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개의 하이킹 트레일…“이것 저것 원하는대로 선택하세요”
오늘 소개할 ‘프린스 윌리엄 삼림공원’(Prince William Forest Park)의 두 가지 특징. 가까운 편이다. 워싱턴 DC의 서남쪽에 있는 버지니아주 프린스 윌리엄 카운티에 있는 곳. 애난데일에서 25마일 거리. 30분도 안 걸린다. I-95 남쪽방면으로 가다가 출입구 150B로 나오면 2분도 못되어 도착하는 공원 입구. 그리고 선택의 폭이 넓다. 두 곳의 피크닉 장소. 총 연장 37마일에 달하는 모두 17개의 다양한 하이킹 트레일. 총 연장 21마일이 넘는 11개의 자전거 트레일. 다섯 곳의 캐빈 캠프. RV도 가능한 곳이 있는 세 곳의 캠핑장. 원래 의미대로의 캠핑을 하는 백컨츄리(Backcountry) 지역. 자연학습장 하나, 유적지 둘. 이도저도 귀찮으면 그저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도는 일주 도로 하나. 낚시를 할 수 있는 호수가 셋. 그 밖에 작은 연못 하나.
차 한 대당 입장료 7달러
리치몬드를 향하는 I-95 남쪽방면으로 가다가 150B 출구로 나가면 반마일도 못 가서 오른쪽에 공원입구가 보인다. 입구의 안내판에 PRINCE WILLIAM FOREST PARK라고 적혀있고 그 밑에 1936년에 개원했음을 알려준다.
그 안내판 왼편에 익숙한 표지가 있다. NATIONAL PARK SERVICE. 그렇다. 공원 이름에는 NATIONAL이라는 단어가 없지만 여기는 국립공원이다. 이 공원 역시 CCC(Civilian Conservation Corps)에 의해 조성되었다.
공원입구에서 입장료를 내는데 차량(14인 이하) 1대당 7달러이고 1주일간 유효하다. 15인 부터는 1인당 5달러씩 추가. 차량이 아니고 도보나 자전거로 입장하면 1인당 5달러이고 역시 1주일간 유효. 모든 입장료는 16세 이상만 적용된다. 이 공원을 연중 아무 때나 입장할 수 있는 연간 입장권은 30달러.
레인저들의 추천 코스
공원에 들어서면 다음 가는 곳은 방문객센터. 어딜 가거나 항상 맨 처음에 가는 곳. 지도를 구하는 게 방문의 첫 번째 목표. 지도를 꼭 챙기시길. 그리고 거기를 들여다보면 그 공원의 전체적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방문객센터에 들어서니 세 명의 레인저가 반갑게 맞아준다. 대략 6시간 정도의 순환코스(loop)형의 하이킹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더니 그 셋이서 잠깐 즉석 토론을 하더니 그 결과를 지도에 표시를 해준다.
주차는 A, B, C, E, H 중에 어느 곳에 해도 모두 트레일로 바로 연결된다고 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들의 추천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 기대했던 다양성 그 자체였다. 물소리를 들으며 물가를 따라 걷기도 하고, 고요한 고원지대를 걷기도 하고, 숨가쁜 오르막과 조심조심 내리막이 있기도 하고, 자전거가 “지나갈게요! (On your left!)”하면서 곁을 지나가기도 하고, 몇 개의 작은 워터 폴을 만나고, 두 군데의 유적지를 지나며 세월의 무상함도 느끼고, 예쁜 다리도 두 개나 보고. 그러면 된 거 아닌가?
CIA 전신인 OSS 훈련장
코스의 전체적인 모양은 사우스 벨리 트레일(전체 9.7마일 중 7마일 정도), 아주 잠깐 노스 오렌다 로드, 노스 벨리 트레일(3.1마일), 콴티코 캐스캐이드 트레일(0.7마일), 메리 버드 브렌치(0.5마일), 하이 매도우 트레일(2.1마일) 그리고 다시 사우스 벨리 트레일로 이어지는 순환트레일이었고 대략 13마일 조금 넘는 것 같았다. 시간은 6시간 30분 조금 못 걸렸다.
방문객센터 레인저는 시간당 3마일로 계산했지만 나는 경험상 보통 1시간에 2마일 조금 넘는 것으로 잡는다. 가면서 자주 멈춰 서서 주변을 구경하는 편이라서 그렇다.
