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수단의 팔려 가는 어린신부들
▶ 여아는 사유재산, 평균 500달러에 사고팔아, 다산형 몸매는 최고 소 200마리 값에 거래, 강제결혼 거부하다 오빠들에 맞아 죽을 뻔
루카 포니(23)는 초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싶었지만 어린 나이에 소 10마리에 팔려 결혼했다.
소녀가 16세가 되었을 때 삼촌은 그녀에게 아버지의 마을에 데려다주겠다고 말했다. 소녀는 열 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의 고향을 찾는다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간단한여장을 꾸렸다.
하지만 남수단에서 “마을에 데려간다”는 말은 어린 계집애를 나이든 남성에게 신부로 팔아넘기는 것을 뜻하는 관용적 표현이었다. 마을에 도착한 후 소녀는 이미 다섯 명의 처를 거느린 흉물스런 늙은이의 손에 넘겨졌다. 삼촌이 챙긴 그녀의 몸값은 소 20마리였다.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한 곳인 남수단에서 딸은 단 한 가지 목적을 위해 양육된다. 조혼을 통해 집의 가축수를 늘리는 게 남수단의 모든 딸들에게 요구되는 유일한 의무다. 어린신부의 몸값으로 확보한 소 떼는 오빠나 남동생의 결혼자금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2011년 북수단과 갈라서며 얻어낸 독립은 지긋지긋한 내전을 끝내고 1,130만 명에 달하는 남수단 국민에게 최소한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해줄 것이라는 광범위한 기대를 자아냈다. 그러나 섣부른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다.
독립 전인 2008년 남수단 의회는 인신매매에 가까운“ 마을에 데려가기” 관습을 차단하기 위해 결혼연령을 18세 이상으로 못 박은 법률을제정했다. 그러나 이 법은 탄생과 동시에 사망했다.
남수단에서 어린 계집애는 그 자체로 가족의 사유재산이다. 따라서 소유자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악법’이 철저히 외면을 당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지난 2010년 남수단 정부가 실시한 서베이에 따르면 전체 소녀의17%는 15세 이전에, 25%는 15세에서 17세 사이에 결혼한다. 결혼한다기보다 소와 교환된다는 표현이 더적절하다. 신부의 몸값은 보통 소 20마리에서 40마리 정도다. 소의 몸집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돈으로 환산하면 어느 쪽이건 최고 500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생김새가 반듯하고 다산형 몸매를 지닌데다 사회적 지위가 제법 높은 가문 출신이라면 몸값은 200마리까지 올라간다.
UN은 남수단을 세계에서 미성년자 결혼이 다섯 번째로 성행하는 국가로 지목하고 이 같은 관습을 인권유린으로 몰아 거세게 공격했지만 이렇다 할 예방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너나없이 가난에 찌든 남수단의가정에서 딸은 돈이 되는 유일한 상품이다. 이처럼 상당한 자산가치가있으면서도 사회적으로 전혀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는 계집애는 엄한 놈의 손을 타기 전에 일찌감치 팔아치우는 게 상책이라는 것이 일반의 뿌리 깊은 인식이다. 사회적 혼란의 한복판에 놓인 남수단에서 강간은 일상사에 속한다.
아버지나 남성 친척의 손에 이끌려 마을로 끌려간 소녀는 다시는‘친정’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집에서멀리 떨어진 낯선 마을에서 평생 물긷고, 땔감을 모으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요리하며 꾸역꾸역 아이를 낳는 판박이 삶을 견뎌내야 한다. 남수단의 여성에겐 자신의 거취에 관한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아그네스 케지는 70세에가까운 노인에게 시집가라는 아버지의 명령을 단호히 거부했다. 열 세살이 되던 해‘ 사랑’을 만난 케지는 노인에게 팔려가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다. 문제는 그녀를 구해주어야 할 남자친구에게 소가 없다는 점이었다.
케지가 “차라리 나를 죽이라”고 버티자 그녀의 아버지는 무지막지한 폭행을 가했다. 오빠는 한술 더 떴다.
여동생을 동네 광장으로 끌고 가날이 넓은 칼인 마체테로 사정없이 목을 그어버린 것. 그녀는 급히 병원으로 실려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상처가 아물기 무섭게 케지는 자신의 고향인 테레케카에서 53마일떨어진 수도 주바로 줄행랑을 놓았으나 추격해온 아빠와 오빠에게 곧 바로 붙들렸다.
올해 19세가 된 그녀는 곧 나이많은 생면부지 노인네의 마을로 끌려간다. 사내의 손을 탄 하자 상품이라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에 몸값도 떨어졌다. 신부의 몸값은 보통 친정아버지와 사위 사이의 흥정을 통해 결정된다. 아버지는 나이든 사위를 선호한다. 일반적으로 신랑의 나이가 많을수록 받아낼 수 있는 소의 숫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일단 결혼을 하게 되면 어린 신부는 밤낮으로 중노동에 시달린다. 늙은 신랑은 젊은 신부가 딸을 많이 나아주길 원한다. 남수단에서 남편의 말을 거역하는 것은 생각조차 할수 없는 일이다. 남편의 말에 토를 달았다간 주먹질과 발길질은 물론 채찍질까지 동원되는 무자비한 ‘응징’을 당하게 된다.
남수단의 소녀들 가운데 초등학교 졸업자의 비율은 7%에 불과하고 고등학교 진학자는 전체의 2%에 그친다. 중등과정 학업을 마치는 소녀의 수는 출산 중 사망하는 어린신부의숫자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유니세프 남수단 담당자인 푸옹응웬에 따르면 이곳의 부모들은 딸을 학교에 보낼 경우 성폭행 등의 위험에 노출될 위험성이 크고 이로 인해 상품가치가 떨어질 것을 우려한다. 교육을 받은 여성은 거만하고 헤프다는 인식도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유엔은 2030년까지 전 세계의 아동결혼을 완전히 제거할 것이라고선언했다. 믈론 쉽지 않은 일이다.
현실적으로 남수단의 소녀들이 원치 않는 조혼을 피하는 방법은 도피밖에 없다. 그러나 가출소녀들의 종착역은 대부분 매음굴이다.
주바의 사창가는 13세 남짓한 소녀들로 붐빈다. 여기서 생활하는 가출소녀들은 한사코 이름을 숨긴다.
행여 아버지나 오빠가 잡으러 올까두렵기 때문이다.
주바의 매음굴에서 생활하는 어린 창녀들 가운데에는 3년 전 삼촌에 의해 마을로 끌려가 60대 남성의여섯 번째 아내가 되었던 19세 소녀도 포함되어 있다. 그녀는 결혼 1년만에 주바로 ‘탈출’했다.
손위 다섯 ‘형님’들의 학대를 버텨낼 수 없었다. 모든 집안일을 몰아주고, 밥을 제대로 주지 않는 이들의횡포는 시도 때도 없이 가해지는 남편의 손찌검보다 무서웠다.
매음굴에서의 생활은 결코 쉽지않지만 그래도 옷을 구입할 수 있는여유가 생겼고 운이 좋은 날은 3명의 손님만 상대하면 된다. 그 정도면 생활비를 벌기에는 충분하다.
그녀에겐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추호도 없다. 과거는 생각하는 것조차 끔직하고 불편하다. 현재라고 다를 바 없다. 때문에 손님이 없는 날이면 그녀는 잠을 잔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생각을 물리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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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타임스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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