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장원에서 머리를 짤랐다. 좀 젊어 보일까 싶어 생전 처음 갈색으로 칼라까지 곁들였다. 누렇다 못해 요즘 젊은 가수에게서나 볼 수 있는 노란 머리가 너무 어색하다. 무슨 스패니시 아줌마 같기도 하고 면허 따기 위한 미용 초보자의 작품 같기도 하다. 쉽고 편한 것을 고집하던 삶이 무디어진 걸까? 빠르고 넓은 길은 늘 내게 우선이었다. 좁고 휘어진 외길을 갈 때는 갑갑하고 지루함을 느끼곤 했었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그 길에서 새소리가 들리고 하늘이 더 푸르게 보이며 멋진 경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갈색이 젊어 보였던 것도 같은 맥락이겠지… 그러나 아직도 변화에 대담치 못하다.
시니어 피트니스 센터에서 안면이 많은 백인 여자가 있다. 들쑥날쑥한 머리에다 집에서 물감 테스트하다 나온듯한 오색의 머리를 하고 있어 꽤 칠칠맞게 생각했던 사람이다. 무뚝뚝하고 뭔가 모자란 것 같기도 하고 남들이 상대도 안 해 주는 것 같아 외롭게 보였다. 머리한 다음날, 인사가 전혀 없던 그 여자가 내 앞으로 불쑥 찾아와 “네 머리 참 예쁘다, 칼라도 마음에 들고” 한다. 너무 놀랬다. 얼떨결에 “고마워” 하고 말았는데 운동 내내 찜찜하다. 하필이면 그녀가 내게… 더구나 그녀는 오른쪽 다리에 검은 색 일레스틱 무릎 보조 테잎까지 하고 다니며 좀 뒤뚱거려 이상하게 느끼고 있었다. 부지런히 화장실 거울로 가보니 내 머리가 딱 그 여자 머리다. 당장 집에 와서 검은 염색을 덧칠했다. 며칠 뒤 피트니스 지도교사가 그 여자 곁으로 가서 생일축하 노래를 시작했다. 모두가 축하송을 함께 불렀다. 그녀는 자궁암으로 수술 받고 나아진 후 일년 넘게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는 지도교사의 이야기에 격려 박수도 받았다.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운동하는 그녀가 새삼 대단해 보였다. 오른쪽 다리도 그로 인한 합병증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운동은 오직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아침에 일어나면 운동가기 싫어 어떻게서든 피해보려했던 내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최수잔 워싱턴 두란노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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