방문객센터는 공원에 관한 안내를 하는 부분과 그 옆의 기념품 판매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안내공간으로 가는 입구에 있는 공원모형에 오늘의 코스를 눈으로 그려본다. 한 켠에 박격포탄 탄피와 군용통신기기 전시되어 있는데, 여기가 제2차 세계대전 중 3년간 CIA(중앙정보국)의 전신인 OSS(Office of Strategic Services, 전략사무국)의 훈련장으로 사용되었음을 말하는 것이다. 홀 가운데에 뱀 모형이 있기에 설명해주던 레인저에게 독뱀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아메리카 살무사(copperhead)가 있는데 가까이 가거나, 위협하거나, 건드리지 말고 멀찍이 피하면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황철광 광산터
방문객센터를 떠나 주차장 A에 주차를 한 후 늘 그렇듯이 시계 반대방향으로 코스를 잡는다. 이것은 개인의 취향인데 할 수만 있으면 시계 반대방향으로 코스를 잡는 것이 오랜 버릇이다. 출발하자마자 아스팔트길을 건너 사우스 벨리 트레일(흰색 표식)을 걷는데 이 트레일의 거의 대부분 구간에서 물을 볼 수 있고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이다. 노스 오렌다 로드를 만나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고 조금 더 가면 사우스 벨리 트레일로 다시 연결된다. 뉴욕시의 허드슨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연상하게 하는 예쁜 나무다리를 스쳐 지나서 계속 가면 파이라잇 마인 로드를 만난다.
여기서 오른쪽에 있는 다리를 건너서 왼쪽으로 가면 노스 벨리 트레일(하늘색 표식)이 시작된다. 곧 황철광(pyrite mine) 지역을 만난다. 한 때 70여개의 건물에서 250명에 달하는 종업원이 지하 1,000피트 밑에서 유황이 함유된 원석을 캐던 광산지역인데 지금은 건물의 터만 남아있어서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해준다.
형이상학적인 모습을 한 초승달 트러스교(왼쪽). 뉴욕시의 허드슨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연상케 하는 나무 인도교.
농장 유적지
노스 벨리 트레일을 따라가다가 콴티코 캐스캐이드 트레일(노란색 표식)을 만나서 왼쪽으로 급경사로 오르다보면 곧 평탄한 길로 바뀌고 이어 레이크 원 로드를 만난다. 이 길에서 왼쪽으로 몇 걸음 가면 다시 오른쪽으로 주차장 E로 연결되는 길이 있고 그 길을 따라가서 일주경관도로(Scenic Drive)를 횡단하면 메리 버드 브렌치(붉은색 표식)로 연결된다.
붉은색 유도표지를 따라 걷다보면 올드 블랙 탑 로드를 만나는데 이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가다보면 다시 왼쪽에 하이 매도우 트레일(주황색 표지)로 연결된다.
이 트레일에 들어선지 얼마 안 되어 왼편으로 무덤을 만나는데 그 무덤을 지나면 왼편으로 테일러 농장 유적지가 있다. 건물터가 보이는 것도 아니지만 그냥 그 곳의 분위기가 사람이 살았던 곳이었음을 느끼게 한다. 가까이 가보면 그 때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철제 도구 몇 점이 뒹굴고 있다.
다시 트레일로 나와 계속 걷는다. 이 트레일은 그다지 큰 특징이 없기 때문에 별다른 생각 없이 무념무상의 상태로 걷기 좋은 그런 길이다. 살아가면서 머릿속을 비우는 시간이 많지 않기에 이 또한 소중한 순간이다. 주차장 H를 지나 계속 가면 사우스 벨리 트레일(흰색 표지)의 북단을 만난다.
초승달 다리 보셨나요
차를 주차한 주차장 A로 가려면 남쪽인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야하지만, 방문객 센터의 레인저가 추천했기 때문에 북쪽인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동안 잊었던 사우스 벨리 트레일의 그 느낌이 살아난다. 개울을 따라 물소리를 들으면서 걷는, 바위가 간간이 깔린 트레일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걷는 그 느낌.
