브라도 잡종인 반려견 캐시에게 푹 빠져 있다. 그녀에게 캐시는 “이 세상에서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유일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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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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