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지금, “친박·친문 제외한 중간지대 세력 손 잡으면 주도 세력 교체”
▶ 손학규 적극, 안철수 소극, 반기문은?… 세력 다양해 미지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왼쪽부터), 안희정 충남지사,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5주기 추모행사에서 나란히 서있다. <연합>
올 봄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조기 대선에서‘제3지대 빅텐트’가 꾸려질지 여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제3지대 빅텐트’ 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제3지대에 있는 대선주자들이 손을 잡는 것을 의미한다.‘중간지대 빅텐트’를 주장하는 세력들은“친문 패권세력과 친박 패권세력을 제외한 다수의 개혁세력이 연대해 이번에 정치 주도 세력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3지대 연대’ 시나리오에 따르면 빅텐트에 참여할 수 있는 주요 대선주자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세 축이 우선 거론된다. 여기에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운찬 전 총리, 유승민 바른정당(가칭) 의원,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이 가세한다면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파로 따지자면 국민의당, 새누리당 탈당파가 만든 바른정당, 반기문 세력, 손학규 세력, 더불어민주당의 비문 세력이 짝짓기를 시도하는 구도인 셈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중도 노선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도보수에서 중도진보까지 포괄하는 중도연합을 구상하는 것이다. 단순히 선두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를 반대하기 위한 스크럼을 짜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 따라서 이들은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줄이는 권력구조 개편을 골자로 하는 개헌 추진을 명분으로 합종연횡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정당 구조는 4당(원내교섭단체 기준) 또는 5당(정의당 포함) 체제여서 올해 대선 대결 구도는 양강 대결, 3자·4자·5자 대결 등 다양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만일 제3지대 빅텐트가 성사된다면 대선 구도는 양강 또는 3자 대결로 압축될 수 있다.
조기 대선으로 가닥이 잡히자 ‘제3지대 빅텐트’를 주장하는 중간지대 정치권의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먼저 깃발을 든 가운데 국민의당 지도부를 구성한 호남 중진들이 가세하고 있다.
손 전 대표는 6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오는 2∼3월에 ‘빅뱅’이 있을 것”이라면서 “의원 50∼100명이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탈당해 제3지대에 편입될 수 있다는 뜻이다. 손 전 대표는 제3지대 주자들이 개헌을 전제로 ‘대통령-총리’ 등 방식으로 러닝메이트를 이룰 가능성에 대해 “DJP 연합 그런 게 이번에 더 구체화될 수 있다”고 구상을 밝혔다. 그는 반기문 전 총장에 대해 “소중한 분”이라고 말하고, 새누리당에서 탈당한 ‘바른정당’과의 연대 가능성도 열어뒀다.
현재 손 전 대표의 빅텐트론에 가장 먼저 호응하는 쪽은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과 주승용 원내대표다. 김 비대위원장은 손 전 대표와 가까운데다 이미 친박계 및 친문계 후보를 제외한 후보들이 모여 국민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주장에 동조한 바 있다. 주 원내대표는 “손 전 대표나 정운찬 전 총리, 반 전 총장이 희망한다면 국민의당의 텐트로 들어와서 치열한 경선을 통해서 후보를 단일화한다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빅텐트 성사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반기문 전 총장과 안철수 전 대표이다. 두 사람 중 한 사람만 빠져도 빅텐트의 외형이 갖춰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최근 페이스북에 “연대보다 자강이 먼저”라며 “역대 선거들을 보면 자신감이 부족해서 다른 세력과의 연대를 주장하는 경우에 선거에서 대부분 패배한다”고 거리를 뒀다. 그러나 안 전 대표도 자신의 입지를 강화한 뒤 반 전 총장 등과의 제3지대 연대론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빅텐트론의 최대 변수는 반 전 총장이다. 반 전 총장은 12일 귀국한 뒤 일단 어느 한 쪽과 손을 잡기보다는 자신의 독자적 정치세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홀로서기에 성공한 뒤 제3지대 연대를 추진하거나 범보수 세력을 재결집하는 두 갈래 길 중 어느 쪽에 주력할지 주목된다. 반 전 총장은 결국 제3지대 빅텐트를 성사시킨 뒤 친박 핵심이 떠난 새누리당과의 연대까지 포괄하는 더 큰 그림을 생각할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 탈당파인 ‘바른정당’과 먼저 손잡은 뒤 제3지대 연대 쪽에 무게를 실을 경우 빅텐트론은 힘을 받을 수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의 정치적 진로가 결정되지 않은데다 대선도 몇 개월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1월 말 설 이후에는 대선 구도가 급박하게 요동칠 것”이라면서 “그 과정에서 제3지대 세력이 워낙 다양해 그들이 의견을 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실제 ‘빅텐트’ 연대가 추진된다면 선두 주자인 문 전 대표와 민주당 입장에선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문 전 대표 외에도 민주당 친노 진영의 또다른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손학규 전 대표와 반기문 전 총장 비판에 본격 나선 것은 제3지대론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다.
문 전 대표는 8일 경주시민 간담회에서 “국민이 원하는 건 정권교체”라며 “반기문 전 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정권 교체는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안 지사도 이날 광주전남언론포럼 초청 토론회에서 “국민의당 등이 모색하고 있는 반기문 영입 등 제3지대론은 1990년의 ‘3당 야합’과 똑같은 잘못”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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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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