20분을 걸으니 왼편에 그 유명한 다리가 있다. 사우스 포크 콴티코 크릭을 가로지르는 다리, 초승달 트러스교(Crescent Truss Bridge). 나무로 지어진 이 다리는 그 느낌이 무척 형이상학적이다. 1990년도에 건설한 것인데 세월이 지나면 다리 위에 건물을 지어 그것을 다리 덮개로 삼는 유개교(covered bridge)처럼 명물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비버 댐 만나다
다리를 구경한 후 다시 돌아서 사우스 벨리 트레일 남쪽을 향해 걷는다. 그러다 길 왼편에서 이상한 밑둥을 가진 나무를 보았다. ‘어?’하다가 잠시 후에 입에서 나온 소리는 ‘아하…’. 비버가 갉은 흔적이었다. 이 공원 사전조사를 하면서 비버댐에 관한 글을 읽었기에 방문객센터에서 “비버댐 볼 수 있나요?”하고 물었더니 “단정할 수는 없어요. 비버댐은 큰물이 나면 쓸려 내려가기도 하니까요.”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런데 여기서 그 비버의 흔적을 본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이 부근에?’하고 둘러보면서 내려오다가 나무 두 개가 평행으로 개울을 가로질러 놓여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것을 비버댐으로 믿기로 했다. 그런 믿음을 갖고 사우스 벨리 트레일을 따라 계속 내려오면서 주차장 C, B를 지난 후 마침내 내 차를 주차해두었던 주차장 A로 다시 도착했다.
다양한 즐길거리
앞에서 언급했듯이 여기는 하이킹 말고도, 자전거타기, 자동차 드라이브, 낚시, 캠핑(텐트, RV, 캐빈, 백컨츄리), 피크닉이 가능하다. 그리고 자연을 배우는 트레일도 있는데 방문객센터에서 가장 가까운 것은 피드몬트 포레스트 트레일(0.3마일)이다. 어린이와 같이 왔다면 방문객센터 부근에서 출발하는 순환 트레일인 로럴 트레일 루프(1.5마일)이 적격이다.
방문정보
-주소 18170 Park Entrance Rd, Triangle, VA 22172
-인터넷 : https://www.nps.gov/prwi/index.htm
-입장료 : 차량 1대당 7달러(연속 1주일간 유효)
-삼일간의 휴식 : 새해 첫날, 추수감사절, 성탄절은 공원도 쉰다.
-애완견 : 끈으로 연결해서 데리고 다녀야하고 방치하면 안 된다.
■ 국립공원 입장료에 관한 이야기 둘
●모든 국립공원에 적용되는 연간/평생 입장권을 아래에 정리해보았다. 자세한 것은 인터넷(https://www.nps.gov/planyourvisit/passes.htm)을 참조하시고. 이 공원 방문객센터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 연간입장권 : 80달러. 구입한 달로 부터 1년간 유효. 입장권 소지자 외에 일행 3인 동반 가능. 16세 미만은 무료. 국립공원 등 연방 레크리에이션 사이트(federal recreation site)에 적용.
- 현역군인 연간 입장권 : 무료. 나머지는 연간입장권과 같다.
- 4학년 학생용 연간입장권 : 무료. 4학년 9월 부터 그 다음해 8월 까지. 어른 3인까지 무료 동반 가능. 16세 미만은 무료. Every Kid in a Park라는 프로그램의 일환.
- 경로 평생 입장권 : 10달러. 62세 이상의 시민권자/영주권자의 평생입장권. 3인까지 무료 동반 가능. 16세 미만은 무료. 이 공원에서 캠핑할 경우에는 50% 할인.
- 장애인 평생 입장권 : 무료. 나머지 조건은 경로 평생 입장권과 같음
●국립공원이 입장료를 받지 않는 날이 있다. 2016년에 국립공원 역사가 100년이 되었다. 새로 시작하는 100년을 기리는 의미로 2017년 다음의 열흘은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달력에 지금 표시해두시길.
△ 1/16(월) 마틴 루터 킹 2세 기념일 △ 2/20(월) 프레지던트 데일 △ 4/15(토)-16(일) 국립공원주간(National Park Week) 직전 주말 △ 4/22(토) - 23(일) 국립공원주간 주말 △ 8/25(금) 국립공원 생일 △ 9/30(토) 국립 공유지의 날(National Public Lands Day) △ 11/11(토) - 12(일) 재향군인의 날(Veterans Day) 주말
●그리고 메릴랜드주와 버지니아주에 있는 국립공원은 다음과 같다.
-Maryland주 6개소= △Antietam National Battlefield △Assateague Island National Seashore △Chesapeake and Ohio Canal National Historical Park △Fort McHenry National Monument and Historic Shrine △Fort Washington Park △Harpers Ferry National Historical Park
-Virginia주 5개소= △Assateague Island National Seashore △Colonial National Historical Park △George Washington Memorial Parkway’s Great Falls Park △Prince William Forest Park △Shenandoah National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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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 (VA, 스프링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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