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행기 추락 서버이벌 훈련, 소형기 시뮬레이터 이용 물속에 쳐박아
▶ FBI 요원·미군 장병, 직장인까지 극기 체험 8인1조 임무 부여, 조직생활 노하우 익혀
서바이벌 시스템스의 시뮬레이션 생존훈련 참가자들이 카펫짜기라 불리는 그룹유영을 배우고 있다.<사진출처: George Etheredge/뉴욕타임스>
“바다에 추락한 비행기에서 동료들과 힘을 합쳐 ‘동반 탈출’하는 시뮬레이션(모의실험)이 직장인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협동정신을 고취시킨다”. 여객기의 해상추락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미국 기업 ‘서바이벌 시스템스’ 관계자들의 자신만만한 주장이다. 이 회사의 시뮬레이션 생존훈련에 참여한 코네티컷 대학 의예과 학생 몬태나우즈(19)는 서바이벌 시스템스의 떠벌림에 달리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지난해 추수감사절 직전 주 토요일에 코네티컷의 고든에 위치한 서바이벌 시스템스 대형풀장에서 실시된 항공기 해상추락을 가상한 모의 수중 생존훈련을 받았다.
실제 훈련에 앞서 구두로 충분한 대응지침을 전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헬리콥터와 소형 비행기의 조종석을 연상시키는 시뮬레이터가 물속에 처박히는 순간 공포에 사로잡힌 우즈의 머릿속은 하얗게 비었다.
시뮬레이터가 뒤집히면서 안전벨트로 좌석에 고정된 그녀의 몸도 위아래가 바뀌었다. 콧속으로 한꺼번에 물이 밀려들어왔다. ‘실전’에 앞서 조교가 일러준 탈출요령을 떠올리기 힘들었다. 플래스틱과 금속으로 만든 시뮬레이터에는 우즈 외에 다른 2명의 대학생과 구조훈련업체 직원 4명, 그리고 도로포장기업 소유주가 타고 있었다.
‘지상근무’ 인력인 이들이 수중생존훈련에 참여한 이유는 지도력과 팀웍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1999년 이후 지금까지 8인 1조로 팀을 이뤄 서바이벌 시스템스의 모의훈련을 거쳐 간 훈련생들의 수는 연 12만여 명. 이중에는 시콜스키 에어크래프트 코퍼레이션 종업원들, 뉴욕경찰국 경관들, 연방수사국(FBI)과 마약단속국(DEA) 요원들은 물론 육군과 방위군의 장병 등이 포함되어 있다.
서바이벌 시스템스의 사장인 마리아 한나는 “일부 훈련생은 실제로 위기상황과 맞닥뜨릴 가능성에 대비해 생존기술을 익히지만 대다수는 이 과정을 통해 자긍심과 자신감 고취,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능력의 발현 등 이른바 ‘잔류효과’를 경험하는데 목적을 둔다”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한나가 자사의 생존훈련 서비스를 팀웍 구축 활동으로 포장해 시장에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직 커리큘럼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즈와 같은 참여자들에게 참가비를 면제해주는 대신 피드백을 제공받는다. 하지만 조만간 단 하루 6시간 동안 펼쳐지는 훈련의 참가비는 1인당 950달러로 책정될 예정이다.
서바이벌 시스템의 자랑거리는 거대한 풀장에 설치된 시뮬레이터. 한번에 8인이 탈 수 있는 시뮬레이터는 특수 기중기로 허공으로 들어 올려 진 다음 곧바로 풀장의 물속으로 내리 꽃인다. 이때부터 구조헬기의 아래쪽에 생기는 강한 바람인 세류와 쏟아지는 장대비, 눈앞을 분간하기 힘든 칠흑 같은 어둠, 시속 120마일의 강풍, 추락한 비행기에서 나오는 연기와 불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사고현장의 현실감을 높인다. 물론 이 모두가 컴퓨터를 이용해 만들어낸 모의환경이다.
서핑을 즐기는 우즈는 처음 시뮬레이션 시설을 둘러보는 순간 “장난이 아니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인명구조원 자격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물을 겁내지 않는 그녀지만 “세상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죽음이 익사”였다. 우즈는 고교시절 세바스천 융거가 쓴 소설 ‘퍼펙트 스톰’을 읽은 후 익사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혔다고 실토했다. 이 소설은 엄청난 폭풍우를 만나 침몰하는 어선과 승선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후일 영화로 만들어졌다.
지난해 11월, 서바이벌 시스템스의 조교는 시뮬레이션 훈련에 앞서 팀웍, 지도력, 물속으로 처박힌 이후 취해야할 안전절차 등에 관해 이야기해주었다.
조교의 강의가 끝나고 피자로 점심식사를 한 다음 우즈를 비롯한 ‘학생’들은 비행복과 워터슈즈, 헬멧을 착용한 채 수영장 데크로 향했다.
시뮬레이션 시설이 갖춰진 수영장은 어둡고 뿌연 연기가 안개처럼 끼어 있었다. AC/DC의 ‘선더스트럭’이 쩌렁쩌렁 울려 퍼지고 디스코볼 조명이 어지럽게 돌아갔다.
8인의 학생들이 주저 없이 올라탄 시뮬레이터는 기중기로 14피트 높이까지 끌어올려진 뒤 풀장으로 추락했다. 안전벨트를 착용한 상태에서 물속에 거꾸로 처박힌 서바이벌 훈련 참가자들은 비상탈출용 창틀을 찾아 뜯어낸 후 밖으로 빠져나와 수면위로 올라가야 한다. 신속하고 침착하게 비상탈출용 창틀을 찾아 폐쇄된 죽음의 공간에서 벗어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
일단 시뮬레이터에서 빠져나오면 구명조끼 덕에 자연스레 물위로 떠오르게 된다. 문제는 수면위로 올라온 후 셀린 디옹이 부른 영화 타이태닉의 주제가 ‘My Heart Will Go On’이 끝나기 전까지 체온을 유지한 채 물위에 떠 있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선 물에 빠진 사람들이 긴밀히 협력해 카펫 대형을 짜야 한다. 서로 팔을 연결하고 각자가 두 다리를 맞은쪽에 있는 두 사람의 팔 아래 넣어 만든 둥그렇고 커다란 원이 카펫 대형이다.
카펫이 성공적으로 짜여지자 코네티컷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는 테일러 신트론(19)은 그에게 주어진 임무에 착수했다. 구명선인 고무보트 위로 올라가 물위에 떠 있는 다른 사람들을 끌어올리는 것이 그가 맡은 일이었다.
마지막 사람이 보트위로 올라오기 전에 ‘Singing in the Rain’이 울려 퍼지고 거센 바람과 물결이 구명정을 마구 흔들기 시작한다. 거칠게 요동치는 구명정의 지붕을 펴서 비가 배안에 고이는 것을 막는 것으로 훈련은 끝이 난다. 전체 과정이 마무리 될 때까지 한 명의 조교가 참가자들의 뒤에 대기한다.
이제까지 훈련을 받는 과정에서 익사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원시적 공포감은 상존한다. 이때도 참가자 전원이 힘을 모아 지붕펴기 작업을 하는 지도자를 거들어야 한다.
우즈는 시뮬레이터에서 빠져나오는데 걸린 시간이 예상보다 길었던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공포감을 이겨낼 수 있었기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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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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